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 죽령에서 부석면 고치령까지 소백산을 넘었다
제 23차 백두대간
(1) 언제 : 2017년 5월 27일(토) 맑음
(2) 어디를 : 죽령~제2연화봉~연화봉~제1연화봉~소백산(비로봉)~국망봉~고치령
...... 25.16km (백두누계 437.9km)
(3) 누구와 : 나와 강쌤.
(4) 산행 이야기 :
누군가 그랬다."초원이 그립거든 소백산으로 가라"
깊고 푸른 창공을 품은 초록의 언덕을 가고 싶었다.
내가 소백산에 가는 날
비가 오면 빗물을 가슴에 적시며 온 몸으로 걷고
바람 불면 바람부는 대로 걸으며
산 안개 앞을 가려 안보이더라도 그런데로 즐기며 걸으리라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소백산으로 간다
내가 소백산에 가는날
소백산은 철쭉이 절정이였으며 날씨는 더 할 나위없이 화창하고
살랑거리는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 없다
내가 소백산에 가는날
오늘은 소백산의 푸른초원과 만개한 철쭉을 즐기러 오는 사람이
참으로 많은 날 이였다.
내가 소백산에 가는날
나도 푸른 초원과 비로봉 연화의 세계에 빠지고 싶었다.
소백산은 흰산,또는 하얀산(白山) 여러개 중에 작은 백산이라 하여 소백산이다.소백산(小白山1,439m)은 바람이 많아서 나무가 자라지 않아 키가 작은나무와 철쭉군락이 연화봉에서 비로봉 넘어 국망봉에 이르기까지 넓은 초원을 형성하고 있었다.지나는 바람에 벗이 되어 초원을 걷다 보니 이파리들이 춤을 추웠고 너울거리는 저 언덕을 누구든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다.나는 소백산을 지리산처럼 짝사랑을 하고 있었던 산이다.그러나 지리산처럼 자주 가지 못하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산이다. 소백산! 한나절만에 넘기에는 너무도 아까웠고 하루나 이틀밤을 머물면서 일출도 보고 석양도 보며 밤하늘 은하수와 달무리도 보면 더욱 좋을 일이였다.그래 언젠가 다시 한번 더 찾으리라.꼭 한번은 혼자라도 다시 와 보고 싶었다.그래서 별을 쫓는 아이처럼 하늘을 보다가 어머니님이 생각나면 울고 어릴적 매 맞는 추억이 기억 나거든 한바탕 웃으리라. 오늘은 철쭉제 행사날이며 휴일이라서 수 많은 카메라맨들이 찾아와 북적거린 소백산이였다. 나는 걸으면서 오래도록 능선을 바라 보며 걸었고, 지나는 바람을 느끼려 가슴을 열었으며, 보이는 것을 기억에 담으려 노력하며 비로봉과 국망봉을 넘어 천상의 화원을 노닐었다.친구 강쌤은 어떤 기분 이였을까?
새벽 3시 50분 죽령탐방지원센터 앞에는
벌써부터 도착한 승용차와 여러대의 버스가 도착해서 시끌벅적이다.
잠시 산행채비를 하는데 여러 인파가 산행을 시작하니
우리도 그들속에 묻혀 산행을 시작한다.
가능하면 이팀의 일행을 추월해서 나가는것이 좋을것 같아
산행 시작부터 빠르게 걸었다.
죽령지원센터 들머리에 나무 이정표가 있는데
헤드라이트 불빛에 밝게 비쳐져 선명하다.
(죽령탐방센터 이정표가 헤드라이트 불빛에 또렸하다)
죽령 탐방센터에서 제2연화봉(1,357m)을 지나
소백산 천문대까지 7km가 시멘트 포장길이며 빨리 갈 수는 있었지만
멋도 재미도 없는 길이다.다행이 간간히 메트가 깔려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시간쯤 올랐을까? 어둠속에 중앙고속도로가 확연하게 보이는데
영주시와 풍기읍내를 지나는 불빛이 꼬리를 물고 지난다.
새벽야경 속의 고속도로는 불빛으로 선명했다.
먼 하늘에서는 어둠을 걷어내는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고
제 2 연화봉 아래에는 키가 큰 백두대간 돌탑이 있었다.
돌탑 주위에는 벌써부터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었고
산머리 위쪽 제2연화봉 건물에는 국립공원 대피소가 있다.
다음에 꼭 한번은 내가 이용하고 싶은 대피소이다.
(소백산 연화봉 일출)
제2연화봉을 지나며 오늘의 일출을 본다. 일출을 보면 뭔가 엄숙해지며 기분이 좋다.
세상이 잠들어 있을 시간에 이쯤까지 걸었으니 뭔가 뿌뜻한 느낌이 들고
하루을 시작하는 일출을 보니 기분도 상쾌하다.
이 일츨 사진을 찍어 가족 카톡에 날렸더니 큰딸에게서
"아빠! 일출 사진이 멋지네요 이 사진을 산행기에 꼭 담으세요" 라고 한다.
딸의 칭찬 한마디가 힘에 되고 기분이 좋다.
나는 대간을 완주하면 60세쯤에 산행기를 모아 책자를 만들어
내가 살면서 만났던 소수의 친구들 그리고 일가 친척들 또한
앞으로 테어 날 나의 손자들에게 산행기 책을 선물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연화봉 정상에는 대리석을 붙여 만들진 거대한 석조건물이 있는데 천문대이다.
소백산 정상에 거만하게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유럽의 어떤 고성(古城)같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건물 같았다.
천문을 관찰 연구하는 곳이라 펼요한 건물이겠으나
정상 마루를 비켜 친환경적인 아담한 건물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1연화봉 돌탑)
제1 연화봉(1,394m)에 올라 따쓰한 햇살 받으며 사진 한장 남긴다
이곳이 연화(蓮花)세계인가? 진흙밭에서 영롱하게 피어나는 연꽃(蓮花)처럼 부처가
사바세계에서 중생의 고뇌를 깨우치고 중생을 구하려 했던 세계,
연분홍 꽃과 푸른초원를 품은 이 봉우리의 기운(氣雲)이 범상치 않다.
정상부 한쪽엔 노산 이은상 시인의 "산악인의 선서"가 세겨진 돌탑이 있었다.
산악인의 선서 (이은상)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을 탐색하며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평화,사랑"의
참 세계을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연화봉에 서서 지나온 제2연화봉 방향의 완만한 능선의 마루길를 본다.
높낮이가 부드러운 능선은 걷기 편한 마룻길이였다.
그리고 잔잔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산에 오른 그들은 철쭉의 향연을 즐긴다.
(키가 작은 나무의 푸르름속에 활짝핀 철쭉이 아름답다)
지난달 저수령에서 죽령구간은 보랏빛 진달래 길이였다.
오늘은 연분홍 화사한 철쭉길이다.
비로봉 가는길에 계단에 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는데
유장한 능선이 한 없이 뻗어있어 많이 걷고 많이 오름을 느낀다.
비로봉 주변은 온통 철쭉으로 둘러싸여 꽃이 만발하였으니 천상 화원이다.
오늘의 이런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비로봉으로 가는길에 드넓게 만개한 철쭉이 뒤덮혀 있는데
이런날 소백산 마룻길을 거니는 난 운이 참 좋은 놈이다.
철쭉무리를 지나 가는데 서로 다른 나무가 만나서 하나의 몸통이 된 연리목이 있었다.
마치 부부가 만난것 처럼 이성지합(二性之合)이로세 아직도 비로봉은 한시간쯤 더 가야 한다.
멀리 보이는 마룻길 능선끝에 하늘 맞닿은 곳이 비로봉 정상이다.
가야 할 능선 끝에 비로봉이 보이고 희방사 인근 계곡은
원시림으로 짖게 우거져 계곡에는 아직도 시린물이 내려 갈 것이다.
화창한 봄날 꽃이 만발한 산 마루길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행복 만땅이다. 저 멀리 우측에 보이는 두번째 봉우리가 비로봉(1,439m)이였다.
(속리산 비로봉을 품은 초원과 비로봉으로 가는길)
아~ 여기는 "평화" 다.
비로봉 주위로 자연상태의 푸른 초원이 끝없이 넓게 형성되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평화" 라는 말이 튀어 나온 것이다.
비로봉 오르는 곳에는 등산객이 다니는 길을 별도의 계단을 만들어서
아무나 초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하여 초원은 자연스럽게 건강한 모습으로
푸르름을 간직하는 것 같다.때로는 어떤 작은 통제가 질서가 되고
이런 명품길을 만들어 내는가 보다.
소백산은 아고산 지대(해발 1,300~1,900m지역)이다.
아고산지대는 바람과 안개가 많아 이 처럼 넓은 초원과 낮은 철쭉으로
비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속리산 비로봉 돌탑에서)
소백산 정상 비로봉에 올랐다.비로(毘盧)는 "지혜의 빛으로 세상을 비치다"는
부처의 진신(眞身)이니 부처의 산인가 보다.
비단 소백산뿐만 아니라 속리산 비로봉,치악산 비로봉, 오대산 상암사 위 비로봉 등
같은 이름을 가진 비로봉이 여렀 있으니 불교가 이 나라의 민초들과
얼마나 가까웠는지 새삼 느낀다.
비로봉에는 여러 지역에서 온 산행팀과 많은 사진작가들이 붐비고 있었다.
속리산 등산로는 단순한 등산로가 아닌 구도자의 순례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작가가 작품을 구하는 모습)
어떤 여인이 작품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이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너무 멋지다.
얼른 카메라를 꺼네 셔터를 눌렀다. 나는 손바닥만한 작은 디카여서 빨리 찍을 수 있었다.
이제는 국망봉을 향하여 3km을 걷다가 국망봉(國望峰1,420m)에 오른다.
(국망봉 오르는 길)
(국망봉 돌탑)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는 신라의 천년사직이 다하자 베옷 한벌로 속죄하며 고찰을 찾아
정처없이 유랑하던중 이곳 국망봉에 올라 서라벌(경주)를 바라보며 한 없는 눈물을 흘렀다는
유래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망봉에서 바나나를 하나씩 먹으며 전라도쪽을 바라다
보았다.이 좋은 경치을 두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깝네 그려~
국망봉 돌탑 옆에서 등산화 끈을 풀고 간식를 즐기며 한참을 쉬었다.
쉬면서 내려다 본 국망봉은 높았다.그리고 이곳에 철쭉이 아우성이고 멋내는 향연이니
탠트라도 치고 하룻밤 머물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마음은 아직 젊은가 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한참을 쉬다가 다시 늦은맥이재을 향해 출발한다.
이제 이렇게 지나치면 언제 올지 모를 소백산 능선들
지나치며 보는 선경이 아까워서 발걸음이 더디다.
(어느부부의 휴식)
어느부부가 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는지 휴식중인데
그 모습이 다정하고 행복해 보여 몰래 한컷 찍고 지나친다.
주변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초상권 침해인가?
다행이 얼굴 분간이 안되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비로봉에서 국망봉을 지나는 마루길은 산상의 철쭉화원이다.
감히 달리 표현 할 능력은 부족하여 아쉬움 남았고 다만 네가 여기에 와 있는것을
만족하며 지나는 바람처럼 잠시라도 더 즐기며 걷는다.
국망봉을 내려서면서는 조금 빨리 걸었다.
국망봉에서 고치령까지는 아직도 11km을 더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소백산의 화려한 경치에 취하면서도 걸음은 빨랐다.
아마도 소백산 능선의 마룻길이 편안해서 자연스럽게 빨리 걸었던 것 같다.
한 아름으로는 잡지 못할 당산나무 같이 큰 소나무을 지나고
오후 1시 30분쯤 고치령에 도착한다. 예약한 풍기택시기사님은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시고
어느 단체 등산팀도 먼저 도착해서 휴식중에 있었다.이내 도착한 고치령에는 산식각이 있었다.
오늘은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1시30분에 끝냈으니 9시간30분 걸렸나 보다.
산행거리가 도상으로 25.16km로 적지 않은 거리이다.
산은 높았으나 산세가 포근하고 능선길이 완만하여 피곤하지 않고 쉽게 걸었다.
오늘 걸으며 본 소백산 초원은 오래도록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 영주 부석사가 있어 부석사 무량수전을 보러 갈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지친 몸은 가기 싫어서 나도 모르게 다른 이유를 찾는다.
일단 죽령에 있는 차량을 회수하러 가기로 한다.
이제는 새벽산행으로 잠이 부족하여 피곤이 몰려 온다.
죽령 아래 풍기온천 대중탕에 가서 뭄을 씻는데 피곤이 겹쳐 물속에서 스르르 눈이 잠긴다.
자연스레 내일의 산행을 위해 무량수전은 포기하고 모텔 근처로 와서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걸치니 기분이 나아지면서 곧 잠에 떨어졌다.
내일은 고치령에서 도래기재까지 선달산과 갈곳산을 넘어 26.28km를 걷는다.
산행시간은 12시간이 걸릴 예정이니 일찍 잠자리에 든다.
2017년 5월 28일(토)맑은 날 걷고, 6월 6일 낮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