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경기도립극단에 이어 두 번째로 창단한 강원도립극단이 출범 2년을 훌쩍 넘기며 정착기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극단 ‘파람불’이 올해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연출·연기상을 휩쓸며 도 연극계의 실력을 전국에 알렸다. 이에 극단이 활동하는 속초를 중심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시·군립극단 창단 움직임이 일자 연극인들은 도내 연극계 활성화와 복지 증진에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러나 높아지는 위상과는 다르게 일부 전업 연극인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도내 연극계 실태와 대안을 짚어본다.
■ 전업배우, 생계는 ‘알바’
전업배우인 A씨는 최근 모 극단의 객원 배우로 캐스팅됐다. 다행히 이번 작품에서는 주연을 맡아 활약 중이지만 작품이 끝나면 뚜렷한 계획이 없어 걱정이다. 운이 좋으면 공백기 없이 다른 작품에 투입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다른 공연팀의 무대팀에서 일 하거나 조명 일을 거들며 다음 작품을 알아봐야 한다. 이렇게 때문에 작품과 작품 사이 공백기간은 배우들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다.
A씨는 “공백기에 다른 극단의 무대장치 일을 맡는 것은 그나마 잘 풀린 경우”라며 “주변 대부분의 전업배우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마저도 작품에 들어갈 경우 연습에 매진해야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단기 위주로 할 수 밖에 없다. A씨는 “남자배우들은 편의점이나 이삿짐센터 혹은 일용직을 전전하고 여자 배우의 경우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당 출연료도 일정하지 않다. 관객이 많이 들어 표 판매 수입이 있을 경우 50만∼60만원, 그렇지 못할 경우 20만∼30만원 가량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연극계의 전언이다.
■ 직장인 배우, 개런티 ‘0원’
연극배우이자 직장인이기도 한 B씨. B씨가 소속된 극단은 배우 개런티가 없다. 연습실 사용료, 무대 세트, 조명기사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에도 극단 살림이 빠듯하기 때문.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2∼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치는데 월세 35만원짜리 연습실 사용료로 100여만원, 무대 세트제작에 200만∼300만원이 든다. 또 공연장 대관료, 배우 식대, 홍보물 제작 등 부수적으로 사용되는 비용까지 합하면 작품당 1000만원에 가까운 예산이 든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문화예술 보조금이 있지만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B씨는 “지원도 많아야 500만원이라 지원금만으로는 충당이 안된다”며 “그마저도 지원 받으려는 극단이 많아 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 도내 연극배우 30% 전업
도 연극협회에 따르면 도내 활동 극단은 총 29개로 이중 22곳이 협회에 가입돼 있다. 400여명의 연극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 중 30%정도인 120여명이 전업배우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고용형태가 불규칙한 연극배우의 경우 일부 극단을 제외하고는 4대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2011년 1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로 사망하자 이를 계기로 ‘최고은법’이라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예술계 현장에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예술활동이나 가난한 정도를 증명해야 하고 심사하는 데 3개월이나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해규 도연극협회장은 “일부 연극인들의 경우 고정 수입이 없고 불규칙적으로 받는 개런티도 핸드폰 요금이나 밥값 정도여서 생활고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연극인 강사풀제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영옥 okisoul@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