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몸치의 댄스일기14 (오랜만에 진짜 연습)
(2003.6.6.)
이번 주는 사업상 관공서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인허가문제로 머리가 매우 아프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에 있어도 현장에 내려가도 짜증스럽고 날짜만 흐르니까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한 마디로 갑자기 세상사는 맛이 안 나고 정말 짜증스럽기만 하다. 어찌 일이 좀 잘 풀리나 했더니 또 장벽이 닥치니까.
현장에도 내려가기 싫고 사무실에 있어도 답답해서 점심도 안 먹고 댄스 스트디오로 향했다.
매번 내 편한 시간에 마음대로 가니까. 또 시간이 안 맞아서 다른 사람들 레슨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혼자서 얼렁뚱땅 잡탕으로 이것저것 찔끔찔끔 기본 베이직 깔짝거리다가 시간만 흐르고.
이 나이에 어디서 현실적으로 좀 써먹을까 해서 등록한 사교댄스 [지루박] 선생님께 몇 가지 배우려고 노력했지만.
난, 모든 댄스에는 원초적으로 소질이 없는 게 확실했다.
벌써 남들 같으면 마스터 했어야 할 [지루박]의 간단한 기초 스텝도 아직까지 헤매고 있다.
지난 시간에 배운 건 다음 시간에 가보면 까먹어 버렸구. 가르치는 선생님이 불쌍하다. 도대체 몇 번씩을 반복해주어도 알아먹질 못하니.
모던 선생님들의 수업 스케줄을 맞추느라 틈을 이용해 사교 선생님께 [지루박] 수업을 받았지만 지난번에 가르쳐준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난 [지루박]이 이렇게도 안 되고 헤매는지 모르겠다. 이거라도 먼저 좀 익혀지면 무도장이란 델 한 번 당당하게 가보고 싶은디. 사실은 그래서 [지루박]을 배우려고 하는 거다. ㅎㅎ
[지루박] 시간에는 정신이 어디로 빠져버리는지 혼미해지는 것 같고 머릿속이 다 비어지는 듯 해서. 도대체가 강사의 교습이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것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난 사교댄스가 모던이나 라틴댄스보다 훨씬 쉬운 줄 착각하고 있었다. 근데 배워보니까 물론 내가 몸치라서 소질이 없어서겠지만 역시 만만치 않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안되어도 왜 그리 안 되는지 그 넘의 [지루박]이란 춤이.
지루한 지루박 시간을 잠깐 떼우고 나오니까 모던 시간이 돌아왔다.
본의 아니게 동호회의 파티에 탱고 초급반 시범을 나가도록 스케줄이 짜여져 있어 어쩔 수 없이 탱고를 연습해야 할 것 같다.
김정현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초급반 탱고 루틴을 한 번 훑었다.
글구 연습 좀 하려니까 목요일의 종합반 단체강습이 있어서 그곳에서는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사실은 이 문제가 내 헤드에 약간 열 받게 했다.
내가 연습 좀 하려는데 단체반 때문에 쫓겨난 것도 약간 불만스러웠지만 그것보다 진짜로 속마음은 평소 내가 흠모하던 우리 [디어댄스]의 아름다운 숙녀회원님들이 대부분 그 반 소속들이어서 햇병아리 내 댄스 실력으론 쳐다도 못 볼 처지였기에. 흑흑... 불쌍한 하수 내 신세.
오늘따라 나 있을 때 이미 이소라님이며 엘라님 마리아님 신디님 등. 글구 우리 [디어댄스]에서는 공식적으로 만나보지 못한 분인 듯한데. 미녀 숙녀님들이 죄다 거기에 집합해 있었다.
내가 이래 뵈도 미녀들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 분들이 모두 거기 다 모여 있구. 난, 쳐다도 못 볼 신세구. 내가 내 신세를 생각해봐도 참으로 불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언제 그런 분들과 당당하게 자신 있게 한번 환상적인 왈츠를 즐겨보나. 아득하기만 하다.
그 반에서 활동하는 신사 분들은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행복할까. 시샘도 나구. 나 자신은 더 비참함마저 든다. 흑흑...
연습하는 장면만 보아도 멋있었다. 역시 고수들은 대단한 것 같다. 매우 어려워 보이는 화려한 동작들도 숙녀님을 마음대로 리드하며 왈홀한 장면들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난 그런 모습을 보기가 약도 오르고 부럽기도 했지. 내가 더 이상 거기 남아서 연습 흉내를 낸다는 것 자체가 창피하고 쪽 팔려서 도망오 듯 나와 버린 것이다.
난, 그곳에서 나와 저녁 8시쯤에 필라로 갔다.
그곳에도 어떤 동호회에서 단체강습을 하느라 큰 홀은 커튼으로 양분해서 내가 낄 수 없었다. 작은 방에도 개인 레슨이었구.
오늘은 어딜 찾아가도 다 찬밥신세였다.
여기저기로 쫓겨 다니며 왈츠 기본 베이직 찔끔거리다가 밤9시쯤에 큰 홀의 반쪽에서 강습이 끝났다.
난 아직 남아있는 그들 회원들의 눈총을 무시하고 왈츠연습을 했다.
마침 누군가 음악을 계속 왈츠만 나오도록 시디를 꽂아 놓은 듯.
왈츠 음악이 쉬지 않고 흘렀다.
사실은 댄스 스튜디오에서 왈츠 종합반이 모이기 시작할 때 [첸징파트너]며 [테네시왈츠] 등 왈츠음악이 내 심금을 울려서 거기서 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기초적인 루틴을 좀 밟아보려고 했는데. 좀 하니까 왈츠 고수반 님들이 모여들어서 자기네들 연습하는데 햇병아리인 내가 끼여서 연습하기가 좀 글구 공간도 좁았고.
그래서 왈츠에 대한 욕구불만을 좀 풀어보려고 필라로 갔던 것인데. 그곳에도 강습 때문에 한참동안 허송 시간을 보냈던 게다.
베이직 쬐끔 하다가 일단 필라의 큰 홀에 공간이 생겨서 기초적인 왈츠루틴을 밟아보기로 했다.
이상하게 왈츠음악이 오늘은 매우 활홀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딱 보니까 차차차 초급을 강습 받고, 아직 잔류하는 그곳 동호회원들은 왈츠에는 조예가 깊은 분은 별로 없는 듯 해보였다. 물론 그중에도 몇몇이야 고수들도 있겠지만.
왈츠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는데도 선뜻 나서서 내가 연습하는데 합류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한두 명은 왈츠가 흐르니까 내가 연습하니까 금방 나와서 스텝을 연습하는데. 그걸보고 판단한 내용이다.
난, 타동호회의 낯선 분들이 지켜보든 말든 언제나처럼 남을 의식 않고 내 스타일대로 왈츠 연습을 했다.
이제 공간이 있으면 루틴연습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기본 베이직을 해도 되니까. 이것도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 연습 요령이랄 수 있다.
왈츠 음악이 계속적으로 흘러서 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간단한 초급 루틴을 반복적으로 혼자서 돌았다.
근데도 매우 재미있었다.
이제 겨우 왈츠음악의 박자가 귀에 닿을 듯 말 듯 했지만 그런대로 음악에 맞아 들어가니까 무진장 재미있었다.
계속 쉬지 않고 같은 루틴을 계속 하는데도 음악이 일단 맞아 들어가니까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쉼없이 계속 하니까 땀도 엄청 나고 발바닥은 후끈 거렸다.
난 가능하면 기초 베이직 연습 때처럼 또박또박 한 동작씩 구분하여 끊어서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자연히 박자가 틀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 되는 편이었다.
앞에 파트너가 없으니까 일단 그 부담이 없어서 더 편하게 되는 듯 했다.
근데 예상보다 그게 매우 재미있었다.
장소 공간만 있고 이렇게 멋진 왈츠 음악만 있으면 얼마든지 혼자서 황홀할 정도로 왈츠를 즐겨도 될 듯한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은 서툴러서 파트너가 있으면 더 어색하고 부담스럽기 조차 한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혼자서 음악에 맞춰 하니까 무진장 황홀하고 재미가 있었다.
글구, 왈츠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나 혼자서 베이직 연습을 좀 해둔 게 큰 덕을 보는 듯 했다.
거울을 정면으로 향했을 때 의식하지 않아도 얼핏얼핏 비치는 내 모습이 그런대로 고수들 폼과 비슷해보였고. (물론, 나 혼자의 상상이고 착각이고 환각이지만) 매우 아름답고 황홀하고 행복한 환상에 접어들었다. 선생님이 갈켜 주신 대로 글구, 나 혼자 미친 넘처럼 연습한 대로 내가 재미있으니까. 베이직만 가지고 연습할 때는 오히려 힘들었던 스텝이 막상 루틴 스텝을 연결할 때는 힘도 덜 들구 연습 때보다 더 모양이 보기 좋게 나와서 내 자신이 만족스러웠다.
또한 내 느낌에 선생님들이 요구하시는 바로 그 동작, 전진이든 후진이든 시원스럽게 쭉쭉 뻗는 나의 길쭉한 다리. 나 스스로 만족스러웠다.
학교 다닐 때부터 맨날 [키다리 뻐다리]니 [황새다리] [새 다리]니 하며, 비쩍 마르고 길쭉하기만 해서 나의 신체 콤플렉스가 된 내 다리가 왈츠를 할 때는 오히려 덕을 보는 것 같았다. 옛날에는 내 나이 정도만 되어도 비쩍 마른 것 보다 퉁퉁하게 살 붙은 남자들이 더 자랑스러워 했는데 요즘 왈츠를 시작해보니까 오히려 내 비쩍 마른 다리가 더 유리한 것 같아서 평생 콤플렉스 요인이었던 마른 체격이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댄스를 시작한 덕분에 또 하나의 정신적인 득을 본 셈이다.
정말 매우 행복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그곳 필라에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 했다. 커튼으로 가린 반쪽 홀에서도 강습이 끝나고 젊은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데 누군가 내 닉네임을 불러서 보니까 [엔젤]님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전혀 의외의 생각도 못한 만남이었다.) 난 하루 종일이라도 그러고 있고 싶었다.
와! 혼자 해도 음악이 조금씩 맞아 들어가니까 정말 재미있더라. 그냥 그 밤을 꼬박 새우면서라도 나 혼자 계속 중단 없이 돌고 싶었다. 기껏 해야 단순한 몇 가지 안 되는 가장 기초적인 왈츠 루틴이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난 간단한 그 루틴만 가지고 음악에 맞춰서 연습할 예정이다.
동호회에서 초급반 탱고 시범조에 나를 끼우는 바람에 탱고도 연습을 안 할 수 없어서 배운 기초 루틴을 생각하며 조금 연습해 봤지만. 1번과 2번 루틴을 낮에 김정현 선생님께 배웠는데 2번 루틴은 금방 또 잊어 먹어서 몇 번 흉내내보는 시늉만 하고 포기해 버렸다.
계속 왈츠 음악이 흘러서 나오려고 해도 또 아쉽고 무언지 모를 굉장한 위력의 힘이 나를 잡아끄는 대단한 왈츠의 음악 이러다 난, 정말 미쳐버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여건만 되면 산 속에 큰 왈츠 홀을 하나 지어놓고 왈츠음악을 끊기지 않도록 계속 틀어놓고 왈츠만 추다가 죽어버렸으면 가장 행복한 삶이 될 듯한 느낌이다. (나 정말 미쳤어 왈츠 땜에 지금도 집에도 안 들어가구. 아까 내가 연습한 황홀한 장면을 연상하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중.)
cbmp
강변마을님 춤에 대한 열정 대단하십니다. 03.06.06 07:26
답글 백마탄 기사
정말 열심히 연습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열심히 하시다 보면 실력이 많이 향상되시겠죠 03.06.06 09:04
답글 라빅
지금 흘린 땀이 훗날에는 멋진 삶을 살게 해주는 미네럴이 될겁니다. 화이팅! 03.06.06 11:17
답글 로라
마른 체격이 이제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는 로라 얘기도 되는데요,ㅎㅎ...혼자서 하셔도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지시니 둘이 함께하면 얼마나 더 황홀할까요?...건투를 빕니다. 강변마을님때문에 댄사모 카페에 자주 들락거리게 됩니다....어제도 왔다가 헛탕쳤거든요...자주 부탁드려요. 03.06.07 00:44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