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하반기 문예바다 신인상 | 소설 부문 당선 소감 | 이성숙 |
허술하기 짝이 없는 원고를 읽어주시고 「문예바다」 식구로 초대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먼저 감사 인사 올립니다. 제가 소설가라니 놀랍기만 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느 날 갑자기 치매에 공격당하는 엄마를 보면서 일기 쓰듯 써 내린 반성문입니다. 엄마 삶을 갉아먹으면서 자랐는데도 엄마 속이 다 패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나는 참 무심했습니다. 내 삶 챙기기에만 바빴죠.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의 글, 여기에 상장을 얹어 주시니 부끄러운 마음 한가득입니다.
종이에 자신의 이름 한번 새기는 게 소원이었던 엄마입니다. 엄마의 시간은 갔지만 제 이름이 새겨진 「문예바다」 가을호는 엄마에게 더없이 큰 선물이 될 겁니다. 엄마는, 청보랏빛 수국 화분 옆에 쪼그리고 앉아 제 이름을 닳도록 읽고 또 읽을 테지요. “사람은 이름을 남겨야 하거든…”하면서요. 옛날에 엄마가 이런 말을 하면 그게 어디 쉬운 일이냐고 따지곤 했는데 인제 보니 그 말의 버거움이 저를 키웠나 봅니다.
엄마의 중얼거림은 앞으로도 저를 밀고 가는 힘이 될 것입니다. 엄마와 「문예바다」의 기대에 합당한 이름이 되도록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엄마의 소원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 「문예바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