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해마다 돌아오는 장마철에는 기억 속에 자리하던
고소한 추억들이 보글거립니다
하늘이 뚫린 듯 퍼붓는 빗속에서도
긴 논둑을
오가시며 논물을 보시고
밭 이랑을 돌아 곡식들이 무사한지 아침저녁으로
발소리로 다독여 키우시던 곡식들은 대답이라도
하듯
푸른빛을 더 푸르게 키워갔었지요
나무 울타리를 타고 커가던 호박이
아버지 주먹만 한 것들만 골라 따고 부추며
막 맛을 내려는 풋고추도 따 넣고
들기름
고소하게 풍기며 지글지글 부침 게를 부치시던
어머님 치맛자락엔 가족들을 향한 사랑이 따라다녔지요
초가지붕 처마끝으로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물을 손을 뻗어
동생들과 장난을 치다가 집앞 작은 도랑으로나가
물장난을 하다 보면 우릴
부르던 어머님 목소리는
지금도 아득히 들일듯하답니다
여름의 주식이던 감자찜이랑 시원한 국물에 말아 먹던
국수 생각도 맛을 불러대곤 하네요
산골 마을에 밤이 찾아들면 평상에 둘러앉자
저녁을 먹고
그 옆엔 풀잎으로 모깃불을 피워 눈이 매우면
마당에 깔아둔 멍석 위에 누워 별자리를 찾다가 잠이 들곤 했지요
아직도 가슴속에 이리도 많은 추억이 꿈틀거리는데
아버지는
저희보다 매시간시간 어머님이 그리우리라 여겨집니다
그 속마음 다
알아듣지 못하는 자식들은
그저 살아가는 일에 핑계를 대며 살아가는 것 같아
늘 가슴 아프고 죄스럽답니다
일기예보에는 서울 경기지방 새벽부터 비 소식이 있더니
아직은 그럴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눅눅한 장마철이면 다리가 더 아프실 텐데 걱정이 앞섭니다
아버지의 친구인 흘러간 음악과 함께
아 참, 어머님 친구분들과 올여름도 즐겁게 보내시고
내내 건강하시길 늘
기원합니다
아버지 장마가 지나가는 동안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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