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의 갈등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한 2년 전쯤에 오래다니시던 직장을 그만두시고 새로운 제 2의 직업을 시작하셨어요.
아버지는 오랫동안 보험회사에서 영업직을 하셨어서, 항상 늦게들어오셨어요. 그런데 이제는 비교적 규칙적인 일을 하고 계세요. 회식이나 사람만나는 미팅도 전혀 없구요.
그런데 여전히 집안 일은 엄마의 몫인거에요.
어머니도 항상 일을 해오셨는데, 항상 집안일도 하셨던 거죠.
저는 나와 살고, 동생은 군대에 가서 두분이서만 사시는데, 아버지는 집에 오셔도 집안일은 하지 않고 동네 기원에 가서 바둑만 두세요. 이제는 시간이 많아지셨으니 좀 가정적으로 집안일도 많이 하시고 그럴줄 알았는데, 바둑을 두시고 서예를 하시고 온갖 취미생활에 신나셨어요. 어머니는 여전히 일과 집안일을 다 하시구요.
이런 구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저는, 요새 아버지와 갈등이 있어요. 저는 아버지가 집안일을 주체적으로 스스로 하셨으면 좋겠는데, 평생을 안해본 아버지는 시키는 일을 하는것도 힘드신가봐요. 그리고 당신에게 뭐라고 하는거를 되게 싫어하세요.
예를들면
지난달에 동생이 휴가를 나와 저도 집에 내려가서 가족 다같이 저녁 밥을 먹고잇엇어요. 그런데 엄마가 무슨 그릇을 못찾으니까 아빠가
"아니~ 살림하는 사람이 그것도 못찾아? 저기 밑에 있잔아"
라고 하셨어요. 아빠는 그냥 평소 말투대로 하신건데 그 말 한마디에 저는 화가 나서 아빠한테 화를 내고 말았어요.
"살림하는 사람이 무슨 말이에요? 살림하는 사람이 정해져있어요? 이 집에서 먹고 자면 다 살림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왜 맨날 엄마만 집안일을 하냔말이에요"
그랬더니 아빠가 당황하시며
"아니 아빠한테 왜그래~~ 왜 너는 아빠한테 화를 내니?" 라며 저를 혼내셨어요.
그랬더니 엄마도
"그래, 밥먹는데 누가 소리를 높여"
라며 저를 나무라셨어요.
오랜만의 가족들과의 식사인데 저만 말썽을 부리는 사람이 되었죠
그리고 또 어느날 한번은
밥을 저와 엄마가 준비했으니, 엄마가 설거지는 남동생한테 시키셨어요. 그런데 휴가 나온 동생이 설거지를 하는것도 싫고 왜 또 너무나 당연하게 아빠만 제외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엇어요.
그래서 저는
"아니야, 아빠가 했으면 좋겠어. 휴가나온 군인은 쉬어야지. 나랑 엄마는 밥을 준비했으니 아빠가 하는게 좋겠어"
라고 했더니, 아빠가
"우리 가족 산책이나 갈까?" 라며 말을 돌리시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아빠가 설거지하기 전에는 산책 안갈거라고 했다가, 또 아빠한테 혼나고, 산책갔다오면 설거지하시겠다고 하셔서 그냥 다같이 산책을 하고 돌아와서 피곤해서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에 보니 여전히 설거지를 아무도 안한거에요. 그런데 아빠는 이미 바둑두러 기원에 나가시고 안계셧어요. 저는 또 실망감과 화가 났는데, 싱크대를 사진을 찍어서 아빠한테 카톡으로 보냈어요. 그랬더니 바둑두고 와서 하시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냥 제가 남동생 시켜서 하라고 했어요. 제가 하기는 싫더라구요.
아무튼 저도 아빠를 사랑하고, 예쁜 말만 하는 사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데.. 요새 집에만 가면 저는 그런게 자꾸 눈에 보이고, 바꾸고 싶어서 날카롭게 굴어요. 근데 그렇다고 또 이런거를 스스로 참기도 싫고, 어떻게하면 잘 갈등을 풀 수 있을지 너무 어려워요. 서울로 올라올때면, 다음에 집에 내려가서는 사랑의 말만 하고, 더 따뜻한 마음으로 집에 잇다가 와야지. 라고 결심하지만 자꾸 분을 내게되요.
물론 아빠는 평생 그렇게 사시지 않았으니 쉽지않으실거같긴해요. 아빠의 아빠도 집안일이라고는 하나도 안하셨을테고. 아빠의 엄마도 항상 모든 집안일을 하시는 모습이었을테니까요. 그리고 엄마도 평생 그렇게 사셔서 그런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그래도 예전보다 요새는 많이 도와주신다, 라고 말씀을 하시죠. 그러면 저는 또
"도와 주는게 어딨어, 도와준다는 표현은 그러면 해도되고 안해도되는데 선의를 베푼다는 거잔아" 라며 예민하게 되고요.
누가복음의 사건과 어떠한 연계를 가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 제 삶 속의 갈등 나누기 부터 숙제로 올립니다. ^^
첫댓글 귀한 나눔 고맙습니다. 사건은 어떤 각도, 어떤
지점에서 보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저는 우선 예수님이 생각나요. 첫강의때 이야기한것처럼 예수님 사역의 주제가 희년선포와 이룸, 즉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에 만연한 성 불평등과의 싸움(갈등)은 곧 예수님의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싸움의 꼴이 가족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예수님의 말씀 "내가 불을 지르러 왔다." 가 생각납니다. 또 다르게 생각하면 안식일에 일하시는 예수님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식, 관습을 깨뜨려는 싸움같기도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고향(가까운 사람들)에서 배척 받으신 예수님도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