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되어서야 이룬 사랑
만년설을 이고 선 히말라야의 깊은 산골 마을에 어느 날 낯선 프랑스 처녀가 찾아왔다.
그녀는 다음날부터 마을에 머물면서 날마다 마을 앞 강가에 나가 앉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렸다.
달이 가고 해가 가고 몇 십 년이 흘러갔다.
고왔던 그녀의 얼굴엔 어느덧 하나둘 주름살이 늘어갔고 까맣던 머리칼도 세월 속에 희어져 갔지만 속절없는 여인의 기다림은 한결 같았다.
그러던 어느 봄날, 이제는 하얗게 할머니가 되어 강가에 앉아있는 그녀 앞으로 상류로부터 무언가 둥둥 떠내려 왔다.
그것은 한 청년의 시체였다.
바로 여인이 일생을 바쳐 기다리고 기다린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청년은 히말리아 등반을 떠났다가 행방불명이 된 여인의 약혼자였다.
그녀는 어느 날인가는 꼭 눈 속에 묻힌 약혼자가 조금씩 녹아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떠내려 오리라는 것을 믿고 그 산골 마을 강가에서 기다렸던 것이다.
할머니가 되어 버린 그녀는 몇 십 년 전, 히말리아로 떠날 때의 청년 모습 그대로인 약혼자를 껴안고 한없이 입을 맞추며 울었다.
마음을 뭉클하게 감동을 주는 이 이야기는 정채봉과 류시화님이 엮은 [작은 이야기]란 책에서 작자 미상으로 소개된 내용입니다.
엮은이들은 "평생을 바쳐 마침내 이룩한 사랑, 어디 사랑뿐인가.
쉽사리 이루기를 바라고 가볍게 단념하기를 잘 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슬픈 이야기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한 여인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사랑에는 눈 속에 묻혀 죽은 약혼자가 언젠가는 꼭 물줄기를 따라 내려오리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기에 가능했고, 또한, 그 떠내려 올 약혼자를 한 평생을 바쳐서라도 꼭 찾아야겠다는 목적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까지 평생을 수절하면서도 온갖 유혹과 마장, 어려움과 고통이 있어도 이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버티며 살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사랑이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에,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꼭 원하는 바가 있다면 평생을 바쳐 사랑을 이룩한 여인과 같이 꼭 이뤄야겠다는 확고한 믿음과 두렷한 목적의식, 굴하지 않은 노력으로 임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비록 시일의 장단은 있을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오늘 하루도 평생을 바쳐 사랑을 성취한 한 여인과 같이
흐뭇한 감동으로 세상을 훈훈하게 하는 주인공이 되길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