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집
은둔이란 사전적 의미는 '세상 일을 피함'이라 한다.
사실 그런 은둔은 결단코 혼자 만 살리라는 각오를 해야 가능한 일이다.
내가 말하는 은둔의 집이란 그런 의미는 아니다.
잠시 복잡한 현실을 뒤로하고 조용히 머물며 자신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는 한적한 곳에 지은 집을 말함이다.
도시생활에 매여 있거나 직장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꿈을 한 번은 꾸게 된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적다.
일단은 그럴만한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장소 선택도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집은 살기만 하는 집이 아닌지 오래되었다.
그저 살기만 하는 집이란 구태여 고급질 이유도 없고 자랑질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집의 고유한 의미보단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민감해 있다.
세컨드 하우스든 오두막 집이든 누가 보더라도 그럴듯해야 하고 나중에 되팔 때 돈이 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바람이
결국 시작부터 망설이게 되는 요인이 된다.
기왕 짓는 것 남부럽지 않게 지어야 하고 누가 보더라도 부러워할 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을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집을 짓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요즘 농막이 봄 불 번지듯 유행하고 있다. 6평을 넘으면 농막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딱 그 평수에 맞춰야 하는 농막이지만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어지간하면 4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평당 6백6십만 원이 되는 셈이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열 평짜리 소규모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금액이다.
사람들은 완성된 농막을 보며 단순하게 생각해서 의외로 농막이 비싸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집이란 정해진 가격이 따로 없다.
그러나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은둔의 집은 그 한계치 이하로 짓되 그야말로 나만 들어가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누구나 집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