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 의령 미타산(662m)
해마다 오월이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게 된다. 방방곡곡의 산을 오르면 허다하게 만나게 되는 산 사.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불교는 겨레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 상당수가 불교와 연관되었으며, 아름드리 고목이며 보호수들이 절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백만의 산꾼들 이 산을 오 르내리며 자연스럽게 맺게 되는 불교와의 인연을 생각해서 오월은 이름조차도 불교를 상징하며 산자락에 천년 고찰이 자리하는 미타산을 올랐다.
오늘 소개하는 미타산은 경남 의령군 부림면과 합천구 적중면의 경계에 자리한 해발 662m의 아담한 산이 다. 또 서쪽으로 능선길을 이어가면 천황산(655m), 국사봉(688m) 등 여럿의 청산이 솟구쳐서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국사봉~미타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60번 국도변에 자리한 봉수면 서암리의 서암교회다. 멀리 북녘으로 올려다보이는 국사봉의 바위 정수리가 오늘 산행의 묘미를 예고한다. 서암교회 팻말을 따라 오르면 교회 오 른쪽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낙엽이 발목을 덮는 참나무숲길은 가파르지도 않고 뚜렷해 산책길인 듯 걸음이 느긋해진다. 보랏빛 붓꽃 꽃무더기 속에 더러 새하얀 붓꽃이 유난스러워 보이는 산길에는 여러 산꽃들이 다 투어 피어나고 연초록으로 어린잎이 눈부시다.
전망대 반석바위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자그마한 법당의 사찰이 보이고 뒤이어 전망대바위에 올라선다.
지나온 서암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바위 주위에는 하얀 쇠물푸레꽃이 만개해 향긋한 꽃내음을 흩날 린다. 뒤이어 오늘 종주산행의 최고봉인 국사봉 정수리에 올라선다. 멀리서 우러를 때처럼 바위봉인 정수 리는 국사봉이란 이름에 걸맞게 넉넉하고 여유롭다. 정상빗돌과 삼각점이 자리하는 이곳에는 크고 작은 반석이 놓 여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기에 그만인 반석 외에도 운동하기에 적합한 공모양의 흔들바위도 놓여있어 문과 무를 겸비한 국사봉이다. 더더욱 북녘의 벼랑 끝에는 쇠물푸레꽃이 만발해 슬쩍 산바람이 스치면 향긋한 꽃 내음이 천지에 가득하였다. 불교대사전에서 국사(國師)의 뜻을 찾아보니, '덕행이 높던 승려에게 주던 칭호로 고려 광 종이 혜거대사에게 국사의 칭호를 내린 것이 그 시초였다. 이 제도는 이조 초기까지 이어왔으나 숭유배불정책 이 시행되면서 폐지되었다" 라고 씌어 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면 뜻밖에도 또 다른 정상빗돌이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으로 헬기장이 조성되 어 있다. 다시 동쪽의 수레길을 이어 북쪽으로 꺾어지면 월령재에 내려선다. 마른 억새꽃이 아직도 남 았으나 조팝꽃이 흐드러지고 둥글레가 군락을 이룬 재마루를 건너가면 월령봉에 다가든다.
천황산보다 외려 더 높은 월령봉(685m)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와 교통지도이 이름이 없는 까닭인지 오르 지 않고 오른쪽 허리로 돌아가는 산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 부근은 장끼와 까투리가 번갈아 날아오르고 운이 좋은 산꾼은 꺼병이도 만날 수 있는 꿩의 천국이다. 자주, 노랑, 흰색 등 여러 색깔의 제비꽃과 꽃방망이 등 제 각각 맵시를 뽐내는 산꽃들을 감상하며 길을 재촉한다.
꽃향 묻어나는 봄 산길 따라 휘적휘적 걷노라면 가시와 억새가 뒤섞인 능선길 같은 천황산 정수리에 도달한 다. '창녕. 458. 1988. 재설' 이라 새겨진 삼각점이 없었다면 그냥 스쳐 지나갈 평범한 이곳이 천황산이란 거창 한 이름의 정수리였으니... 배낭을 벗어 땀을 식히며 등고선 지도를 살펴본다. 능선길처럼 평범한 이 정수리, 그 러나 이곳은 합천군의 초계면과 적중면, 의령군의 봉수면을 구분하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멀리 동쪽으로 미타산의 묘한 바위 정수리가 어서 오라고 손을 흔들기에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 한 시간이면 미타산 정수리에 닿는다. 두 개의 정상빗돌과 삼각점이 자리하는 이곳에는 통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탁자 도 놓여있다.
아찔한 벼랑을 내린 북쪽으로 적중면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연초록의 신록과 흐드러지게 핀 산야화,
유쾌한 산새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산 이름의 뜻을 되새겨본다. 미타는 아미타불의 약칭이다. 극락세계에 상 주하시는 광명이 무량하고 수명이 무한하신 무량수불이 바로 이 산의 이름이니 그 얼마나 귀한 이름인가!
빠듯한 여정이었으나 부처님의 설법을 경청하는 기분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대자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 아들인다. 이윽고 명상의 늪에서 깨어나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 동녘의 송전철탑을 향하다가 철탑 앞 삼거리에 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 동남쪽 능선길을 이어 내린다. 더러 만나는 산악회의 표식기를 이정표 삼아 방향을 잡 으면 이내 묵방마을을 지나 유학사에 내려선다.
백목련과 자목련이 일주문인양 마주보며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뜨락에 들어 오늘 산행의 무사함을 부처님과 미타산 신령께 감사드린다. 유학사의 사력을 알기 위해 스님을 만나 뵈었다. 7년 전에 부임한 비구니 원담스님 은 따뜻한 차를 권하며 전해오는 절의 역사를 일러준다. 전설에 의하면 최초에는 지금보다 높은 곳에 절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무학대사가 중창한 유서깊은 사찰이었다. 필자는 앞으로 찾아올 산꾼들을 위해 정상에서 유학사로 이어지는 산길에 이정표의 설치를 부탁드렸다. 스님은 기꺼이 동의하면서도, 사람이 다녀간 곳이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쓰레기와 오염 같은 고충을 상기시킨다. 원담스님의 걱정이 아니더라도 자 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니 우리들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산을 다녀가는 모든 사람 들은 유념해야 하리라.
유난히 학이 날아들어 이름하였다는 이 유학사. 극락전 앞의 두 그루 고목 배롱나무는 아직은 겨울잠이 깊지 만 한 그루는 붉은 꽃을 다른 한 그루는 흰꽃을 가득 피우는 그날이면 미타산을 찾는 산꾼들은 부처 꽃과의 향 긋한 배롱꽃향기에 부처님의 자비를 절로 느끼게 되리니. 오 오 아미타불의 청산이여!
* 산행길잡이
서암교회-(1시간)-국사봉 정수리-(40분)-월령재-(25분)-천황산-(1시간)-미타산 정상-(10분)-북동쪽 전신 철탑-(1시간20분)-묵방리 염소목장식당-(10분)-유학사
국사봉-미타산 종주산행 들머리는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의 60번 국도변이다. 서암교회 팻말을 따라들면 교 회 오른쪽으로 지능선길이 이어진다. 멋진 산세를 자랑하는 국사봉을 우러르며 느긋하고도 너른 능선을 이어 1시간 가면 국사봉 정수리다. 동쪽으로 향한 수레길을 이어가면 능선삼거리에서 왼쪽(북쪽)으로 크게 꺾여 월 령재에 내려서고(40분), 월령봉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허리길을 이어 삼각점이 자리한 천황 산에 이른다(25분). 천황산 정수리에서 멀리 동쪽으로 보이는 미타산 정상까지는 다시 1시간이 걸린다.
미타산에서 유학사까지의 하산길은 주의해야 한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바라보는 송전철탑을 향해10분 가 다가 철탑 직전 삼거리에서 오른쪽(남동쪽)으로 110m 내려간 지점에서 왼쪽 능선을 이어야 한다. 송전철탑 밑 을 지나는 뚜렷한 산길은 적중면으로 내리는 길이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동남쪽 능선을 따르면 490봉 직전에 서 왼쪽(동쪽)으로 산길이 이어지고, 목장의 철조망을 따라가면 묵방리 염소목장식당에 내려선 다(1시간).
이곳에서 시멘트포장길을 이어 10분이면 유학사다. 서암리~국사봉~천황산~미타산~유학사를 잇는 종주코스 는 약 6시간 걸린다.
*교통
서울 서초동남부터미널(ARS 02-521-8550)에서 합천까지 1일 5회(10:08~16:45) 직행버스가 다닌다. 5시간 걸리며, 요금 20,900원. 다시 합천에서 1일 8회 다니는 군내버스로 서암리까지 간다. 하산지점인 유학사의 날 머리 여배리에는 군내버스가 1일 2회 다닌다. 부림면 소재지인 신반에서 유학사까지 택시요금은 8,000원이다.
의령 신반택시 055-574-6767.
서울로 돌아올 때는 신반에서 동서울행 고속버스(1일 3회 운행)을 타고 올라오면 된다. 시외버스와 군내 버 스 시간표는 합천군청 홈페이지 www.hc.go.kr 참조.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 서암마을에는 해인식당(055-572-3248)이 있으며, 날머리에는 식당이 없다. 부림면 소재지 신반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늘푸른가든(574-7711), 현대장여관(572-6851).
*볼거리
합천 백암리 석등 합천군 대양면 백암리에 있다. 정확한 제작연대는 알려지지 않았으니 통일신라시대 제작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개석은 평박하며 처마 밑 선은 수평이다. 낙수면의 경사는 완만하여 추녀에 이르러 반전되었음이 신라시대 석탑의 옥개석 양식과 상통한다. 석등이 서 있는 이 부근은 백암사 또는 대동사터라고 전해오나 분명치 않으며, 이 석등도 도괴, 산란된 것을 복원한 것으로 원 위치는 알 수 없다.
성산산성 의령군 부림면 묵방리 하산로에서 20번 국도를 타고 창녕 방향으로 가면 적포교를 지나 창녕군 이 방면에 성산산성이 있다. 성산산성 인근의 유명한 우포늪에 한번쯤 가보는 것도 좋다. 우포늪은 다양 한 습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늪으로 1~2m의 낮은 수심을 유지하며 생물종 다양성 이 대단히 풍부한 지역이다.
글쓴이 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 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산의 시탑>을 펴냈 다. 이메일 주소는 simsanmunhak@yahoo.co.kr
월간<사람과산> 200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