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서원 1년을 돌아보며
18기 이현진
시간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그것도 아주 잘 간다. 로고스서원에 온 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마지막 모임을 하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크지는 않지만 작은 변화들이 나에게 있었다. 그 변화들을 살펴보니, 앞으로 더 발전할 모습도 기대가 된다.
모임에 오기 전, 나는 생각 없이 살았다. 하루하루 닥치는 대로 살았기에, 딱히 생각을 할 여가가 없었다. 책도 당연히 많이 읽지 못했다. 책에 둘러싸여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다니! 책을 읽어야 좀 더 깊은 생각을 할 텐데, 그렇게 못하였다. 무엇이 그리도 바빴는지, 스스로 지쳐가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은 또 어찌나 심했던가! 처음부터 완벽하고 예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글의 진도를 내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썼다가 지우는 일이 많아 한 문단을 완성시키기도 어려웠다.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나의 마음가짐에도 문제가 있었다. 나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본다는 것을, 나는 심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물론, 독자를 배려하고 고려하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 과도하게 고민을 하다보니, 내 생각을 솔직히 쓰기 보다는 남들이 보기에 좋은 글,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기에 편한 글만을 쓰려고 했던 것 같다.
로고스 모임을 통하여 책을 읽는 습관도 많이 회복되었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 것이 늘 목표이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몸에 배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종이 책이 아닌 다양한 ‘사람 책’을 만난 것도 참 감사하다. 지난 시간 동안 함께 모여 글을 나누고 생각을 나눈 그 분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는 예전보다 넓은 시야,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에 자신감이 생기고 속도가 붙은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이제는 먼저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대충 떠올리고 크게 뼈대를 그려 본다. 그 이후에 뼈대에 맞추어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일단은 마구 쓴다. 쓰다가 막히면 다른 문단의 것을 쭉 써본다.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쓰고, 마지막에 글의 흐름에 맞게 정리를 한다. 이런 방법을 터득하고 나니, 글 한 편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많이 절약되었고,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적어졌다.
글을 통해 나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좀 더 솔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여 글을 쓸 때에는, 나 자신을 자꾸 속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나의 상황과 생각, 감정들을 글을 통해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글이 다른 이들에게 더 큰 감동과 자극을 준다는 것도, 이 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제 글쓰기 모임은 끝났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멈출 생각이 없다. 일단, 9월 안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려 한다. 지난 여름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를 담을 예정이다. 이것은 지난 1년 동안 글쓰기 모임을 통해 얻은 성취감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간직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내가 가장 애정을 담고 있는 ‘도서관’에 관한 책도 꼭 쓰고 싶다. 언제나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던 꿈 중에 하나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도 나의 글쓰기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도 않고 계속될 것이다.
첫댓글 18기 수료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공감이 되고 다시 도전이 되는 글이네요~
책(삶)을 통해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창조의 작업이지요.
18기분들 참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