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띄우는 편지 48.
박꽃
이른 새벽, 통싯간에서 마른 기침소리가 났다
"아부지, 빨리 나옷소!"
측간 앞에서 어린 아들은 괴춤에 손을 집어 넣은 채 두 발만 동동거렸다
고개를 들자 하얗게 핀 박꽃이 지붕을 덮고 있었다
"아따 이놈아, 기다려라."
아버지가 나오고 뒤이어 들어갔던 아들은 다시 뛰쳐 나왔다
밑이 훤히 보이는 그곳의 냄새는 고사하고
매깨한 담배 연기에 질식될 것만 같아서였다
아침이면 재래식 화장실 앞에서는 늘 발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면 잊혀질까,했다
내 나이 울 아부지 연세가 되면 또 잊혀질까,했다
박꽃이 피었다는 전갈을 받고 찾아 온 농장,
비록 가난했지만 박을 삶아 수저로 박속을 긁어내고
된장에 버무러 먹었던 유년의 맛이 있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던 박 속무침처럼
박꽃은 유년의 색갈로 피고 있었다.
첫댓글 슬걸 슬겅 썰어보세.... 금은 보화 나오것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