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블라인드를 내린 의상실 소파 쿠션에 기대 누웠다.
이대로 한숨 자고 싶은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내일은 쉬어야 겠어.
머릿속에는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사무실 이전, 시즌 준비로
끊이지 않는 파노라마 같은 생각이 두통을 수반한다.
그런 하루 속에서는 지나간 날을 떠올려 보는 것이 사치다.
하지만 나에게는 언제나 애달픈 회귀 본능같은 것이 있어..
갈증 속에서 중얼거리며 눈을 감는다.
금요일 내내 잠들어 있는 동안, 몇 번이나 당신을 만났지.
어디 있는지 알아도 가지 않을 곳들에서..
하지만 그때 몸을 일으킬 수만 있다면 어디로든 찾아 갈텐데
여기 이렇게 쓰러져 있어, 봄구름 마저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에..
또다시 눈을 감으며 웃어 버렸지.
사랑하는 당신, 나는 너무나 피곤해져 버린거야.
그래서 이제는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면 닭살이 돋아.
하루에도 수없이 누군가를 유혹해야 하지만
그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인 것 같아.
손가락을 열번도 더 접어야 돌아가는 그 때의 마음이란,
앞으로 다시 먼 길을 떠나 찾아내야 하는 보물섬인 것만 같아.
그래도 나는 그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지.
이 머리 아픈 일들이 모두 끝나면 말이야..
만일 그때의 어느 봄날 르네 마그리트의 특별전이 멀지 않았다면,
이 그림을 보며 당신 곁을 서성거리며 물었겠지.
'마그리트를 좋아하세요?"
그리고 당신과 나는 이른 오후 벚꽃 지는 삼청동 길을 지나 인사동으로 향하겠지.
아마 지금처럼 쌀쌀한 4월은 아니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