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3-07 20:38:28
130차 정기산행기(광교산)
1. 일시 : 2007. 3. 4(일)
2. 곳 : 광교산
3. 참가 : 문수(대장), 재일, 광용, 덕영, 인식, 광열, 세우(2), 경호, 진운, 부종, 재봉, 길래, 상국, 석모(산행 참가 총 15명) + 뒷풀이 병욱, 인섭(2) (총 18명)
4. 코스 : 1진 : 경기대 정문- 형제봉 - 시루봉(2진은 토월약수터에서 시루봉으로) - 노루목 - 광교 유원지
4일, 일요일 아침. 날이 좀 꾸무리하기는한데 일기예보에서는 오후에 비가 온댔으니 일단 나가고 볼일, 오늘은 문수가 한턱낸다고 도시락이 필요없는 산행이다. 미금역에서 김밥 한줄 사서 마을버스를 탔다. 토월약수터에 닿으니 9시 30분, 맹장수술을 받아 오랜만에 나온 재봉이를 비롯, 석모, 부종, 길래, 나까지 총 5명이다. 석모 와이프 홍여사도 같이 나오기로 했다던데 간밤에 음주가무가 너무 과해 혼자 나오게 되었다며 머쓱해한다.
산너머 수원의 경기대정문에서 출발하는 본진과 전화로 서로 인원을 파악했다. 여기 5명, 저기 10명, 총 15명이다. 11시 30분에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에서 만나기로 하고 출발. 엊그제 내린 비로 산길이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발바닥 감촉이 참 좋다.
부지런히 걸었더니 제법 몸이 데워졌다. 쉼터에서 겉옷을 벗는데 부종이가 휴대폰을 꺼내 뭐라뭐라 혼자 중얼거린다.
“춘보용철이요 추자석파라... 인자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도 맨날 돌아서몬 이자뿌사서 이리 폰에다 메모를 해놓는데... 10개중에 9개는 진홍이한테 들은 기라. 태종대 10, 자갈치 10-1. 가만 이건 머더라? 적어놓고도 생각이 안 나네?”
“그건 내가 전에 가리키 준 긴데.... 10옆에 털 이야길끼다.”
“아, 그래, 생각난다. 크크.”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점잖은 부종이도 차츰차츰 진홍이 물이 들어가나 보다. 그날 교회에서 기도하던 진홍이 귀가 좀 간지러웠을 끼구만.
정확하게 11시 30분, 정상에서 본진과 만나 반가이 악수들을 나눈다.
저쪽에선 오늘도 세우 마나님이 나비처럼 날아 줄곧 선두를 지킨 모양이다. 정말 대단하다.
단체사진 한 장 찍고 간단히 요기할 자리를 찾아 노루목대피소방향으로 가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선채로 김밥과 과일, 커피 등으로 깔딱요기를 했다.
이제 본격적인 잔치를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광교저수지방향으로는 처음 와보는 길인데 길이 참 편안하다. 봄기운을 한껏 받은 버들강아지가 나뭇가지에 조랑조랑 붙어있어 발걸음을 한참이나 잡는다. 광열이는 처음보는 광경이라며 신기해하고 사진 찍어주기를 청하니 갱호 손꾸락은 카메라 셔터 눌리느라 잠시도 쉬질 않는다.
버스로 단체 이동한 후, 다시 택시 4대에 나눠타고 매탄동으로 이동. 문수집에 들어갔다.
4층, 문수내외가 고기 굽느라고 정신이 없다.
평소 통이 큰 문수, 돼지고기도 고기지만 자반고등어를 엄청 내놓고, 빈대떡은 또 언제 그만큼 많이 구웠는지 산처럼 쌓여있다. 술은 무한 리필된다고 장담하더니 막걸리, 맥주, 양주, 그리고 소주 100짝이 있단다.
옥상에서 먹다가 비가 많이 와, 결국 염치불구하고 모두들 거실로 들어가 상을 받았다.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산에도 못 온 병욱이는 반포에서 수원까지 아이들 얼굴보러 왔는데 회비를 2만원 내라니까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보통때 같았으면 자기가 앞장서서 폭탄주를 돌렸을텐데 영 컨디션이 말이 아닌지 남들 술 마시는 모습을 건너다보는 눈이 쓸쓸하기만 하다.
일이 있어 부산에 내려갔던 인섭이 내외가 문수네 집 잔치에 참여하려고 부랴부랴 비행기를 타고, 다시 김포에서 수원까지 빗길을 뚫고 차를 몰아 달려왔다.
오늘의 쇼킹사건은 멕시코에서 살다온 세우가 가르쳐 준 멕시코식인지 뭔지 요상한 주법(?)
을 가르쳐 생생한 친구들을 얼반 다 죽여 놓은 것이다.
삼총사가 칼들고 챙챙거리듯이 병을 쥐고 서로 엇갈리게 쨍쨍쨍 3번 부딪히고 마신다. 자기 병, 한병을 다 마신 후에야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권할 자격이 있다나?
나중엔 양주, 맥주 폭탄주에 소주, 맥주 폭탄에, 막걸리, 소주 폭탄까지 도처에 폭탄투성이고 서로 눈만 마주치면 옆에서 러브-샷을 시킨다.
얼마나 많이 묵었는지... 아이고 내는 모리겠다. 사진을 보니 부종이와 세우는 구석에서 잠시 혼절(?)해 있었구나.
결국 된장국에 밥까지 말아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겨우 일어섰다.
비가 많이 온다. 부종이는 자기 등산화가 없어졌다고 4층에서 1층까지 슬리퍼를 끌고 댕기면서 야단법석을 떨고, 부종이 신발 신을만큼 발 큰 아이들도 별 없을텐데, 그참. 하여간 잔치 한 번 거하게 했다.
분당 방향은 인섭이 마나님이 운전해주는 덕분에 편하게 왔고, 4월에 멕시코 갈 석모는 이런 기회 아쉬워서 마님 홍여사를 <홍>으로 불러내어 여럿이 동석한다. 보기 좋은 홍-양 부부에게 갑자기 술이 깬 부종이가 오늘의 4자성어를 선사한다. <목욕재계> 글쎄, 그 이후 잘 되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