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맡기는 곳’이라는 말을 들으면 연상되는 기관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은행은 물론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를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고객의 예금을 맡아주고 그에 상응하는 금리를 적용, 이자를 주는 곳이다.
그런데 돈이 아니라 ‘땅’을 맡길 수 있는 은행도 있다.
바로 한국농어촌공사(이하 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이다.
이 은행에서는 땅을 맡기면 적당한 임차인을 찾아줘 임대수익을 내주거나
심지어 적당한 곳을 찾아 매각해 주기도 한다.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농지은행은 농지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지와 관련된 사업은 대부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농지임대 및 매매수탁, 농지매입비축, 농지교환 및 분합,
과수원매매(임대차) 등이 있다.
농지은행은 이처럼 토지를 매개체로 하는 공급과 수요의 중개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낙찰받은 땅의 사용수익 계획이 없거나 계획이 있었지만 여기에 차질이 생긴 낙찰자들에게도
훌륭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농지은행을 이용하는 기본적인 구조는 은행과 비슷하다.
쉽게 말해 농지은행이 은행처럼 농지를 빌릴 사람을 찾고,
그 뒤에는 마치 부동산중개사무소처럼 소유자와 임차인 간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은행과 중개사무소 기능이 합쳐져 있는 것이다.
즉, 예금주랄 수 있는 농지 소유자가 농지은행에 농지임대를 위탁하면 농지은행은
그 농지를 사용할 임차인을 물색, 선정하고 임대차 계약을 제안하게 된다.
임차료 역시 이 과정에서 농지은행이 사전에 임차인과 협상을 진행한 뒤,
농지 소유자에게 제시하고 의사를 묻게 된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임차료(연간 기준, 수탁수수료 5% 공제)는 소유자 계좌로 지급약정일에 이체된다.
특히 임차인이 지급약정일까지 임차료를 내지 않을 경우에는 공사에서 대신 지급한다.
단 임차료는 「영농규모화사업 업무지침」에 따라 공사에서 정한 임차료 상한을 초과할 수 없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 중에는 무조건 농지를 낙찰받아 농지은행에 맡기겠다는
성급한 생각을 하는 분도 분명 계실 수 있다.
그러나 농지은행이라고 ‘땅 파서 장사(?)하는 것’ 은 아니다.
농지은행이 제시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농지만 이 같은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농지은행에 임대를 위탁의뢰할 수 있는 농지는 실제 농업경영에 이용되고 있는
전과 답, 과수원으로 한정된다. 여기에 부속된 농업용 시설도 함께 위탁이 가능하다.
아울러 위탁이 제외되는 농지 조건도 분명히 규정돼 있다.
대표적으로 1000㎡ 미만 소규모 농지는 위탁이 불가능하며
2인 이상이 공유하는 농지 일부분의 위탁도 불가능하다.
이 밖에 자연재해로 형질이 변경되거나 유휴화되어 농작물 경작에 부적합한 농지,
소유권 이외 권리나 처분상 제한이 있는 농지 등도 위탁이 불가능하다.
요컨대 실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 안좋은 농지라거나,
농지에 부속된 권리관계가 명확·안전하지 않아 임차인의 정상적인 사용에 제약이 걸릴 공산이
큰 농지는 대부분 이런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이해일 것이다.
따라서 농지은행을 통해 사용수익을 내는 방안 자체에만 몰두한 나머지
농지은행이 받아주지 않을 농지에 입찰표를 써내는 행위는 실로 앞뒤가 뒤바뀐 어리석은 것일 수 있다.
법정지상권이나 분묘기지권, 유치권 등 특수권리가 설정된 토지 역시
농지은행이 받아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농지은행에 대해 경작에 문제없고 권리도 정상적인 토지를 낙찰받은 후
마땅한 사용수익 방안이 없을 때 활용 가능한 하나의 방안 정도로 인식하시면 좋을 것 같다.
농지은행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농지은행 홈페이지(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