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파란 26호(2022.가을) 예술노동
편집부
2022년 9월 1일 발간
정가 15,000원
128×188
304쪽
ISSN 2466-1481
바코드 9772466148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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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소개
[계간 파란] 26호(2022.가을)의 이슈(issue)는 ‘예술노동’이다. ‘예술노동’은 현재 생성 중인 개념이다. 그러나 앞에 적은 문장은 당장 수정되어야 한다. ‘예술노동’은 어떤 절박한 실제 사태를 감출 수 없는 비명이기 때문이다. ‘예술노동’은 미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혹은 경제적인 용어가 결코 아니다. ‘예술노동’은 생존과 직결된 단어다. 곧바로 말하겠다. 이제 시를 쓰면서 삶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은 망상일 따름이다. 더 나아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시를 써서 자신을 입증하고 시의 위의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다만 편집증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시절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건 저항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었던 시의 위상과 가치는 분명 비장하고 장엄했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상품으로 등록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말하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시는 이제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무엇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혁명은 가장 취약한 곳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시는 더 철저히 외면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가 오로지 그 자신이 될 때 시는 이 천박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는 세계를 넘어 다른 방식의 삶을 노래하고 뜨거운 눈물이 되고 마침내 스스로 희망이 될 것이다. 그 첫걸음을 떼어 준 이영주, 고주희, 이상만, 김안녕 제씨에게 고마움과 부디 안녕하시길 표한다.
시인(poet) 코너엔 박판식 시인의 신작 시 세 편과 기발표작 두 편, 그리고 박판식 시인과 함께 시를 공부 중인 염세훈의 글이 실려 있다. 박판식 시인의 시를 읽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우리 삶의 민낯이 거기 고스란히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판식 시인의 시는 때론 거북하고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참담한데, 그 모두를 모아 놓고 보면 갸륵하다. 생의 비의는 유달리 있지 않을 것이다. 생 자체가 이미 비의로 가득하니까 말이다.
신작 시(poem) 코너엔 유안진, 김기택, 이향지, 이진명, 함성호, 김수우, 서정학, 이태선, 서효인, 주원익, 김상혁, 김해선, 김한규, 문경수, 최재원, 유선혜, 이상준, 이효영, 채윤희 등 시인 열아홉 분의 시편들이 실려 있다. 원로와 중견, 신진의 시들이 이처럼 잘 어우러진 경우도 드물 것이다. 읽고 다시 읽을 시들로 가득하다. 이들 가운데 이효영 시인은 이번 [계간 파란]에 시를 발표함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시인인데 시월 중에 첫 시집을 파란에서 발간할 예정이다.
자유 비평(criticism) 코너엔 유성호 교수의 글이 실려 있다. 유성호 교수가 쓴 글의 미덕들을 열거하기엔 매번 지면이 빠듯하다. 하나만 적자면 언젠가부터 유성호 교수의 글은 그 한 편 한 편이 문학사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문장 속엔 한국문학의 미래가 곳곳에 스며 있다. 일독을 권한다.
한편 서평(review) 코너엔 이숭원(송재학 시집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박상수(백지은 비평에세이집 [그때 그 말들]), 장석원(최지인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남승원(홍신선 시집 [가을 근방 가재골]), 김영범(이수명 시집 [도시가스]), 안지영(김혜순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박동억(심재휘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김효숙(권민경 시집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소유정(황혜경 시집 [겨를의 미들]), 조대한(김유림 시집 [별세계])이 쓴 성실하고 세밀한 읽기들이 독자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 호의 계간평(quarterly review)은 역시 조강석 평론가가 썼는데, 항상 궁금했지만 감히 시인에게 물어보지 못했던 ‘구두법’에 대해 썼다. 읽어 보면 알 것이다. 계간평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의 권두 에세이 ‘내가 훔치고 싶은 시 한 편’엔 노춘기 시인의 글이 실려 있다. “영생고보 시절 제자였던 강소천이 1941년 2월 경성에서 발행한 동시집 [호박꽃 초롱]에 시 형식의 서문”으로 백석이 써 준 「호박꽃 초롱 서시」에 대한 글인데, 만주 신경의 어느 골목길 대폿집에 앉아 도란도란 서로를 다독이는 백석과 강소천과 노춘기 시인의 모습이 실제인 듯 선연하다. “세상의 온갖 슬프지 않은 것에 슬퍼할 줄 아는 혼”을 지닌 자들, 그들이 “한울”이고 시인이다.
•― 차례
essay
008 내가 훔치고 싶은 시 한 편 노춘기 시인, 하늘이 사랑하는—백석의 「호박꽃 초롱 서시」
issue 예술노동
016 이영주 예술노동
026 고주희 은폐되는 시간의 업사이클링 혹은, 감자
039 이상만 창작 EHS를 꿈꾸며
050 김안녕 나는 누구와 숨바꼭질하고 있나—편집자로 산다는 것
poet
062 박판식 신작 너의 얼굴을 나는 꽃병에 꽂아 둔다 등 3편 기발표작 2020 등 2편
072 염세훈 시인론 바보 같은 목소리로
poem
084 유안진 웃는 연습
086 김기택 어둠이 켜지지 않는다
089 이향지 오토 컨베이어벨트
092 이진명 소록도, 2022
105 함성호 하이데거네 오두막
108 김수우 초움역
111 서정학 2014년 이야기
114 이태선 뜰의 저녁나절은 아득하고
116 서효인 민주주의여
119 주원익 나르고
122 김상혁 불확실한 인간
126 김해선 시고 덜 익은 푸른 사과
128 김한규 쇠 파이프
131 문경수 DNR
134 최재원 그대의 손끝이 물레를 돌린다
136 유선혜 징그럽게 웃는 연습
139 이상준 생애 주기를 관통하는 빗방울을 뚫고 세계의 중간 지점을 향해 달리는 법
142 이효영 FLEX
146 채윤희 7월에는
criticism
150 유성호 시적 지형과 의제의 다양한 분기(分岐)
review
168 이숭원 전력투구의 시—송재학,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
181 박상수 텍스트 이후, ‘나’를 창안하는 비평—백지은, [그때 그 말들]
194 장석원 살과 뼈가 쑤신다—최지인,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204 남승원 일상을 회복하는 마음—홍신선, [가을 근방 가재골]
211 김영범 도시의 공기—이수명, [도시가스]
222 안지영 내가 낳은 엄마의 죽음—김혜순,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231 박동억 되돌아감에 관하여—심재휘,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240 김효숙 ‘끝’을 밟는 몸-나와 세계의 접촉—권민경,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252 소유정 면면의 감각—황혜경, [겨를의 미들]
259 조대한 다시 걷는 길—김유림, [별세계]
quarterly review
270 조강석 시의 구두법과 시각적 여백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