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12. 토요일
오늘 방송통신대 출석수업 시험을 치렀다.
어젯밤에 잠을 충분히 자려고 이런저런 신경을 썼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아주 흡족한 상태는 아니었다. 마음을 편히 갖고 즐기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였지만 아직도 내 맘속에는 성적에 대한 욕심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이런 비교와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도 1학기 때보다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다. 지난 2주일간 시간, 그리고 그간 수시로 변했던 내 감정, 의지와 씨름한 끝에 리포트도 몇 편 제출했고, 봉사의 개념으로 시작한 방송 강의 개선을 위한 학습자 모니터링 보고서도 매주 2~3편씩 꼬박꼬박 빠짐없이 제출해 놓고 있으니까 더 그런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시험이 끝난 후 싸간 간식을 먹고서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뚝섬역에서 전철과 버스, 그리고 다시 경전철로 갈아타고 집에 와서 외출 준비를 하였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과 함께 실내암벽등반(스포츠 클라이밍)을 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외출에서 돌아온 딸과 다시 한번 의논하여 주변을 검색한 끝에, 가까운 곳에 있는 실내암벽장으로 정하고 걸어갔다.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의 단풍이 어스름히 어둠 속에 비치는 모습이 고왔고 피부를 시원스레 스치는 가을바람이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실내암벽장에 들어가 암벽화로 갈아신고 눈으로만 보아왔던 실내암벽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야외암벽장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한번 꼭 올라가 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기는 했었는데……. 한 달 전부터 이 운동을 시작했다는 딸의 조언에 따라 몸을 푸는 준비운동을 가볍게 하고, 가장 쉬워 보이는 초보자용 암벽을 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로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차츰 난도를 높여 어려운 코스에 도전했다. 제법 잘 해내는 내 몸이 고마웠다. 가장 어려운 마지막 코스를 제외하곤 두루 섭렵(?)해나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몇 번 반복하였다. 어려서부터 나무에 오르기를 좋아하던 내 습성 덕분이런가? 어쩌면, 아득히 먼 옛날, 플라이오세 시기에 나무 위에서 살았던 내 조상의 DNA가 아직 내 몸속에 남아있다가 발현된 유전적 표현형 덕분일지도 모르지.
딸과 함께 넓은 텅 빈 공간에서 한 시간 남짓 둘만이 오롯이 실내암벽등반을 즐겼다. 유리창 너머로는 인공 자연환경이 투사되는 스크린을 향해 골프채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쩌면 나나 저 사람들이나 뇌의 상당 부분은 오늘날의 문명 시대에서도 어쩔 수 없이 수백만 년 전의 과거의 유전적 기억들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마치고 딸과 저녁을 먹었다. 의논 끝에 돼지갈비 안주에 딸은 맥주, 나는 소주를 마시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EC0475DA1DE0236)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303475DA1DE0439)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E67475DA1DE0637)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EDE475DA1DE0708)
![](https://t1.daumcdn.net/cfile/cafe/99C55A475DA1DE0801)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2A5475DA1DE0A36)
![](https://t1.daumcdn.net/cfile/cafe/993BE1475DA1DE0B10)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B154A5DA1DE0C0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