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고스 서원 1년을 마무리 하며 >
- 18기 마성수 -
“혼자만의 글”
괴물같은, 골리앗같은 세상앞에서 나의 돌팔매는 글뿐이었던 거 같다.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의 실종, 가정의 붕괴, 2년간 군복무 고문관, 5번이 넘는 실직,
교회에도 부적응, 대인기피와 공황장애 그리고 과대망상 증상들과 자살충동,
술에 점점 몸을 의지하고 계속 이어진 고립! ‘나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있을까?‘ 누군가에게 가치와 존재의미를 묻고 싶었다.
그나마 마지막 세상에 나의 존재를 표현할 곳은 글이었다.
Facebook에 올린 글은 한두명이 넘어 여러분들이 공감해주었고 그곳에서
김기현 목사님을 알게되었고 장대근 형제와 함께 18기로 로고스 글쓰기과정을 등록
하게 되었다. SNS의 부작용에 대해 비판이 많지만 어떤면에서는 나에겐 좋은 일인지도.
아무도 공감못할 나의 이야기와 마음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특히, <인간실격>이란 소설에서 요조라는 주인공 또한 나와 비슷한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몬스터같은 세상에서 잡아먹힐것처럼 숨이 터질듯하고 죽고싶은 충동을 여러번
느낄만큼 극한 공포에 시달린다. 실제로 소설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나는 죽고 싶을만큼 인생이 괴롭고 무서웠지만, 이대로 죽기는 싫었다.
죽음도 두렵고 죽기전에 무언가 이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이고 글이 될수 있다.‘는 생각으로 로고스 서원의 18기로 등록하였다.
“ 함께하는 글 ”
첫 모임부터 몇주째까지는 글쓰는 것도 발표하는 것도 모임을 하는 것도 긴장이 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동기분들이 글을 잘썼고 말도 잘 하셨다. 그리고 3시간여동안 남이 써온
글들에 집중하고 코멘트를 해줘야하는 것들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몇 개월씩
시간이 더 해갈수록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글과 나눔이 발전해가는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1년동안 꾸준히 나올수 있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총무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하는 도중에 내려놓을까? 수도없이 고민했지만 이 타이틀마저 없으면 우유부단한
내 성격에 중도에 포기할 것 같아서 끝까지 총무를 하게 되었다. ‘가능한 솔직히 적고
싶었다. 그래서 내 삶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차근차근 쓰면서부터 여기저기 살아왔던
과정들이 연결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동기들과 작가님의 격려와 위로를 1년
동안 받았던 과정에서는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칭찬을 잘 듣지못했던 세월의 치유를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글을 키워드에 맞게 논리적으로 적는 법,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서
자기의 생각을 담아 서평을 쓰는 것, 타인의 글들을 눈여겨 읽고 질문하고 조언을 해주는
것 등도 로고스에서만 배웠던 소중한 배움이었다. 오랜만에 누려보는 우리라는 공동체안에
이제 혼자만의 글이 아니라 함께 누리는 글이 되었다.
“ 앞으로의 글 ”
막연한 생각이자 바램이었던 책집필이 1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목표로 자리잡고 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지도하시는 김기현 목사님과
동기들의 응원으로 용기가 생겼다. 소설작가처럼 멋지고 정교하게 쓸 수는 없을지라도
담담히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그리고 그 글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앞이 보이지않아 죽고싶을정도로 나처럼 답답했던, 누군가의 가슴에 신선한 산소가
되었으면 한다. 혼자만의 대화와 도피처가 되었던 글쓰기는 이제 공동체안에서 나눔과 성장의 글쓰기가 되었고 앞으로는 치유와 희망의 글쓰기로 변화하고 싶다. 아쉬운 점은
내 글은 아직도 많은 훈련이 필요하고 쓰는 자세 또한 지속성과 투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앞으로는 같이 공감해주고 발전하며 치유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