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품속 강홍중 시인

[동서비전]

시의 품속  강홍중 시인, 제 3시집

물길

처마 밑에 방울방울

떨어져 속삭이는 낙숫물이

가지 않는 곳에 길은 없다고

오직 낮은 곳으로 가는 길 뿐이라고

개울물 따라 가만가만 가다 보면

누구를 만나든 즐겁고

차고 넘치면 얼마나 기쁘랴

너도 나도 모여 긴 강물되어 푸른 바다 하나의 공동체에 이르지만

그러나 물은

다시 돌아갈 길을 찾아 고뇌한다

저 높은 하늘을 오를 때

누구에게도 아쉬운 이별을 말하지 않는다

가벼운 영혼이 되어 바람에 떠돌다

목마른 대지에 줄기찬 빗방울로 쏟아질 때

거듭 태어나 다시 돌아온 그 길이

참으로 신비하고 아름다웠노라고

물은 비로소 그 길을 말한다

파란 눈물

이토록 사무치게 맑은 날에는

내 눈동자도 파랗게 맑아서

하늘 끝까지 환히 보입니다

우리 서로에게 아무런 숨김없이

싹 다 털어놓고 싹 다 씻어

파란 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토록 하늘이 파란 날은

너무도 고맙고 즐거워서

절로절로 눈물이 솟습니다

함안 출생

시집, 은빛 그리움이 가슴에 뛸 때

        민들레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