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3-08 11:34:03
[130차] 광교산 산행기
2007. 3. 8. / 박광용
산행일 : 2007. 3. 4. (일), 흐리고 비 약간.
코 스 : 경기대정문-형제봉-양지재-(비로봉)-토끼재-시루봉-노루목-억새밭-상광교동
참가자 : 문수, 상국, 재봉, 길래, 석모, 부종, 진운, 재일, 세우(+1), 광용, 덕영, 인식,
경호, 광열. (산행 15명 + 뒤풀이 병욱 + 문수마나님 + 인섭+1 = 총 19명.)
산행시간: 총 3시간45분. (09:30~13:15, 휴식시간 포함)
문수 선달님, 수원에서 살림을 차린 지가 20년은 훨씬 넘었을 터!! 부산에서 올라와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껴 남들보다는 일찍 사업가로 변신했다. 자신이 경영하는 슈퍼마켓이 위치한 아파트에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재개발 공사기간에는 어차피 벌이도 시원찮을 거라며 걱정하던 선달님이 아파트 재입주 시점에 맞춰 자신의 빌딩도 재개발하겠단다. 20년이 넘게 이 빌딩 꼭대기 층에서만 살았는데 이 빌딩 헐어내기 전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한 번 열겠다며, 아예 산행지를 수원의 명산 광교산으로 잡았다.
코스도 경기대 정문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하여 모든 산우들을 승용차를 두고 버스로 도착하게 만들었다. 덕영이와 수서역에서 만나 1007-1번 좌석버스를 타고 경기대 후문에서 정문으로 걸어가니 펭귄 어르신이 제일 먼저 도착하여 그 맛난 담배를 한 줄기 뽑고 있다. 일산의 재일이는 버스 한 번만 갈아타고 한시간 반 만에 오더라며 환한 미소를 띈다. 2주 연속 마나님을 모시고 오느라 조금 늦게 세우 부부도 도착하고, 문수는 후문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 광열이를 데리고 함께 온다. 이래저래 목동팀의 교통 편은 연결이 쉽지 않은가 보다. 제일 늦게 도착하여 ‘얼차려’ 함 받아야 할 경호까지 10명이 경기대에서 출발한다.
근데 분당팀이 모의 끝에 잔머리(?) 굴려 들머리를 수지의 토월약수터로 잡았단다. 시루봉에서 11시반에 본대와 만나기로 했단다. 경기대까지 오려니 버스 타는 일이 번거로웠나 보다. 약수터 바로 앞에 살고있는 단풍님(진운이)도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지난번 수술 이후 처음 참가하는 재봉 선사, 올해도 3학년부장을 맡아 무지 바쁠 지기 선사와 분당의 최고 토박이가 돼버린 길래 선사 등, 세 분의 선사와 가족 모두 멕시코로 이사하기로 했다는 양사장(근데 석모 닉은 뭐꼬?)은 전날의 피치 못할 사정(‘음주가무’라고 들었는데?)으로 동참하지 못하게 된 마나님을 두고 왔고, 올해부터는 동기회 회장 감투 벗어버렸다고 룰루랄라하고 다니는 솔고 전회장까지 최종적으로 5명이 출발한단다. 오기로 했던 솔욱이도 전날의 과도한 야간업무(여기도 ‘음주가무’인가?)로 인해 불참을 통보해 오고 총 15명이 산행에 참가하게 된다.
비 온다는 예보가 걱정스러운 산행대장 문수 선달의 지휘에 따라, 9시반에 각각의 들머리를 출발한다. 완만한 등로에 사람들이 많다. 수원에는 산이라고는 광교산 하나밖에 없다고 하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은 당연할 터, 비 예보가 없었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거라며 광교산의 터줏대감 단풍님이 전문가답게 설명한다. 지난번 두어 번 광교산 종주할 때 이곳은 먼지가 펄펄 날리던 곳이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높은 습도 탓인지 먼지가 날리지는 않아 좋다.
한달 전에 멕시코에서 귀임한 세우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선배 한 분의 근황을 확인해 가며 호흡을 조절한다. 근데 세우 마나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10시50분 경 형제봉 아래에서 쉴 때까지 얼굴 한 번 볼 수가 없더라. 지난번 100차 산행에서 유명세를 탄 그 빠른 걸음은 별 놀랄 일도 아니지만 오늘도 이렇게 다시 확인한다.
“서방님은 어디다 떼놓고, 우째 그리 빨리 달립니까? 발통을 달았어예?”
“저는 브레이크가 고장 났나 봐예. 가다보몬 잘 서지질 않더라고예.”
형제봉 아래 도착하니 잔뜩 찌푸리기만 하던 날씨가 이제는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예보가 있었기로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산행 끝날 때까지 비는 오지 말았으면 했다. 가는 비이긴 하지만 그래도 2시간은 더 걸어야 하겠기에 모두들 비옷을 챙겨 입는다. 비닐로 된 비옷을 입고 다니면 몸에서 나는 열기와 땀이 배출되지 않아 고생 좀 하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모두들 아무 말이 없는 걸로 봐서 날씨가 꽤나 쌀쌀했던 모양이다.
조망이랄 것이 없는 관계로 형제봉 중의 형봉을 우회하는데, 못 올라본 사람은 올라보기로 한다. 40분 정도면 시루봉에 당도할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예의 갱호 곡사는 찍사로서의 임무도 충실한 탓에 후미를 지켜준다. 먼저 출발한 세우 부부가 형제봉에서 안 내려온다며 기다리기를 5분… 결국에는 앞질러 갔다고 판단하고 나아간다.
10분 정도 내려가고 양지재를 지나서 오르막을 조금 오르면, 토끼재로 바로 가는 동쪽 사면길과 비로봉으로 오르는 능선길로 갈린다. 비로봉 못 가본 친구들 가보라 하고 세우와 나는 직행하여 토끼재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이제 마지막 남은 오름길을 재촉한다.
시루봉! 광교산의 상봉인데, 그 오름길이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원의 진산임을 알리느라 허리를 굽혀 인사하게 한다. 급한 오름에 숨이 턱에 찰 즈음, 저쪽 능선을 타고 오르는 이가 길래 선사다. 불러보지만 모자에 재킷후드까지 덮어쓰고 있는 나를 잘 분간 못하는 모양이라. 가까이 가서야 얼굴 알아보고 악수로 인사를 대신한다. 우리 쪽에서 광열이와 세우 마나님이 먼저 가서 기다리고, 분당 팀에서 지기 선사와 석모가 도착하고, 세우와 내가 길래 선사와 동시에 도착한다. 어쩌면 이리도 시간을 잘 맞출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분당 팀의 나라 선사와 솔고가 도착하면서 모두가 도착하고 보니 정확하게 15명이다. 좁은 공간에서 사진 하나 찍기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나마 세우 마나님이 찍사를 자임했기로 근근히 단체사진 하나 남겨둔다. 물론 세우 부부도 다정하게 사진 하나 박았다(?). 비는 뿌리고 안개는 자욱하고, 뭐 볼 게 없다. 빨리 내려가자!
일단 노루목 대피소를 조금 지난 숲이 지붕을 이룰만한 적당한 장소에서 스탠드-바를 차린다. 쉼터에 만들어둔 통나무 벤치를 식탁으로 이용한다. 각자 조금씩 갖고 온 과일과 술로 입가심한다. 석모는 전날밤 음주가무로 오늘 못 올 뻔했다는데 그래도 마나님이 과일은 챙겨주더란다. 누군가 복분자술도 꺼내놨고 진류푸도 보이지만, 근데 오늘은 많이 먹을 필요가 없다. 일부러라도 굶어야 할 판이다. 나중을 기약하며 일찍 자리를 접는다.
억새밭으로 나가면 이제 계곡길로 내려갈 것이다. 억새밭이라고는 하지만 그 규모는 자랑할 게 못 된다. 명성산이나 영남알프스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거다. 게다가 겨울철에 말라비틀어진 억새가 눈에나 띄겠나? 앞서간 문수 대장이 억새밭 삼거리에서 백운산 쪽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서고 있다. 이제 30분이면 상광교동 버스종점까지 갈 수 있을 거다.
그리 급한 길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나도 광교산은 몇 차례 왔지만 종주를 많이 했지, 이 길은 처음이라 잘 알지 못하지만 지도로 봤을 때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내려가면 버스도 있으니 대중교통으로 이어지는 것도 좋겠다 싶어, 문수 선달이 코스는 잘 정한 것 같다. 정말로 30분만에 등산로 입구에 도착한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산보 나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버스를 타고 다시 경기대 정문에 내리지만 연결되는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다시 조금 걸어 내려가고, 결국에는 콜택시를 부르고 하여 매탄동 삼성1차 아파트 입구까지 당도한다.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이름 ‘미도 슈퍼마켓’이 있는 건물 4층이 선달님이 기거하는 처소다. 4층으로 올라가자 병욱이가 먼저 와 있었던지 마중해 준다. 돼지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고등어자반, 빈대떡까지 준비해뒀다.
비가 조금씩 들이치는 옥상에 상을 차렸지만 식탁이 조금 좁은 듯하여 옆에 있던 상 하나를 더 갖다 붙이니 그런대로 총 19명이 북쩍대기에 그런대로 봐줄만하다. 부산 갔다 오기로 한 인섭이 내외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각종 주류와 준비된 안주가 마음대로 다 준비돼있다.
언제랄 것도 없이 시장이 반찬인지라 곧바로 파티는 시작되고, 이어지는 건배에, 세우는 마나님 고기 챙겨 주느라 정신 없지만 막상 마나님은
“와?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합니꺼?”
하며 내심 기쁜 마음을 부끄러운 척하며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복분자술, 진류푸, 막걸리에 소주까지, 파티는 계속되고,,,,,,,,
빗줄기가 굵어지자 결국에는 거실로 테이블을 옮기게 되고,,,,,,,,,
지난번 맹장 수술 이후 담배까지 끊었다는 재봉 선사의 영원한 금연을 기원하며,,,,,,
멕시코에서 배웠다는 <계백장군>이 몇 차례 돌다가,,,,,,,,
황산벌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산우도 생기게 되고,,,,,,,
여기서 잠깐!!
까마귀 고기를 먹은 기억은 없지만 내 기억력의 한계를 보이는 것 같아
2부 순서의 기록은 여기서 자제하기로 한다.
너무 많이, 너무나 잘, 완벽하게 준비해준 문수 선달 내외분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리며, 혹여 어린 양들이 어지러운 정신에 실수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허물을 덮어주시기 바랍니다.
잠시나마 사라질 집이고 생의 터전이지만 다시 태어난다는 기약이 있기에 크게 염려하지는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또다시 건실하게 일어선 모습을 가을에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문수 선달 내외분, 파이팅!!
사업 번창하시고, 돈 억수로 버십시오!! 수원 돈 다 끌어 담으십시오!!
그리고, 혹시 가을에 입주식을 함 더??? ㅋㅋㅋㅋ
이러다가 산행대장 하고 나면 집들이 해야 하는 룰이 생기는 거는 아닌지 모르겠다.
“나, 산행대장 안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