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30강
어제 올려진 강좌가 실수로 삭제되어 다시 올립니다.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세 분 시인의 디카시 감상 평설을 소개한다.
물의 지문을 포획한 찰나의 문학적 사유, 동심을 찾게 만드는 강의 정체성, 현실을 상기시키는 고시원의 단상을 주제로 담고 있다.
#디카시
찰나 / 임창연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자
햇살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물이 지문을 채취 당한 건
눈 깜짝할 사이였다
-감상-
물의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 햇살은 흔들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렇게 기가 막히고 아름답게 찰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놀랍습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임창연 시인 덕분에 디카시를 알게 되었고 찰나를 읽고 찍어 감성으로 표현하는 문학인 디카시의 묘미도 알게 되었습니다. 찰나를 읽고 채취당한 것은 물의 지문이 아니라 어쩌면 나의 영혼인지 몇 년이 지나도 좋은 시로 생생하게 기억되는 시를 소개하게 되어 행복합니다.
사람에게 지문이 있는 것처럼 물에도 지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흔들리는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간절함으로도 읽히는 ‘찰나’디카시를 사랑하게 되었듯 여러분께서도 행복한 ‘찰나’와 만나길 소망합니다.
글=이시향 시인
#디카시
소녀의 강/ 강미옥
동생과 나는 두메산골
시냇가에 종이배를 띄워 보냈지
아버지 따라 물길 따라
흘러온 강나루 마을
언젠간 또 큰 바다 항구로 떠날지 몰라
-감상-
강미옥의《소년의 강》은 맑고 조용한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은 남매의 뒷모습에서 큰 희망을 품고 큰 바다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시냇물에 띄워 보내는 종이배를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접어 보았을 것이다. 반듯하게 접은 종이배가 희망과 꿈을 가득 싣고 무사히 넓은 바다로 향해 나아가길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순박한 강나루라는 단어가 참 좋다. 강나루에서 큰 바다로 이어주는 그 중심에는 아버지라는 큰 단어가 있다. 아버지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왠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 같다.
강미옥 디카시 《소년의 강》을 읽고 나면 훌쩍 떠나온 유년 시절 그 어디쯤 되돌아가서 그때 가져 오지 못한 그 무엇인가를 다시 들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박해경 시인
#디카시
고시원/ 김인애
01호부터 27호
볕이 드는 한 곳을 향해
하나의 숨을 쉬고
하나의 눈을 뜨고
하나의 꿈을 꾸고
-감상-
김인애 시인의 <고시원> 디카시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한줄기 빛을 바라보려는 아우성이 보인다. 작은 하수구 덮개 칸칸이 어두운 곳에서 빛이라는 탈출구를 찾아 고개를 내민 어린 풀잎에서 희망을 바라보게 한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각종 취업시험, 입시지옥 등 요즘 젊은이들은 ‘헬조선’ 이라고 외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의 작품 ‘고향’에서 희망이란 말이 떠오른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 지상에는 본래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도 어렵다고 한숨만 쉴 것이 아니라 희망이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서 길을 만들기를 소망한다.
글=박동환 시인
'이시향, 박해경, 박동환' 시인 세 분의 평설을 통해 시간의 궤적과 인간본연의 가치, 치열한 삶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일상이란 테두리 속에서 디카시를 건져올리는 작가정신 속에 디지털문학의 비전이 보인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환히 밝히는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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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 하정희 님의 <포로>를 선정한다.
#금주의디카시
포로 / 하정희
뭐!
내일이 없는데
너는 웃을 수 있어
하정희 님의 ' 포로' 는 비극적 초월의 완결판이다. 수족관 속 우럭의 삶과 우리 인간의 삶을 연상시키는 슬픈 서곡이 아닐 수 없다. 딱 세 행의 시적 언술이지만 인생의 깊이가 깊게 파고든다.
또한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가 장중한 울림으로 전해진다. 우럭의 생경한 장면을 담담하게 앵글로 담아내고 정해진 운명을 향해 저항하는 시시포스의 자유의지를 그려내는 시적 언술, 이를 포로로 기획한 연출자의 안목이 탁월하다.
수족관 속 우럭의 삶과 우리 인간의 삶을 클로즈업시킨 아포리즘이 디카시 포로가 된 우리들 가슴속에 잔잔하게 머문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우주선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항해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 우주 유영에 승선하는 디카시 우주인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