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만 하여도 바라만 보아도 가슴 먹먹한 이름, 엄마! 병원 침상 하나가 엄마가 머무는 전부가 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날이 갈수록 기억력은 상실되고, 육신은 앙상한 겨울나무가 되어간다.
오늘도 엄마는 문안 온 장녀를 아버지로 착각하시고, 하얗게 웃는다.
"여보, 어디갔다가 이제 오는거야! 보고 싶었어"
엄마는 금새 눈물을 주르륵 흘리신다.
"당신이 좋아하는 호떡 사러 갔다 왔지." 나는 능청맞게 엄마의 당신이 되어 윤기 없는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장녀인 나는 유독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내 나이 스무 살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딸 사랑이 지극했다. 국화빵을 찍어낸 듯이 당신을 닮은 딸의 손을 잡고 산보 다니기를 좋아하셨다. 민들레가 노랗게 핀 봄날에 딸을 목마를 태우고 '어하 둥둥 내사랑'을 연거푸 읊어대며 봄바람 살랑이는 들길을 힘드신지도 모르고 덩실덩실 걸으셨다. 어쩌면 엄마도 곧 아버지를 따라가실 모양이다. 호떡을 사오면 무엇하겠나. 드시지도 못하고, 그것을 바라보고도 호떡인지도 모르시는 것을.
면회시간이 다 되었나보다. 안내원이 멀리서 손짓을 한다. 나는 엄마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나즈막히 속삭인다.
"여보! 당신이 좋아하는 호떡 사 가지고 다음에 또 올게."
"싫어 싫어 가지마."
뒤 돌아선 나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