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을 올리는 방식이 오로지 지루하게 몬스터만 사냥해야하는 고전적인 MMORPG에서도 현질을 할 수 있는 유저(금수저)들이 고렙이 되기 쉽지만, 현질만으로는 고렙이 될 수 없고, 레벨노가다라는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좀비처럼 미친 듯이 열렙하는 흙수저 유저들이 오히려 최상위 레벨이 되기도 합니다. 운영자들은 게임의 흥행을 위해 적당한 현질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현질은 게임의 밸런스를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아이템 거래를 제한하죠.
(고전적인 MMORPG는 고전적인 입시제도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저 교과 공부만 하는 것이 유일하게 권장되는 지루한 학교생활, 금수저들이 환경 면에서 유리하지만, 시스템만 놓고 보면 단순하고 공평하기 때문에, 흙수저도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몹사냥이 게임플레이의 전부가 되니, 게임이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퀘스트나 파티플레이에 가중치를 주는 게임들이 많아집니다.
자유도를 높이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지향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장치들은 밸런스 잡기가 매우 힘듭니다.
복잡한 퀘스트에 경험치를 잔뜩 주었는데, 버그를 이용하거나, 변칙플레이를 통해서 쉽게 파해하는 법이 나돌기 시작하면 밸런스가 붕괴되기도 하고, 너도 나도 쉽게 경험치를 올리게 해줘버리면 레벨(능력치)보다는 오히려 막강한 아이템 빨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게임 내 현금거래가 더 심화되기도 합니다.
드랍율 낮은 특별한 아이템을 획득하여 갑자기 횡재하는 유저들이 발생하기도 하면서, 게임은 운 빨이라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캐릭터별로 다양한 스킬을 나누어주어 자유도를 증가시키기도 하지만, 스킬 트리를 잘 따라가지 않으면 망캐가 되는 것도 유저입장에서는 화나는 일입니다. 지나치게 복잡한 자유도가 방해가 되는 상황인 것이죠. 게다가 스킬 트리에 대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으면 나중에 욕을 하면서 게임을 접는 사례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차라리 예전의 게임 시스템, 즉 미친 듯이 단순하게 몹만 잡아서 고렙이 되는 시스템이 낫다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예전의 게임디자인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이 문제는 게임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답이 명백한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를 보면, 몬스터 사냥만 시키는 게임이냐,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답은 뻔하죠. 밸런스만 잘 잡으면 됩니다. 운에 의지하거나 아이템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플레이, 협업 플레이, 도전적인 플레이를 통해 성과를 내는 유저들이 게임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다양한 자유도를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충분한 매뉴얼을 보여주고, 버그 플레이나 현질 플레이가 힘을 못 쓰는 공정한 게임이라는 것을 믿게 해주면 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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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정시냐 수시냐가 아닙니다.
대학에 목매는 문화 자체가 명백하게 비효율적입니다.
대학이란 것이 개인차가 있어서 누구에게는 필요하고, 누구에게는 불필요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은, 국가 전체로 보면, 평균치 학생들의 꿈과 열정과 재능을 갉아먹는 상황인 것이죠. 정말 지식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어디서든지 지식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중졸이나 고졸로 지식이 충분한 분야라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어야합니다.
결국 노동정책이나 복지정책이 잘 갖춰져야 하고(경제 양극화 완화, 탈 배금주의), 기득권의 갑질이나 선민사상, 사법부의 적폐 등이 사라져, 사회가 인권을 평등하게 보장해 주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 줘야 대학에 목매는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임을 게임 자체로, 여러 방식으로, 다양한 목표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고렙이 되어 저렙들을 좌지우지하고, 피케이나 스틸을 마음껏 할 수 있고, 레벨이 높은 것을 뻐기는, 레벨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게임이 되면, 그 게임은 결국 소수의 고렙들만 남게 되어 결국엔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