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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불사마후(不死魔后), 천년(千年)만의 부활(復活)
밤(夜)…
빗물에 깨끗이 씻긴 듯
맑은 편월(片月)이 황홀한 금싸라기를 대지로 흩뿌리고 있었다.
아늑한 산동(山洞),
무영은 능희연을 안은 채 그녀의 옥용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능희연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지난 한달반간 그녀를 사로잡았던 우수는 간 곳이 없고,
지금 이 순간 능희연은 포식한 고양이처럼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내게 2세가 생기다니…!'
무영의 얼굴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스- 윽!
그는 천천히 능희연의 하복부를 쓸어갔다.
아직은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으음!"
무영의 손길에 간지러운 듯 능희연은 몸을 뒤척이며
무영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눈물자국이 마르지 않은 그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다시는 울게 하지 않겠소!'
무영은 내심 마음을 다지며 능희연의 머리결을 쓰다듬었다.
'그러나 아직은 내게 할 일이 너무 많소!
그대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그 후에나 가능할 것 같소!'
그는 내심 탄식을 흘리며 조심스레 능희연을 바닥의 마른 풀잎위에 눕혔다
. 이어 자신의 자색장포를 벗어 그녀를 덮어 주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오. 나의 첫여인…!'
무영은 잠든 능희연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산동의 입구를 나서던 무영은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삼 장앞에 한 명의 노인이 우뚝 선 채 무영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독천존(毒天尊) 서래음, 물론 그였다.
"설마… 연아를 버리고 가는 것은 아니겠지?"
독천존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무영의 눈을 직시하며 말을 꺼냈다.
"제게는 아직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무영은 공손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반드시 돌아 오겠습니다! 그 동안 희연을 부탁합니다."
그의 확신이 어린 말에 그제서야 독천존은 안색을 풀었다.
"걱정 말게!"
"이것을 선배님께 드리겠습니다!"
무영은 천천히 두 가지의 물건을 내밀었다.
-제왕독경(帝王毒經).
-마종철환(魔宗鐵環).
그 두 가지 물건은 천고의 기물(奇物)들이었다.
"마종철환은 희연에게 주십시오.
그 위에는 지존제팔마결(至尊第八魔訣)인 파천대구식(破天大九式)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희연의 몸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독천존은 묵묵히 무영이 내민 두 가지 기물을 받아들었다.
"가능한 빨리 돌아 오겠다고 희연에게 전해 주십시오!"
슥-!
무영은 가볍게 목례를 해 보이고는 몸을 떠올렸다.
이내 그의 몸은 북천(北天)을 향해 사라져갔다.
"몰라볼 정도로 거인(巨人)이 되었군
. 영악스럽기만 했던 일개 소매치기 아이가…"
무영이 사라진 곳을 주시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독천존 서래음의 시선 깊숙한 곳에는 은은한 찬탄의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주제일독종, 독천존 서래음!
그 조차도 도수 무영의 기대에 흠뻑 빠져들고 만 것이다.
이윽고 독천존은 천천히 몸을 돌려 동부 속으로 들어갔다.
* * *
<제왕총(帝王塚).>
뚜벅 뚜벅!
무거운 발걸음소리와 함께
무영이 어둠에 싸여 있는 석로(石路)를 걸어가고 있었다.
수백 년 간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밀로,
제왕지로(帝王之路)!
이것이 바로 무영이 걸어가고 있는 석로의 이름이었다.
밀로의 끝에 자리한 대과벽을 연상시키 듯 육중한 철문(鐵門) 앞에는
한 명 서역노승의 시신이 좌화해 있었다.
좌화해 있는 노승의 얼굴엔 천하의 백팔번뇌가 모두 응집돼 있는 듯
일그러져 있었다.
-적족천존(赤足天尊).
노승은 바로 변황쌍천 중 적와천룡보찰의 최후 전인인 적족천존이었다.
"천존(天尊)! 소생이 다시 왔습니다."
무영은 적족천존의 좌화한 법체 앞에 서서 합장을 하였다.
"다시 오지 않으려 했으나…
마(魔)의 힘이 너무나 강대하여 천존의 금계를 깨지 않을 수 없어 다시 왔습니다."
무영은 적족천존에게 큰 죄라도 지은 듯히 탄식하였다.
"용서하십시오! 불사마후(不死魔后)를 깨울 작정입니다
. 그녀의 힘을 빌지 않으면 마(魔)가 천하를 파멸시키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무영의 입가에 쓰디쓴 고소가 피어올랐다.
"소생이 진정 강했다면 그녀의 힘을 빌지 않겠으나…
아직은 막강하지 못하기에 그녀를 깨워야만 합니다.
용서하십시오."
무영은 진심으로 죄스러운 마음으로 적족천존의 유체에 깊이 합장을 하였다.
이윽고 무영은 제왕총의 문 앞으로 다가섰다.
무영은 손목에 채워져 있는 낭야지존환을 벗어
철문에 새겨진 대막청랑(大漠靑狼)의 입 부분에 끼웠다.
순간,
그그긍…
둔중한 굉음과 함게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악마의 입이 벌어지듯 열렸다.
<낭야지존환(狼爺至尊環).>
그것은 징기스칸 철목진의 신물임과 동시에
제왕궁(帝王宮)을 여는 단 하나의 열쇠였던 것이다.
무영이 그러한 놀라운 비밀을 안 것은 최근이었다.
철문이 열리자 무영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 제왕궁 안은 수백 종의 기관함정이 있었으나
낭야지존환으로 인해 모두 해체된 상태였다.
만일 낭야지존환으로 기관함정을 해체하지 않았으면
천신(天神)이라도 십 보도 내딛지 못하고 가루로 변했을 것이다.
무영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지금까지 무영은 아흔 아홉 개의 석전(石殿)을 지나왔다.
그 지나온 각 석전마다 인세에서는 보기 힘든
형언불가의 무가지보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것이었다.
비급, 병기, 기진이보…
그러나, 무영은 그 같은 무가지보에 눈 한 번 돌림없이
마지막 일백 번째 석전 앞까지 온 것이다.
일백 번째,
그 석전은 호화스러움의 극치를 이룬 석실이었다.
여인의 규방과도 같이 화려하게 치장된 석실의 중앙에는
휘장이 길게 드리워진 커다란 상아 침상이 놓여 있었다.
무영은 커다란 상아침상을 바라보며 입가에 고소를 머금었다.
"징기스칸! 과연 대륙의 풍운아(風雲兒)요, 제왕(帝王) 중 제왕(帝王)이다.
비록 강시가 되었으나 한때 천년제일미인이라 불리던 불사마후를 위해
이 같은 배려를 해주다니!"
무영은 잠시 동안 서 있다가 침상으로 다가섰다.
침상 위에는 화려한 미(美)를 갖고 있는 한 명의 전라미인이 자는 듯 누워 있었다.
육 척에 가까운 장신의 이 서역(西域) 여인은
완벽에 가까운 균형잡힌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모발과 치모의 색이 불그레한 핏빛 색깔을 지녔으며
,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는 금방이라도 단내나는 뜨거운 숨결을 토해낼 듯한 여인…
-불사마후(不死魔后)!
천년제일미인으로 겁황의 애첩이었으면서도
겁황에게 반란(反亂)을 일으켰던 야심의 화신이었으며
동시에 적신마교를 창시했던 고금제일여마!
그녀가 세운 적신마교는 지상에서 사라졌으나
불사마후 자신은 천 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는 듯 살아 있는 것이다.
"저주스럽도록 아름답군."
무영은 전라의 불사마후를 바라보며 절로 신음을 발했다.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띈 불사마후의 미태는 가히 발군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 고금제일미인이라는 그녀의 미태에 그나마 접근하고 있는 것은
저 혈모(血母) 설리향 정도일까?
불사마후는 풍만한 젖가슴을 가리기라도 하듯
두 손을 가슴 앞에 포개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왼팔에 직경 한 자 반 정도의 타원형 방패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있었는 듯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불사천둔(不死天遁)!
마문 최강의 호신기병으로,
그 표면에는 살아 숨쉬는 듯한 아수라상의 모습이 문양되어 있었다.
그런 문양 속에는 불사마후를 천 년의 잠에서 깨울 수 있는
구결이 내재되어 있었다.
-불사회혼결(不死廻魂訣)!
그것은 누구나 시술할 수 있는 구결이었다.
그러나, 시술자의 정신력이 불사마후가 지니고 있는 정신력만 못하면
오히려 불사마후의 정신력에 의해 심령(心靈)이 파열되어 즉사하고 만다.
천 년간 누구도 불사마후를 깨울 엄두를 못 낸 것은 그 때문이었다.
"당신의 평화로운 잠을 깨우는 나를 용서하시오, 불사마후."
무영은 불사마후 앞에 마주 앉으며 말했다.
이어 불사마후를 깨울 수 있는 불사회혼결대로
구결을 외우기 시작했다.
순간,
스으 스으!
점차 시간이 흐를 수록
석실 안은 괴이한 사기(邪氣)로 뒤덮이기 시작하였다.
불사마후! 천년최강의 여마가 이제 깨어나려는 순간이었다.
과연 그녀의 회생은 천하에 화(禍)가 될 것인가,
아니면 복(福)이 될 것인가?
이곳은 제왕(帝王)의 무덤, 제왕총(帝王塚)이었다.
* * *
천울림(天鬱林).
구마서원을 감추고 있는 빽빽한 천울림의 고목들은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무영원(無影院).>
구마서원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무영의 거처였다.
한데 주인없는 무영원의 창가에
그림처럼 앉아 정성스레 바느질을 하고 있는 한 명의 여인이 있었다.
륜차에 몸을 의지하였으며 어딘가 모르게 병약해 보이는 백의미인이었다.
그녀의 옥용에는 우수의 그림자가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사각 사각!
여인은 온 정신을 모아 섬섬옥수를 놀려
한 벌의 장삼을 정성을 다해 짓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이미 만들어진 십여 벌의 장포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다지관음(多智觀音) 백리우혜!
구마총림의 두뇌이자 안주인이 될 지혜로운 여인.
지금, 백리우혜가 짓고 있는 장포는
바로 무영을 위해 정성껏 만드는 장포였다.
그때 ,
"나는 정말 눈이 먼 놈이었다."
온 정신을 모아 바느질을 하고 있는 백리우혜의 모습을 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무영이었다.
그는 울울창창한 나무 그늘 아래 서서 백리우혜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아내감을 바로 옆에 두고도 깨닫지 못했으니…
그렇지 않소,
마후(魔后)?"
무영은 고개를 돌려 뒤돌아 보았다.
무영의 뒤,
무영보다 결코 작지 않은 체구를 지닌 한 명의 여인이 우뚝 서 있었다.
육 척에 가까운 훤칠한 체구에 고풍스런 전포와 투구를 쓴,
타오를 듯 붉은 모발의 여전사.
여전사의 투구 사이로 한쌍의 봉목이 모호한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최강의 여마종인 불사마후(不死魔后)였다.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가장 사랑한 최초의 이성이 누구였는지를…!'
무영은 백리우혜의 모습을 훔쳐보며 미소를 지었다.
막연한 동경의 대상인 벽하(碧霞)공주보다도,
자신의 분신을 잉태한 호접지존 능희연보다도
무영의 마음을 가장 많이 차지한 여인은
바로 다지관음 백리우혜였다는 것을 그는 비로소 깨달은 것이었다.
무영의 입가에 오랜 방황 끝에 집으로 돌아온 탕아처럼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
백리우혜는 나직한 비명을 토했다
. 예리한 바늘 끝이 그녀의 손 끝을 찌른 것이었다.
삽시간에 피는 그녀의 손 끝을 적색으로 물들였다.
"갑자기 마음이 산란해지다니…"
백리우혜는 나직이 탄식을 토하며 손 끝에 맺힌 피를 닦으려 하였다.
그때,
"내가 닦아줄까?"
부드러운 목소리가 백리우혜의 뒤에서 들려왔다.
이어 하나의 큼직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쥐어
자신의 입술로 손 끝에 맺힌 피를 빨아주었다.
순간 백리우혜의 교구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꿈에도 그리던 얼굴,
다소 파리해진 정인(情人)의 얼굴이 바로 그녀의 앞에 서서
싱긋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의 상처를 빨아주고 있는 것이다.
"상…상공!"
백리우혜는 봉목으로 이슬방울을 굴리며
무영이 가슴에 그대로 안기고 말았다.
"하하! 울보가 되었군. 못 본 사이에…!"
무영은 호탕한 대소를 터뜨리며 백리우혜의 교구를 끌어안았다.
"흑! 상공…!"
가녀린 백리우혜의 교구는 무영의 넓은 가슴에 파묻혀 들썩이고 있었다.
무영은 그런 그녀의 윤기 흐르는 머리결을 쓰다듬었다.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겠소. 이제는 다른 누구보다도 우혜 당신을 위해 살 것이오!)
무영은 백리우혜가 날아가 버릴 세라 그녀의 허리를 으스러지게 끌어 안았다.
한데,
"쳇! 정말 모시기 힘든 주인이로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창문 밖, 그곳에 두 명의 인물이 서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거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미인과 회색몽면의 인물,
바로 병채상아 혁련화령과 환귀이었다.
그들은 한 달 전부터 구마서원에 돌아와
백리우혜의 시중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돌아오기만 하면 우혜언니를 울린 책임을 따질까 했는데…
우혜언니의 얼굴을 보니 그만 두어야겠네요!"
혁련화령은 기지개를 커듯 팔을 들어올리며 무영원에서 멀어져 갔다.
그런 그녀의 눈길에는 한 가닥의 쓸쓸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환귀도 그답지 않게 몽면 속에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는 연신 히죽 웃으며 혁련화령의 뒤를 따랐다.
"내 아내가 되어 주겠소?"
무영은 자신의 무릎에 앉혀진 백리우혜를 내려다보며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순간,
"아…!"
백리우혜의 작은 입술 사이로 나직한 규성이 흘러나왔다.
이어, 그녀는 장미빛으로 두 볼을 물들이며 고개를 떨구었다.
"네… 기꺼이…"
백리우혜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응답하며
무영의 가슴 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내 바람기 때문에 평생 속끓을 텐데도 나의 아내가 되겠소?"
무영은 그녀를 쓸며 격동의 물음을 던졌다.
"당신이 천첩을 잊지만 않으신다면…"
백리우혜는 살포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능희연이라고…
호접환희궁의 여주인의 뱃 속에 나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데도?"
무영은 계속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 걸요."
백리우혜는 무영을 올려다보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신첩은 몸이 약해 당신의 아이를 갖지 못할지도 몰라요.
그런 제대신 당신의 아이를 갖아 준 능희연 언니에게…
저는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걸요."
이 여인은 얼굴 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왔다.
결국,
"우혜!"
무영의 입에서는 당연한 감격의 말이 터져나왔고,
그 죄로 여인의 교구는 으스러지도록
굳건한 사내의 품에 안기우고 말았다.
"아아! 무영…!"
백리우혜는 무영의 품 안에서 전신이 움츠러 들 듯한 행복감에
전율의 환희성을 발했다.
어느 덧, 무영의 손길이 자신의 상의자락 속을 헤집고 있었다.
하지만 백리우혜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의 육신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었기에...!
만일 무영이 손을 내밀었으면
언제라도 백리우혜를 소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동정을 생면부지인 능희연에게 바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사르륵…!
상의에 이어 치맛자락이 흘러내리고
, 무영의 육중한 몸이 백리우혜의 가녀린 몸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바위에 눌리는 듯한 중압감을 느끼면서도
백리우혜는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
다만, 처녀의 수줍음은 어쩔 수 없었는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을 뿐이었다.
무영은 그런 그녀를 능희연과의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과 배려로
아주 세심하게 다루었다.
그도 이제는 어찌하면 여체의 문을 열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정성을 다한 끝에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한 무영은
백리우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이제 평생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격렬하면서도 강인한 격동이 백리우혜의 가장 은밀한 곳에서 일어났다.
백리우혜는 오랫동안 무영을 위해 가꿔온 화원 가득히
무영의 실체를 느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 백리우혜를 무영은 정성을 다해 안아주었다.
무영과 백리우혜,
오래전에 정해진 두 미혼부부가 드디어 완벽하게 하나가 된 것이다.
"하아아! 무영…!"
밖은 아직 한낮의 태양이 환하게 밝아 있는데,
한 잎 두 잎 떨어져 내리는 붉은 단풍잎 사이로
백리우혜의 환희성이 끊일 듯 끊일 듯 이어져 울렸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秋)이었다.
* * *
"벽하공주(碧霞公主)가 실종되었다고?"
무영은 확인하듯 되물었다.
백리우혜와 무영은 침상 위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들은 이미 거푸 두 차례에 걸쳐 뜨겁고도 달콤한 사랑을 나눈 뒤였다.
"그래요! 당신이 팔황마전으로 떠날 무렵,
돌연 벽하궁(碧霞宮)에서 실종되었어요.
그녀를 호위하던 사대천왕(四大天王)과 함께…!"
백리우혜는 나른한 표정으로 무영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입가에는 한 줄기 안도의 미소가 어려 있었다.
무영이 벽하공주의 실종소식을 듣고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백리우혜도 어쩔 수 없는 여인이었기에,
그녀의 가슴에는 늘 벽하공주에 대한 질투심과 열등감이 어려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무영이 벽하공주에게 푹 빠져 있었던 것을 아는 그녀였다.
"단서 같은 것은 없소?"
무영은 사랑스런 아내의 머리결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전혀요!"
백리우혜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황궁고수들도 모르게 실종되고 말았어요!"
벽하공주(碧霞公主)!
그녀는 한 달 반 전 돌연 실종되고 말았다.
그 이전 태행산에서 사라졌던 설후 사옥경을 제외한 사대천왕도 함께…
그 때문에 황궁(皇宮)은 발칵 뒤집혀졌고,
대노한 황제는 십만에 가까운 황실고수를 풀어 벽하공주의 행방을 찾았다.
그러나, 오리무중(五里霧中)…
벽하공주의 종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누가 벽하공주를 납치했을까?
혈왕 나백? 아니면 제삼(第三)의 세력일까?'
무영은 내심 침음성을 삼키며 검미를 찌푸렸다.
백리우혜에 대한 사랑으로 벽하공주에 대한 열정이 식었어도
무영은 그녀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스- 윽!
"소개시킬 사람이 있소."
무영은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키며 말문을 열었다.
백리우혜는 수줍게 옥용을 붉히며 따라 일어났다.
"마후(魔后), 들어오시오!"
무영이 문 밖에 대고 일성을 발하자 순간,
스스스…!
침실 문 앞으로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마치 바닥에서 피어오르듯 출현한 여인은
고풍스런 전포를 걸치고 왼손엔 방패를 든 여전사였다.
불사마후(不死魔后)!
바로 천년제일미인(千年第一美人)이라 불리웠던 그녀였다.
"불사마후?"
박학다식한 백리우혜는 한눈에 그녀의 정체를 알아보며
흠칫 안색을 굳혔다.
"그렇소!"
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그녀를 깨웠소."
"성급하시지 않으셨나요? 불사마후를 깨우신 것이…"
그의 말에 백리우혜는 아미를 가볍게 찌푸렸다.
무영은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려
천혜(天慧)가 넘쳐 흐르는 봉목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내일 대막으로 떠날 것이오!"
순간,
바르르…
백리우혜의 교구로 잔경련이 스쳐지나 갔다.
그러나, 그녀는 무영의 대막행 이유를 묻지 않았다.
"마각이 드러난 이상 혈왕 나백은 본격적으로 무림공략을 시작할 것이오!"
무영은 백리우혜의 떨리는 교구를 보듬어 안았다.
"혈왕문(血王門)이 일으키는 겁란은…
고금초유의 지독한 것이 될 거요!
내가 대막에 다녀오는 동안…
불사마후의 도움을 받아 혈왕 나백의 야심을 저지해 주시오!"
"알았어요, 상공!"
백리우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영의 억센 손을 꼬옥 부여 잡았다.
'나는 늘 우혜에게 힘이 되어 주기는 커녕 우혜에게 격려만을 받는 입장이니…'
무영은 한 줄기 죄스런 마음이 일어남을 느끼며 백리우혜의 옥용을 쓰다듬었다.
"많은 문파가 쓰러지고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나,
내게는 아직 그들 전부를 구해줄 능력이 없소."
"당신은 최선을 다하신 거예요."
백리우혜는 촉촉한 눈길을 들어 무영을 올려다 보았다.
"팔황마전으로 가시오.
그곳에 우혜를 보고 싶어 안달을 하시는 분이 계실 것이오.
그 분은… 나의 어머니요!"
"어머님이시라고요?"
뜻밖의 말에 백리우혜는 깜짝 놀랐다.
무영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화부인 온유향이란 분으로 철사대제의 첩실이었던 여장부요,
나는 그 분을 의모로 모셨소!"
"축하해요, 상공!"
백리우혜는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첩신도 한시 바삐 그 분을 뵙고 인사를 드려야겠어요!"
그런 백리우혜를 내려다보는 무영의 얼굴로 한 줄기 짓궂은 미소가 감돌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의모님을 뵙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오!"
"어맛!"
어디를 어떻게 무엇으로 건드린 것일까?
일순, 백리우혜의 입에서 뾰족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무영은 그런 그녀를 육중한 몸으로 짓누르고 있었다.
"안 돼요! 불사마후가 보고 있잖아요!"
말은 안 된다고 하면서도 그녀의 몸은 연신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었다.
또한, 입에서도 점차 들뜬 신음이 어리고…
"상관없소! 그녀는 입이 무거운 여자니까!"
슥…!
무영은 백리우혜의 한쌍 백옥기둥을 위로 치켜올리며
자신의 몸을 깊숙이 파묻어갔다.
"무영…!"
백리우혜의 머리는 일순 아무런 상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양손은 화사(花蛇)처럼 무영의 목을 휘감았고,
붉은 앵두빛 입술에서는 그것보다 더욱 뜨거운 열기가 헐떡이며 흘러나왔다.
열풍(熱風)의 해일…
사랑의 소야곡은 월궁(月宮)의 항아에게까지 미처,
신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다지관음 백리우혜,
언듯 병약한 듯 보이나 기실 그녀의 몸매는 풍염하기 그지없었다.
한없이 빨려드는 대지(大地)의 여신(女神)같이 풍요로운 여인
어느 덧, 가을의 밤은 천울림을 푸근히 뒤덮었다.
사랑의 열락은 더욱 타오르고…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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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항상 감사드리면서 ,독,하고 있읍니다 싸,
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잘봅니다..^^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