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 정선례
무더운 여름을 지나 선선해지는 9월부터 지역별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40대 젊은 날 마라톤 동호회 가입해서 뛰었던 경험이 아스라이 떠올라 지역별로 마라톤 대회 일정을 컴퓨터에서 찾았다. 22회 강진 청자 마라톤대회 5km와 16회 정남진 장흥 마라톤 대회 5km 참가 완주 목표를 세웠다. 숲길 걷기를 즐겨하여 하루 평균만 오천 보 정도 걷기를 매일 하지만 뛰는 건 부담스럽다. 평소 꾸준히 연습하지 않아서이다. 예전에는 10km 순위에 들어 메달과 지역 상품을 부상으로 받아 오기도 했었는데 나이가 있어서인지 요새는 체력이 떨어져 완주하는 데 만족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대회가 한 달여 남았으니 연습은 아침저녁으로 집 주변을 읍에 나가면 종합운동장을 뛰기로 마음먹었다. 크게 아팠던 경험에 마음과 몸이 움츠러든다.
작년에는 연습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자 마라톤대회 건강 코스 5km 도전했는데 몸이 운동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무사히 결승선을 통과해 완주 메달을 받았다. 대회는 보통 지역축제와 연계해서 열리는데 경기 당일에는 1시간 30분 전에는 대회 장소에 도착해야 주차며 번호표를 받고 여유롭게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 신나는 댄스팀의 공연으로 흥겨운 음악에 운동장은 후끈 달아오른다. 출발 30분 전에는 단체로 몸풀기 시범에 따라 근육과 관절을 풀어 주며 긴장된 마음을 푼다. 기념품으로 나눠 준 티셔츠를 입고 뛰는 이들은 마라톤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자들이고 마라톤화에 선글라스 런닝복을 갖춰입은 이들은 동호회에서 참가한 선수들이다.
진행자의 출발 구령에 맞춰 하프 코스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바로 뒤에서 대기 중이던 10km 참가자들이 시간을 두고 따른다. 드디어 우리 차례 5, 4, 3, 2, 1 출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으로 뛰어나간다. 나는 맨 앞에 서서 출발했다. 앞서가는 이들을 따라잡기는 커녕 다들 나를 앞지른다. 평소에 훈련하지 않은 결과이다. 3km 지날 무렵부터 사람들과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숨이 차오르며 자꾸 걷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뛰는 걸 멈추고 걸어 버리면 속도 조절이 힘들 것 같았지만 너무 힘들어서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반환점이 보였다. 신명나는 사물놀이패의 응원 덕분에 저절로 힘이 난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였더니 오르막인데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릴 즈음 저 앞에 골인 지점이 보이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드디어 결승선 통과, 해냈다는 뿌듯함이 숨가쁘게 뛰었던 고통을 일시에 잊게 한다.
마라톤은 연령이나 성별 불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끼리 참가하는 이들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보기에 좋다. 예전에 같이 운동했던 이들을 만나 무대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다음 대회 참가 약속을 하며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