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울고 있다. 김규련
굴착 장치와 연결된 송유관의 파손으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헌팅턴비치에서 뉴포트비치까지 이어지는 6마일 구간 해안의 출입을 금지하고 기름 유출 복구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헌팅턴비치로 나가보았다. 해변은 내가 가까이 살면서 지켜본 지난 40여 년 수많은 날 중에 그 날이 제일 지저분한 풍경이었다. 이동식 화장실이 쉰 개도 넘어 보이고 그것들이 줄줄이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악취인지 기름 유출에서 나오는 냄새인지 바닷가는 정말 엉망이었다. 게다가 탈버트 마시라는 습지대에는 90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데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내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났다. 바다도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들이 제멋대로 막 다루고 남용하는 데 대한 슬픔인 것 같아 내가 모두를 대신해서 바다에게 사과했다.
팬데믹으로 아무 행사가 없던 지난 2년을 보상하듯 10월 2일 토요일 에어쇼엔 15만 명이란 엄청난 인구가 헌팅턴비치에 모였다. 제일 많이 모인 날이 미국 독립기념일 날 10만 명이 모였었는데 그것에 1.5배의 사람이 모였다고 한다.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였다. 미국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모인 것을 보긴 처음인 것 같다. 매해 10월이 되면 에어쇼 때문에 귀가 찢어질 듯한 금속성의 초음속 비행기의 굉음으로 하늘과 땅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쇼한 주전부터 비행 연습을 하는데 귀마개를 하고 집에 있었다. 우리 집 지붕 바로 위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비행기의 소음으로 전쟁이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 6.25 전쟁이 이렇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 보니 에어쇼는 나에게 쇼보다는 무서움으로 다가왔다.
한낮의 에어쇼와 저녁의 음악 축제를 위해 헌팅턴비치시는 바다를 휘장으로 막고 게이트를 만들어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강물을 팔아먹었다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이 시에서 41년을 살았지만, 바다를 막고 돈을 받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헌팅턴비치의 사는 한 시민으로 윤리에 맞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바다는 하나님이 누구나 즐기라고 만드셨는데 바다를 막고 돈을 받는다는 것이 왠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나님 뜻에 어긋날 일을 했었나? 예상치 못 한 일이 토요일 밤에 일어난 것이다. 송유관이 파손되었다는 갑작스러운 재난의 비보를 들었다. 주일인 다음날은 바다를 모두 봉쇄했다.
이어서 일요일에 예정되었던 에어쇼를 비롯한 모든 행사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어 그곳에 나와서 구경하려고 한 사람들과 장사하여 돈을 벌려던 많은 사람이 문을 닫고 바다를 하루 일찍 떠나야 했다. 남편과 나는 주일날 교회를 다녀온 후 다시 바닷가에 나가 보았다. 이곳저곳 흩어진 기구와 부서진 물건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바다는 기름 유출로 숨을 못 쉬고 아파하고 있는 듯 힘없이 파도만 출렁이고 있었다. 마치 나보고 빨리 도와 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 더 바다를 바라볼 수 없어 돌아왔다. 괜스레 화가 났다. 누가 저렇게 죄 없는 바다를 망가트려 놓았는지 돌아오면서 자기들 사리와 이익만 찾는 못된 인간들이 미워졌다.
뉴스는 삽시간에 전 세계에 알려졌나 보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서도 안부를 묻는 카톡이 온다. 나에게 있어서 헌팅턴비치는 1974년 처음 미국 와서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신 오빠랑 교회 식구들이랑 캠프파이어를 짚여놓고 기타치고 찬송가 부르면서 놀던 추억이 많은 곳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남가주 최악의 유출 사고가 일주일이 지난 지금 해변접근이 허용되었다. 다행히 헌팅턴비치시가 수질오염도 조사한 결과 인체에 해로울 정도의 독성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신문에 나왔다. 당국은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복구 작업과 상식적인 토양 채취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도국과 담수화 공장과도 협조 한다고 하니 조속한 날에 바다가 자기의 본연의 자세를 찾으면 좋겠다.
바닷가는 물고기와 새들의 보금자리가 될 뿐만 아니라 외로운 사람, 기쁜 사람, 슬픈 사람, 누구나 가리지 않고 찾아와 맘의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헌팅턴비치는 썰핑으로도 유명해 썰프시티라고도 불리운다. 켐프화이어 핏( Camp Fire Pit) 이 많아 장작을 때며 밤 늦게까지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칠 수 있는 그런 해변이 다시 되는 날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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