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왕 핫산
글:백승남 , 그림:유진희 / 낮은산
2017년 4월 14일
발제자 : 배은영
처음 책을 휘리릭 넘겨보았을 때 짧은 내용과 가라앉은 색채의 그림에 읽어보기 전부터 발제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웬걸, 두 아이를 두고 과로사한 아빠와 생계를 위해 재봉질하며 야근하는 엄마의 팍팍한 삶을 보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어릴때 읽었으면 이렇지 않았으려나? 부모가 되면서 힘든 현실에 대한 공감이 격하게 되어서인지 울면서 나도 당황했던 책이다.
산하와 강산의 아빠는 아이들에게 늑대놀이에 대한 추억을 남기고 과로사로 돌아가신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 속 ‘늑대왕 핫산’은 외롭고 지친 아이들에게 나타나 밤하늘을 날아 야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 주곤 한다. 벽에 붙은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씩씩하게 서 있는 늑대왕의 그림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어느날 늑대왕은 아빠를 마지막으로 보낸 산언덕으로 아이들을 태우고 가서 눈물 흘리며 울부짖는다. 심하게 바람 부는 날 아침 벽에 붙은 ‘늑대왕 핫산’ 그림이 창 밖으로 날아가고 아이도 아빠를 마음으로부터 보낼 수 있게 된다.
누군가를 떠나 보낼 때는 마음으로부터 진정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이 책에서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고 ‘늑대왕 핫산’이라는 추억과 상상의 존재를 통해서 치유의 시간을 갖게 된다. 바쁜 삶에 부모와의 추억을 갖지 못한 아이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산하와 강산은 아빠와 늑대놀이라는 추억을 갖고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그린이는 정말 슬프고도 진지한 그림을 그려 보고 싶었단다.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평소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참으로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나에게 정말 뭉클하면서 찡한 감정을 주었다. 그린이의 의도에 난 완전 몰입하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발제 때문이었을려나?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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