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선린 관계는 불가능한가 |
2013.05.31 | |
‘이웃사촌’,
이웃 간 우애를 이르는 정겨운 말입니다. 나라 사이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인간의 우매함과 허세, 헛된 욕심 탓으로 가까운 나라
사이일수록 갈등과 분쟁이 많았습니다.
국경이 맞닿은 독일과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늘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나폴레옹전쟁, 보불전쟁,
세계 1, 2차 대전 등 최근까지도 격한 전쟁을 여러 번 치렀습니다. 해협을 끼고 사는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도 그랬습니다. 억울하게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해온 편입니다. 근세사에서 유럽에서는 주로 독일이,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어깨에 조금 힘만 붙으면 이웃에다 주먹질을 해 소란이 일곤
했습니다.
인간의 지혜가 발달되면서 국가 발전과 국부(國富)의 비결이 이웃 침탈이 아니라 이웃과의 협력과 교류 확대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륙마다 인접국 간 정치 군사적 동맹은 물론 경제 문화적 교류를 강화하고, 아예 사회 통합을 꾀하는 게 현재의 추세입니다.
1958년 유럽 국가 간 경제 협력을 위해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가 지금은 유럽 대륙의 경제적 사회적 통합을 추구하는 유럽연합(EC)으로
확대 발전되었습니다. 구 소련 해체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을 견제하는 세력이 바로 유럽연합입니다. 그리고 그 유럽연합의 중심에
최대의 앙숙이던 독일과 프랑스가 있습니다.
독일은 두 차례나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였습니다. 그 대가로 국가 분할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전쟁 중 벌인 갖가지 범죄 행위들이 문화 예술의 주요 테마가 되어 오늘날까지도 마치 가시관처럼 그들의 머리를 옥죄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후 독일은 스스로 유럽 사회가 수긍할 만큼 통절한 반성과 사죄, 그리고 스스로를 단죄하는 자세를 보여 주었습니다.
1970년 12월 7일 한겨울 폴란드를 방문, 바르샤바 유태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총리의 모습은 충격적이라 할 만큼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995년 5월 1일 패전 50주년 기념식에서는 로만 헤어초크 대통령이 “우리는 과거 나치 독일이 저지른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만행을 조금도 미화함이 없이 후세에 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나치 만행에
대한 독일인들의 일관되고 진지한 반성과 사죄는 스스로 부끄러운 과거와의 단절을 가능케 했고, 전범국 국민이라는 정신적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주변 국가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독일이 오늘날 유럽 사회를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이라
하겠습니다.
같은 시기 일본도 소위 ‘대동아 공영’이라는 미명 아래 이웃 나라들을 침략, 무자비하게 총칼을 휘둘렀습니다. 전쟁 중에
벌인 난징 대학살, 생체실험, 정신대 동원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과 다름없는 반 인류의 범죄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 잘못에 대해 보여 온
자세는 독일과는 판이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사에 대해 마지못해 인정한 언사조차도 되풀이 부정하면서 불신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지난 1990년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한국과의 과거사와 관련해 “통석(痛惜)의 념(念)을 금할 수 없다”며 에둘러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1993년에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군이 직간접으로 관여해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준 데 대해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1995년 8월 15일 종전 50주년 기념일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은 경쟁하듯
이전의 사과를 뒤집고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으로 피해 당사국은 물론 세계인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특히 하시모토 도루(橋下 徹) 오사카 시장을
비롯한 일본유신회 인사들의 종군 위안부에 대한 조롱과 야비한 말장난은 희생자들의 상처를 후벼 파고 세계인들을 우롱하는 것이었습니다. 평화헌법의
개정, 일본의 군국화를 공공연히 부르짖어온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자위대 731호 훈련기에 올라 엄지를 들어 보이며 미소 짓는 모습은
오싹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전쟁 당시 일본의 731부대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자신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베가 연출한
장면은 나치 독일의 희생자 위령탑에 무릎을 꿇었던 브란트 총리의 모습과 극적인 대조를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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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과거사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로 주변국 신뢰를 회복하고 유럽 사회 통합의 리더로서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옹색한 변명과 철면피한 부정으로 지역 갈등과 불화의 불씨를 키우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의 망언과 망동은 과연 일본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선진 문화국가의 자격을 가졌는지 의심케 합니다.
일본 국민의 다수가 이들에 보내는 지지 또한 놀랍습니다. 심저에
오랫동안 눌려 있던 전범 국민이라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의식의 작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같은 잠재의식이 일부 정치 선동가들의 궤변에
휘말린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외면과 회피로는 부정적인 역사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 일본의 분위기는 1차대전
후 패전국 독일 사회의 경제적, 정신적 공황을 틈타 국가 통치권을 장악한 히틀러의 나치 선동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히틀러에 의해 오도된 독일
국민이 또 한 번 겪게 된 비극과 고통은 역사가 보여준 그대로입니다.
불행히도 일본은 과거 잘못에 대해 진정한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잔혹했던 침략전쟁 범죄에 상응하는 혹독한 속죄의 대가도 고통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독일이 동서로 분할되고 주변 강대국들의 삼엄한
경계와 극도의 견제 속에 국가 재건과 신뢰 회복의 힘겨운 역정을 밟아온 데 비해 일본은 전승국 미국의 비호 아래 한국 전쟁의 호기를 이용,
단시일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사를 반성하거나 정리할 기회는 간단히 생략된 셈입니다. 세계의 경찰국가 활동에 피로의
기색이 역연한 미국은 오히려 일본에 아시아에서의 일정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경거망동과 오만방자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할 만합니다.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예의 바르고 질서와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 보통사람들의 고운 심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동북 대지진과 같은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요즘처럼 극우 세력들이 기승을 부릴 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선하고 다정한 얼굴들이
있습니다. 이웃 나라들과의 선린 관계를 희망하는 이들의 간절한 뜻이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이웃 사이를 이간질하는
정치 선동가들에게 새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한번 터 잡은 나라와 나라 사이는 숙명적입니다. 이웃이 싫다고 내 나라가 이사 갈
수도, 이웃 나라를 태평양 저 멀리로 떠나보낼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웃의 부당한 행태에 좀 더 적극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국가들과의 공조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로 이웃의 잘못된 행로를 바로잡는 데 외교적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분별없는
국수주의로는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면할 수 없다, 무책한 선동을 일삼는 정치인들에겐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합니다.
반성할 줄 모르는 정치인들이나 집권 세력과는 잠시 거리를 두더라도 민간 교류의 폭은 더욱 넓혀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정치적인 학술, 문화, 경제적 교류를 더욱 확대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런 노력이야말로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고 참된 선린 관계를
이룩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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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 |
방석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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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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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선생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지금 일본이 해야 할 일은 과거에 대한 부정과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미화로 주변 피해국에 과거에 이어 현재까지 더많은 피해를 남기는 일들을 자행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들의 역사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그러한 자신들의 과제를 안다면 이런일들이 뉴스가 되지도 않았겠지만요..이래저래 참 안타깝습니다.일본의 행동들이..
현재로서는 위 글 필자의 말처럼 민간 교류의 폭을 넓히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일본에도 양심적 지식인이 분명 존재하니까.
우리나라의 일베와 비슷한 사이트가 일본의 2ch인데, 정말 이건 뭐 상상의 끝을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청와대가 백번 양보해서 일베랑 같은 편이라고 치고, 청와대가 일베를 내세워서 광주가 폭동이네 어쩌네 이런걸 주장을 한다면, 일본은 그냥 총리관저가 앞장서서 위안부는 지원자모임이였다고 외치며 2ch를 따라오라고 하는 꼴인데, 이정도까지 막장을 가기도 참 힘들텐데 대단합니다..아베총리...
일본이 망할 때가 됐나봐. 아베 정도가 총리를 하고 앉았으니...
아베 총리가 더이상 독불장군 식의 태도는 본인나라에게 좋지 않다는걸 인식을 해야 되는데 그걸 아직 아베는 못 깨닭았나 봅니다. 또 우리나라 정부 또한 한일 역사관계에 대해서 밍밍한 반응을 내다가 일본이 강경하게 나오자 지금에서야 강경하게 나가는건... 우리나라의 뒷북 외교정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 요즘 정부는 존재하지만... 정부가 없는 정부의 부재느낌이 나는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
없느니만도 못한 정부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