코로나 확진으로 목사되고 나서 처음으로, 주일에 다른 교회 예배를 드렸다.
몇 교회가 머리에 떠올랐으나 분당우리교회로 갔다.
신대원 시절 사역지 없이 잠시 쉴 때 그때 분당우리교회를 찾아가서 현장에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
그때 예배당에 앉아마자 눈물이 흘렀다.
한국에 이런 교회가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며 울었었다.
목회성공이라는 우상을 숭배하기 쉬운 목사세계에서 그 우상와 힘겹게 싸워온 목사님의 겸손함을 맛보게 되어서 감사했다.
마침 이번 주일(4.10)은 29개로 분당우리교회를 분립개척하고 파송하는 예배였다.
어쩜 이런 기막힌 타이밍에 이 예배를 같이 드릴 수 있는지 ... 더 의미가 있는 예배였다.
분당우리교회를 개척한지 벌써 20년째나 되었고 10년 전부터 기도해오던 대로 드디어 분립하게 되었다는 걸 알고는 놀랐다.
이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목사님과 당회 그리고 교인들이 참 성숙하고 오래도록 준비를 하셨다는 거에 감동도 받았다.
이찬수 목사님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한 사람으로서 목사님의 눈물과 떨리는 그 목소리에 짠한 마음도 가졌다.
역시 이번 예배를 통해서도 감사했다.
'그래도 교회는 희망이다'는 것을 세상에 전해줄 수 있게 해주신 목사님이 계셔서 감사했고
본받고 따라갈 선구자로 계셔주셔서 감사했다.
분당우리교회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나에게도 책임감 갖고 내 나름의 다짐을 했다.
우상숭배하지 않기로.
교인은 주님의 성도이고 목자장이신 주님으로부터 잠시 맡은 양이다.
하지만 잠시라도 한눈 팔다가는 목사는 그 성도가 '자기 성도'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목사에게는 그런 유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적문제, 돈문제, 명예욕 등등.
이찬수 목사님의 말씀대로 목회의 길은 지뢰밭길이다.
어느 하나라도 터지면 그 길로 목회 관둬야 하는 상황이다.
거기에 목회성공이라는 우상과도 싸워야 한다.
큰 교회로 만들고 성전 크게 짓는 거 거기에 목표를 두지 않도록 목사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심과 끝임없이 싸워야 한다.
이 욕심은 큰 교회든 작은 개척교회든 상관없이 목사라면 누구에든 들 수 있다.
이 싸움에서 이 목사님은 전반전 승리로 잘 오신 거 같다는 생각에
그 기쁨에 함께 기뻐하며 그간의 고뇌와 애씀에 위로를 보내드리고 싶다.
또한 선 줄로 알면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하신 말씀처럼 후반전도 승리하실 것을 기대하며
그분을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함께 한 적은 없지만
함께 예수님의 길을 따라가는 1인의 목사로 나 역시 살기로 다짐한다.
코로나 자가격리로 모처럼 냉장고를 비울까 싶었는데
성도님들이 반찬에게 죽에 이것저것 더 챙겨주시고 사주시고 하셔서 냉장고가 도리어 더 꽉 찼다.
비울려면 시간이 또 걸릴 거 같다.
목사가 아프면 안 되지만 아파보니 역시나 아픈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더 진실하고 진심으로 섬길 수 있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나는 참 인복이 많은 목사다.
우리 교회 성도들같은 분이 있을까 싶다.
작년 여름 여기와서 맞이하는 첫 수확시기에 충격같은 것을 먹었다.
어느 성도 하나 할 거 없이 목사인 내가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사랑해주시는 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거는 연세가 90이 되시는 한 집사님이 옥수수 밭에 가시더니 땅에 박힌 나무작대기를 하나 보여주셨다.그리고 하시는 말씀은 "목사님 여기까지는 목사님 겁니다."라고 구별해두신 거다.
거룩의 원뜻이 구별하다인데, 이 어른이 거룩이란 개념을 지식적으로는 알지 못한다하더라도
이미 삶으로는 하고 계신 것을 보고 놀랐고
그렇게 많은 옥수수를 주셔서 또한 놀랐다.
지난 여름 한철 그 옥수수로 따다가 지인들에게 보내느리라고 고생은 좀 했지만 참으로 행복했다.
그런데 그런 성도 1만명을
기계적으로 정을 떼듯 분리해서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목사님 안에서 선한 일을 계획하시고 이루신 하나님을 경외할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cxgFNPAg10&t=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