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한중일 관계개선 민간도 나서자 - 9>
일본 젊은이들이 찾아온 한일 문화교류의 두 현장
강제징용 배상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던 한일관계가 윤석열 정부의 등장을 계기로 서로의 관계개선에 노력하는 분위기로 급선회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한일 민간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본란을 통해 8회에 걸친 연속기획으로 한중일 관계개선 과제를 다루어 왔다. 금년에는 코로나의 어둠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한일 간의 민간교류가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27일 12시 동대신동 초량왜관연구회(회장 강석환) 회의실에서는 일본의 전통예술인 <노(能)>를 설명하고 직접 시연하는 모임이 열렸다. 후쿠오카 출신의 <노> 계승자인 이마무라 씨(1980년생)가 일본의 <노>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도 하고 직접 시범도 보였다. 그는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노>가 안타까워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후쿠오카 오호리<노가쿠도(能樂堂)>에서 <노>를 알리고 공연하고 있다.
<노>는 일본 가마쿠라 시대 농경의례에서 유래한 덴가쿠(田樂)와 승려들이 법회 후에 연회에서 공연한 엔넨(延年)의 춤이나 노래 등이 섞여 무로마치 시대 초기에 <노>의 원형이 생겼다. 가면을 쓴 주인공이 천천히 움직이며 소리를 하고 뒤에 앉은 네 사람이 피리, 작은 장구의 고쓰즈미, 큰 장구의 오쓰즈미, 북의 다이코를 들고 동작에 맞춰 연주를 한다.
이마무라 씨는 천년 이상 이어져 온 일본의 전통예술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데 가까운 부산에는 언제라도 와서 공연할 수 있도록 자주 불러달라고 했다.
다음 날인 28일 오후 4시, (사)부산한일친선협회 사무실에 도쿄대학 1, 2학년생으로 이루어진 차와비요리(茶話日和)라는 동아리모임 회원 11명이 찾아왔다. 차와비요리는 도쿄대학 학생과 졸업생이 주된 회원으로 동아시아의 사람과 생활, 문화를 배우고 알리는 웹매거진 중심 활동모임이라고 한다.
이날 모임에는 주부산일본총영사관의 쿠리타 수석영사, 부산일본인회 이이부치 회장 등 회원, 부산한일친선협회 김영춘 회장 등 회원 7명이 참석해 2시간 동안 열띤 질문과 답변, 토론이 이어졌다.
이이부치 회장의 사회로 삼삼오오로 나뉘어 분임토의가 이루어졌는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일본의 젊은 대학생들이 한국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한 자리였던 것 같다. 반일 감정과 그 해소방안, 민간교류 확대를 위한 한일친선협회의 역할, 일본어를 공부한 계기,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 일본이 반성해야 할 점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한국을 이해하기 위한 젊은 학생들의 노력이 가상했다.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이이부치 회장이 “한국에서 생활한 지 51년 되었지만 이렇게 도쿄대학생들을 부산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사했다.
김영춘 회장은 “일본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도쿄대학생 여러분 중에서 일본을 이끌어나갈 총리대신, 석학, 대기업가 등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한일 우호협력을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