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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인은 '죽겠다'는 말을 잘 쓰는가? 한국인처럼 죽는다는 말을 자주 쓰는 사람은 없다. 졸려 죽겠다, 피곤해 죽겠다, 미워죽겠다, 외로워 죽겠다. 그러니까 한국인은 ‘죽겠다’는 말에서 해가 뜨고, ‘죽겠다’는 말에서 해가 진다고 할 정도다. 좋을때는 좋아서 죽겠고, 기쁠때는 기뻐서 죽겠고, 헤어지면 보고 싶어서 죽겠고, 또 만나면 반가워서 죽겠다고 한다. 심지어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표현을 쓴다. 감정 표현만이 아니라 생명이 없는 것에서도 '죽는다'는 말을 쓴다. 풀이 죽고, 시계가 죽고, 맛이 죽는다. 21세기 문명의 최첨단 속에 살아가고 시대에 우리는 컴퓨터가 다운되었을때도 컴퓨터가 '죽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아주 쉽게 '죽여 버린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우리가 외국에 나가 살면 한국에서처럼 '죽인다'는 말을 자주 했다가는 어쩌면 살인미수죄에 걸리지 않을까 할 정도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죽인다'는 말이 그렇게 살벌한 게 아니다. 지극히 평화롭고 화기애애한 장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소리가 좀 크면 '볼륨을 죽이라'고 하고, 멋있는 장면이 나오면 '죽여준다'라고 한다. 바둑이나 장기든 한국인이 모여 노는 자리에 가면 죽고 죽이는 것이 기본이다. 이렇게 '죽는다'는 말을 잘 쓰는 우리 한국인!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쩌면 한국인이 ‘죽음’이라는 말을 잘 쓴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말해 그만큼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사실 '죽음과 삶'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졌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죽음이 와도 여전히 의미있는 것을 얻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어리석은 자는 항상 삶 뒤에 죽음이 온다고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죽음 뒤에 삶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생사결단'이라 하지 않고 '사생결단'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생과 사의 순서를 뒤집어 '죽기 아니면 살기'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러기에 우리 선조들은 인생(人生)을 생사(生死)라고 하였다. 그것을 순수한 우리말로 옮기면 ‘죽살이’라는 표현이기도 하다. 즉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자는 논리다. 그것이 한국인이 죽겠다는 말을 잘 쓰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인생’을 옛 한국말로 '죽살이(죽고 사는 것)"라고 한 것을 보더라도 죽음을 생보다 앞세우는 한국인의 철학적 표현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닐 것이다. -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원장 강춘근 - |
첫댓글 그렇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