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피 어디에 버리고
새하얗게 탈색되어 갈기갈기 날리는 걸까
하늘은
채칼로 친 푸른 살갗
문득 흰 꽃 되어 떨어질 때
아버지
그때 그도 갈래갈래 흩어지고 싶었을까
온몸에 흐르던 뜨거운 피 버리고
펄 펄 펄 주저앉고 있었을까
어쩌자고 이른 새벽 몸을 벗어 나무에 걸었을까
자작나무 가지에 걸린 검은 몸
무게 없는 무게로 흔들리던 몸 위로 쌓여만 가던 흰 꽃
곤한 잠에 빠져 있는
댓돌 위 일곱 켤레 신발 위로
쌓이던 소복한 살점
하늘에서 누가 빙수를 갈고 있던 걸까
하늘과 땅 사이
덮어주고 싶은 것 있어
정지보다 따듯하고 움막보다 포근한 눈 꽃
하얗게 날리는 동안
아버지
하늘 껍질 수의로 걸친 채
그 많은 사연 어둠 속에 걸어 둬야 했을까
그릇 위로 소복이 떨어진, 제빙기에서 밀어낸 꽃
흰 꽃 한 술 떠 넣자
찌릿하게 기억의 지층을 뚫고 올라오는
아버지
(『문예운동』 2017년 겨울호에서 전재)
김나비:
시인, 교육공무원.
2017년 『NGO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월간 『시문학』 신인상, 『문예사조』 신인상(수필), 청주신인예술가상 수상.
수필집 『내 오랜 그녀』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