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공무원문예대전 심사총평
-시 부문 우선 발상의 스케일이 컸으나 이를 표현하는 어법과 시어들이 잘 정련되었나 하는 문제를 논의의 중점으로 삼았다. 이 작품들 중에서 삶에 대한 긍정과 끈질긴 도전 의식을 높이 샀고, 그것을 ‘도깨비바늘’이라는 독특한 사물에 비유하여 시적 형상화를 잘 꿰매냈기 때문에 금상으로 선정했다. 우리가 늘상 대하는 사물과 사건과 세계에서 새로운 우주적 질서를 발견하거나, 삶의 의미를 발견하여 언어로 표현하는 일만큼 창의적인 일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창작이란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표현하지 아니한 것을 표현해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매우 어렵지만 가치 있는 작업에 도전한 모든 응모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만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시는 언어로써 표현하는 언어예술이라는 가장 초보적인 정의부터 천착해 보고, 단순한 감상을 읊조리는 일차원적 정서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여 둔다.
-소설부문 소설은 문학의 어떤 장르보다 쓰기 어렵고 고통을 수반하는데도 응모편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사실이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작품들의 평균적 수준이 그것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해 아쉽다. 전반적으로 소설의 기본에 미흡한 작품들이 많았으나, 이런 점은 응모대상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부득이한 현상으로 이해된다. 이번에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 ‘추천사’는 조선조 여류시인 허난설헌과 스승 이달이 주고받은 서간문 형식을 프레임으로 하면서도 소설의 기승전결 스토리 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각 서신마다 그 내용과 연관성 있는 시편을 서두에 하나씩 붙인 재치가 돋보인다. 서신 내용을 통해 당시대 사대부 계층의 의식구조나 사회상을 명징하게 그려 보여주는 것도 이 작품의 아름다움이다. 특히 오늘날의 소설문학이 대체로 각박한 논리전개, 말초적 흥미 위주, 거친 문장으로 흐르는 경향인 데 비해서 드물게 보는 예술소설 문체를 구현했다.
-수필 부문 수필은 삶의 체험을 언어로 녹아내는 서사문학으로서 문학적 상상과 삶의 진지성이 함께 어울려야 한다. 수필은 분명히 수기와 다르다. 이것은 체험이라는 리얼리즘에 문학적 상상이 가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작가의 체험은 독자와 공유할 수 있는 감동과 공감을 갖게 된다. 금상으로 선정한 ‘겨울산’은 아들이 죽은 지 14년이 지난 시점에서 회상하는 내용으로 아버지가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줄거리로서 겨울산의 풍경과 인간의 아픔을 공감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자식을 잃은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산이 지니고 있는 적막함과 침묵, 그리고 한겨울을 이겨내는 산의 의지를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자식의 죽음이라는 인간의 삶과 겨울산이라는 자연간의 실존적 상황의 형상화가 대상작품으로써 적격하여 추천하기도 했다.
-시조 부문 시조는 3장 6구 45자 안팎으로 4음보 격 3행시를 기본으로 한다. 자수는 시조마다 1,2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종장 첫째 구만은 3음절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것이 시조의 기본 형식이다. 한문문화가 모든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을 때 우리말로 노래하여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여 왔다. 고려 시대에 시조의 형식이 완성되었다고는 하나 멀리 향가에서부터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어 유일한 우리 국문시라 점에서 시조가 지닌 문학적 깊이와 역사적 배경은 우리 민족 문학의 긍지이자 크나큰 자산인 것이다. 금상에 선정된 ‘서포, 바다에 서다’외 입상작품들은 현대시조에 대한 구조적 특징을 잘 갖추고 있었으며 입상권에 든 몇몇 작품들도 자유시에 비해 그 완성도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그러나 몇몇 작품은 아직도 현대시의 시학적 배경과 동떨어져 있어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동시 부문 동시는 상황을 설명하거나 나열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아동문학 특히 동시의 특성은 교육성과 과학성이 배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이번 응모작품 중에는 동시에 대한 안일한 생각으로 소재와 표현이 시에 이르기엔 미숙한 작품이 더러 눈에 띄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동시 부문 응모작은 총 226편으로 작품의 수준은 대체로 고른 편이었다. 그러나 고르다는 것은 뛰어난 작품이 없었다는 점으로도 지적되는 것이다. 그중에서 ‘금상’으로 뽑은 ‘조각이불’은 조각 천이 모여 하나의 이불이 만들어 지는 것과, 새로이 만난 새아버지와 오빠들과 새 가족을 이루는 점, 이불과 가족으로 대비하여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나타낸 점이 공감을 주었다.
-동화 부문 동화는 문학적인 면에서 뛰어난 상상력으로 큰 즐거움과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느낌을 주며 풍부한 정서에 의해서 인간성의 미묘한 세계를 보여주고 다양한 활동에 의해서 여러 가지 인생의 진실을 보여준다. 이번에 응모된 작품은 대체적으로 이러한 기본요소를 잘 갖추고 있어서 동화를 쓰는 작가와 그 동화를 읽는 독자가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 하나가 되는 일치감이 더욱 필요한 시대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금상으로 뽑힌 ‘이메탈 아빠’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일상사를 통해 지구촌에 사는 모든 인류는 같은 운명을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감이 주제를 선명하게 해주고 있어 더욱 현장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희곡 부문 희곡 공부를 많이 한 작가들 같다. 작품주제를 극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솜씨들이 능숙하다. 다만, 장면 전환이 많은 게 흠이다. 금상으로 서정된 ‘메리, 크리스마스, 공 병장’은 군대장면과 레스트랑 장면은 빼고 그 상황을 대화로 처리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무튼 앞으로 좀 더 공부하면 극작가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다음 은상인 ‘쩡아가 돌아왔다’는 학교폭력을 다룬 작품이다. 가해자, 피해자 학생 어머니가 서로 만나게 되는데 알고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 어머니는 여고동창생이다. 현재 피해자 어머니가 여고시절 때 가해자로써 많은 친구들을 괴롭혔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개과천선하여 참된 어머니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의 과실 때문에 많은 동창생들에게 눈총을 받고 비웃음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이 작품도 역시 장면 전환이 너무 많다. 그리고 처음에 얘기하려고 했던 학교폭력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하고 끝내고만 점이 아쉽다.
-종합 이번 제16회 공무원문예대전에는 시, 소설, 수필, 시조, 동시 동화, 희곡 등 7개 부문에서 1,978 작품이 응모되었다. ‘작품 심사위원회’가 구성되어 두 차례의 심사회의를 개최하고 입상자들을 결정하는 데는 장시간의 논의가 필요했다. 특히 대상 수상작품을 결정하기 까지는 전체 심사위원들이 윤독을 하고 각자의 소견을 종합하여 우위에 놓인 작품으로 결정하였음을 밝혀 둔다. 더구나 전문 문학인도 아니고 전공을 했으나 아직 정식으로 문단에 등록되지 못한 채 습작을 통해서도 이만큼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공무원문예대전은 공무원들이 좀더 지향적인 사유의 폭을 넓혀서 직무의 수행이나 사회생활에서 진취적인 인격의 향상을 위해서도 글쓰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으로 응모했다고 보아진다. 오늘 입상자들에게는 축하와 박수를 보내고 비록 이번에 입상을 하지 못한 분들은 내년에 또 후내년에 더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격려를 보낸다. -- * 이 심사총평은 시상식날 유정복 장관과 함께 총평을 한 것임.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이 작성한 것을 [심사위원장]으로서 종합한 것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