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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행복†충전소 원문보기 글쓴이: DMpastor
사이버 시대의 사이버 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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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민 칼빈대학교 교수(조직신학)
지금은 의사소통, 정보교환, 물건거래 등 거의 모든 일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의 상상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가상 공간의 이용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 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교회도 가상의 공간 속에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실제적인 작업들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추세로 볼 때, 그 주장은 앞으로 매우 거세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 복잡하거나 미묘한 문제일수록, 또는 새롭게 부딪히는 문제들일수록 그 근본으로 돌아가서 가장 단순화시켜 보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교회란 어떤 곳인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보기로 하자. 사이버 교회와 관련하여 우리는 교회의 다음 세 가지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교회는 성도의 인격적인 교통이 이루어지는 모임이다.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모임에서는 반드시 구성원들 사이의 교통이 생겨난다. 교회에서는 구원받은 사람이 자기를 구원에 이르게 해주신 성삼위 하나님과 가지는 교통, 그리고 구원을 받아 형제가 된 사람들 사이에서 가지는 교통이 있다. 성도가 하나님이나 성도들과 나누는 교통은 인격적인 것이다.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차원의 교통이다. 그래서 긴 설명이 없어도 눈빛만으로 속마음을 알 수도 있고, 상대방의 필요를 위해서 수고와 희생을 기쁨으로 감수해내는 교통이다. 이 교통은 마치 포도나무와 그 가지의 경우처럼, "주님께서 내 안에, 내가 주님 안에" 있는 상태로 표현되기도 하고, "형제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수준의 사랑을 가지고 탄식을 하기까지 하며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는 상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2) 교회는 하나님을 만나는 지정된 장소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고 있든지 제사를 드릴 때나 절기 때마다 성전을 찾았고, 외국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도 온갖 불편함을 개의치 않고 예루살렘을 찾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예루살렘을 향한 문이라도 열어 놓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단 6:10). 3)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성도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서로가 지체들로 연합이 된 사람들이다. 이 연합은 교회 안에서 가장 잘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성도는 서로 지체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을 보기도 하고 섬기기도 할 뿐만 아니라, 두세 사람이 함께 모여 마음을 같이하여 기도함으로 성령이 임하시게 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이 땅 위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하나님께 예배하기 전에 형제에게 용서하지 못한 것이 생각나거든 먼저 가서 그 형제와 화해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마 5:24). 근래에 사이버 교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이버 교회가 가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1) 편의성 가상의 공간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가상 공간의 세계에는 사람의 이동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가상의 공간에서는 움직이지 않고도 화면을 통해서 얼마든지 현장의 모습이나 의사를 전달한다. 가상공간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사이버 교회가 주목을 받는다. 사이버 교회는 예배를 위해 먼 거리 또는 복잡한 거리를 이동해 가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중하게 여기는 시간적·경제적·육체적 이익을 매우 크게 안겨다 주기에 충분하다. 2) 경제성 그러나 사이버 교회는 예배당을 짓거나, 늘어나는 교인 때문에 예배당을 증축을 해야 하는 경제적인 손실이 필요 없다. 주차장도 필요 없다. 기존의 교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약간의 비용이면 충분하다. 이 모든 문제가 클릭 한번으로 해결이 된다. 3) 신속성 교회는 보통 일주일에 한번 모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형편을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때로는 각종 예배와 기도회, 모임 등으로 거의 매일 모이기도 한다. 그러나 분주함이나 많은 사람들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거나, 만나야 할 사람을 못 만나는 경우도 있다. 현대는 주변이 너무 빨리 변하고, 예기치 못한 일들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에, 성도들 간의 진정한 교통이 더더욱 절실하게 아쉽다. 사이버 교회는 이러한 아쉬움을 손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4) 익명성 사이버 교회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된다. 그래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보지 않아도 된다. 허물과 실수투성이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불필요하거나 부담되게 여겨지는 일을 맡지 않아도 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혼자 숨어 있을 수 있다. 만일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이버 교회는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중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의 교인들에게 신선한 대안처럼 여겨질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교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1) 인격적 교통의 한계 하지만 사이버 교회에서는 다량의 정보 교환이나 빈번한 의사 소통이 있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격적인 만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격적인 만남은 화면이나 문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직접적인 눈빛으로 통하고, 말없는 미소나 느낌, 또는 따뜻하게 한번 잡아주는 손길 속에서 더 많이 그리고 더 진하게 통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또 진정한 인격적인 교통은 인격적인 존재가 피차간에 나누는 교통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이버 교회에서는 쌍방적인 교통이 아닌 일방적인 전달만 있어지기가 쉽다는 한계도 있다. 2) 성별된 일정한 장소에 대한 혼란 그러나 컴퓨터는 구별되어진 대상이 아니다. 대부분의 컴퓨터는 업무용이고 오락용이다. 평상시에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오락을 즐기던 컴퓨터 앞에서 과연 얼마나 구별된 의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한 대의 컴퓨터를 따로 구분해 놓을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인식 자체가 구별의식을 쉽게 용납해 들이지를 않는다. 3) 봉사와 헌신생활의 제약 사이버 교회가 정보의 전달이나 전도의 매체로 이용될 수는 있다. 그러나 사이버 교회에서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것 때문에 성도의 의무인 동시에 보람이기도 한, 봉사와 헌신의 생활에 극도의 제한이 따른다. 그러므로 사이버 교회는 일상적인 성도의 삶을 유지케 하는 교회가 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사이버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사이버 공간이 지니는 편의성, 경제성, 신속성, 익명성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 또한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교회는 분명히 우리에게 적지 않은 장점을 제시해 준다. 그러나 그 장점들 뒤에는 교회의 참 모습을 손상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장점을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약점으로 뒤바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이버 교회를 무비판적으로 일반화시켜 수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보인다. 교회는 편의성보다 주님의 남은 고난을 채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골 1:24).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무릎을 꿇어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 모이기를 폐하거나 변경시키려 하지 말고, 모이기를 힘쓰라는 명령을 지켜야 한다(히 10:25).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는 익명이 아니라, 당당한 한 인격으로 나서야 한다. 세상은 날아가듯 변하여도, 하나님께서 세우신 진리는 어떠한 여건에도 변함이 없이 지켜야 한다. 하지만 사이버 교회가 가진 장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예외적 가치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교회는 질병이나 신체적인 이유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 특별한 사정으로 고립이 되어 있는 경우, 분업화 다양화된 사회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한하여 부득이한 예외로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