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오늘.. 이른 아침..
아직 잠에서 채 깨어나기도 전에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발신인을 보니 '이정노'..
중학교 1학년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나
당시까지 36년의 우정을 이어오던
고등학교 국어 선생을 하고 있던 절친이었다
그러나.. 언제든 반가웠던 그 친구의 전화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 앉으며 왠지 모를
불길함에 휩싸였다
경험적으로
밤 늦은 시간이나 이른 아침의 전화는
희소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아마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특히.. 친구와는 바로 일주일 전 쯤
그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해와 짧은 통화를
나눈적이 있었다
통화의 내용은 남자 친구들끼리의 통화가
늘 그렇듯 그다지 살갑지 않은 의례적인..
별일 없냐? 조만간 만나서 술한잔 하자~는
안부 인사..
그리고 그 대화 끝에 그 친구는..
자기가 얼마전 학교에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얘기를 했었다
깜짝 놀라 무엇때문인지 자초지종을 물으니
여러가지 스트레스로 심장에 무리가 온 탓인지
심장이 좋지 않아 심장 스텐트 삽입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 입원해야 했던 것이 아니라서
연락하지 않았으니 너무 걱정 하지말고
조만간 오랜만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며
시간을 정해놓지 않은 약속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었다
결국.. 그게 친구의 마지막 작별의 목소리
였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었다
그런 까닭에..더 큰 불길함에 휩싸여
전화 수신 버튼을 누르자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저~이정노 씨 친구분 되시죠?
......
역시.. 더 듣지 않아도 내 예감이 맞았구나~
그 뒤의 얘기는 어느 병원...이라는 내용과
수화기 너머의 흐느낌 소리..
그렇게 꼭 10년전..
나는 나의 절친과 이승에서의 영원한
이별을 했다
그때가 아니라 그로부터 적어도 20년
30년후쯤의 부고 였다면 그래도 그리
황망하지는 않았으련만..
친구를 보내고 후회를 했다
그럴줄 알았더라면.. 일주일전쯤의 통화때
약속 아닌 약속의.. "조만간 한번"이 아니라
"내일"로 약속을 정하여..진짜로 얼굴 한번
봤어야 하는건데...
오랜 친구는 서로에게 너무도 익숙하기에
일년을 못보며 지내다가 다시 만나도
엊그제 만났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어쩌면 항상 약속의 최선순위가 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후순위가 되어버리는 탓에
끝끝내 친구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 여행을 떠나기전.. 배웅의 술 한잔 따라주지
못했던 후회..
하지만 친구야.. 정노야~
비록 내가 불민하고 무심했던 탓에..
그때는 너를 만나 네가 떠나기전 영결의 술잔을
주고 받진 못했지만.. 아직도 난 너를 내 가슴에
두어.. 내가 외롭고 쓸쓸할때..불현듯 내 친구가
보고플때..너와 함께 마음의 술잔을 나눈단다
친구야.. 보고싶다
이미 10년이 지났고..또 10년이 지나고
다시 10년이 더 지나도.. 보고싶을 친구야~
흔치 않아야 할 사나이의 눈물..
네 10주기를 맞아 네게 다시 보인다
내 친구 정노야~
첫댓글 아까운 나이에 안타까운 사연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