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고슬膠柱鼓瑟
서예 대가이신 전북대 김병기 명예교수의 필향만리筆香萬里는 군자불기君子不器와
교주고슬膠柱鼓瑟을 얘기한다.
군자불기는 익히 들었으나 교주고슬은 처음 듣는 소리이다.
君子는 임금의 아들로 장차 임금이 될 사람이다. 그 사람됨은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 는 소리이다.
뭔 소리인가? 그릇은 용도가 있다. 다른 용도에는 다른 그릇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릇은 용도에 따라 가지 수가 많다. 왕이 될 사람은 전체를 두루두루 보살필 줄 알아야지 어느 한 가지 쓸모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각 그릇의 용도와 쓸모를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훌륭한 인사를 찾아 쓰는 게 군자가 할 일이란다.
膠柱鼓瑟은 우선 새김이 문제이다. 膠는 아교풀 교, 柱는 기둥/기러기발 주, 鼓는 북/탈 고, 瑟은 큰 거문고/비파 슬이다.
기러기발은 거문고, 가야금, 아쟁 따위의 줄을 골라 고정시키는 기둥같은 받침 도구이다. 이 성구에서 문제는 아교풀이다. 기러기발은 곡조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야 하는데, 아예 한군데에다 아교풀로 기러기발을 붙밖이로 고정시켰다는 게 문제이다. 이렇게 하면 이 곡조를 연주하는 데에는 아주 좋으나 다른 곡조는 아예 칠 수가 없다. 그저 이 곡조 하니만 뜯을 뿐이다.
이 말의 사전적 풀이를 적는다. 거문고의 줄을 괴는 기러기발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없도록 아교로 붙여 놓고 연주한다는 뜻으로, 고지식하여 조금도 융통성이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저 고거 하나밖에 모르는 그릇이나 전문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행간의 숨은 뜻은 현직 대통령의 검찰 그릇됨에 대한 걱정인 듯싶다. 저로서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그저 외골수로 매달려 사시를 한번에 통과한 것이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마당발의 이력으로 9수만에 통과한 그분의 내력이다.
(20230616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