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강
7. 현대시와 비유
현대시는 어떻게 수식(修飾)하는가 하는 것은 시 창작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반 문장에서 수사법(修辭法)이 있듯이 시에서도 몇 가지의 수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 창작에서 실질적으로 당면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여기에서는 절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비유와 상징 그리고 아이러니 등으로 나누고 다시 세분해서 설명하고 합니다.
7-1. 현대시의 비유
7-1-1. 비유(比喩. Figure of speech)
비유는 언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기능입니다. 이는 시 창작에서 필수적인 것이지만, 일상적 언어생활이나 문장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비유가 모든 언어 속에 편재(偏在)하고 있어서 수사의 한 원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언어는 의미와 대상을 소리값으로 표현하고 지시하는 기능이 있지만 언어는 한정되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무한한 그 대상물을 모두 표현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언어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비유나 상징이라는 장치가 발생하게 됩니다.
비유는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어 문장의 변화를 더하기 위한 수식의 형식이라는 넓은 의미도 있지만,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직유, 은유, 의인, 풍유 등의 방법을 포괄하게 됩니다.
시인이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하는 본래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 즉 관념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이제 비유를 성립시키는 요소를 몇 가지 들어 봅니다.
① 비유에는 두 가지 의미의 비교가 이어야 한다.
- 무지개가 사다리처럼 하늘에 걸려 있다.
- 구슬땀은 포도송이처럼 가을로 영근다.
이런 표현에서 ‘무지개’와 ‘사다리’ 그리고 ‘땀방울’과 ‘포도송이’라는 두 가지 사물이 바교적으로 동원되고 있습니다.
② 비유는 원관념(元觀念)과 보조관념(補助觀念)이 이질적(異質的)인 것이어야 한다.
위의 표현에서 ‘무지개’와 ‘땀방울’은 원관념이며 ‘사다리’와 ‘포도송이’는 보조관념입니다. 이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사물입니다. 이를테면 ‘장미 같은 여자’라고 했을 때 ‘장미’는 ‘여자’가 아니라는 부정이 있어야 비유가 성립됩니다.
만약 남자같은 남자‘라고 했을 때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일치하면 어법상 비유 형식을 취했다고 할지라도 설득력이 약한 비유에 불과하거나 아예 비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위같은 남자‘라고 한다면 이질적인 결합으로서 강한 비유로 작용하게 됩니다.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 두 사물은 어딘가 유사성과 관련이 있어야 비유가 성립한다.
‘달은 청상이 세운 눈썹이다가 / 시린 칼날의 은장도로 빛난다.’고 했을 때 ‘달’과 ‘눈썹’의 관련은 여성 이미지이고 ‘시린 칼날’과 ‘은장도’는 여성의 정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달’과는 분명히 이질적이지만 유사성이 있는 이미지의 관련성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어리적에 들어본 ‘쟁반같이 둥근 달 / 남산 위에 떴지’라는 표현에서도 ‘쟁반’과 ‘둥근 달’은 서로 이질적이지만, 서로 둥글다는 유사성이 있어서 비유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7-1-2. 직유(直喩-simile)의 방법
문장에서 비유하는 말과 비유되는 말을 직접 대조시켜서 문장의 이해를 돕는 수사법입니다. 흔히들 명유(名喩)라고도 하는데 하나의 사물과 다른 사물(하나의 관념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입니다.
.......처럼 ......같이 ....듯이
......인 양 .....하듯 .....마냥
이와 같은 조사(토씨)가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끼어서 문장이 성립됩니다. 여기에서 원관념이라는 것은 비유법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실제 내용이나 비유되는 사물을 말합니다. 한편 보조관념은 원관념의 뜻이나 분위기가 잘 낯타나도록 도와주는 관념 즉 비유, 비교의 관념을 말합니다.
멍이 풀리는 몸살
몸살같은 바람기 퍼져나가는
으슥한 밤은
--한광구의 「몸풀기」중에서
동짓달 한낮 잠간 동안
햇살이 왔다가 첫사랑처럼 떠난다
허옇게 마른 바람이 불경기로 문을 닫은
--박명용의 「숭인동 일기 . 9」중에서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나그네」중에서
山은 山인 양 의연하고
江은 흘러 끝이 없다
--박목월의 「餘韻」중에서
꿈 깨듯 깨어나는 립스틱 빛 유도화
작렬하는 햇살을 밟고 또각또각 하이 힐 소리
--윤석산의 「시 또는 시가 아닌 사랑에 대한 단장 . 43」중에서
이와 같이 직유는 다른 사물에 비유하여 의미와 분위기를 표상하는 것인데 무엇의 ‘와 같은’ ‘처럼’ 등이란 말이 삽입됨으로써 그 비교 속에서 또 하나의 확대된 표현으로 까지 높일 수가 있다.
한광구의 시에서 ‘몸살같은 바람기’는 ‘몸살’과 ‘바람끼’의 의미가 얽혀 비교됨으로써 표현의 확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무엇무엇의 ‘와 같이’로 이어져 가는 직유의 방법은 간단하며 아주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자칫하면 통속적인 언어로 약화되어 개념화한 표현으로 떨어지기 쉬울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국의 소녀 →‘사과와 같은 뺨’
‘비가 내리듯 눈물이 흘렀다’
‘바위처럼 무겁다’
‘바다와 같이 깊다’
등입니다. 일상언어의 경우는 비유로서의 표현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그것으로 끝나고 말지만, 시에서는 무엇보다도 시인이 대상을 향하는 태도가 문제되는 것입니다.
이상의 직유들은 대개 표현적인 유사성에 의해 이어진 경우인데 ‘발갛기 때문에 사과’라든지, ‘깊기 때문에 바다’라고 하는 연쇄반응으로써는 진실의 형상이 불가능합니다. 직유는 은유만큼 사물의 본질을 복잡하게 표현할 수 없고 무엇무엇을 형용한다고 하는 한 종류의 기능 밖에 지닐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근본은 외형의 비슷함보다도 질(質)로서의 공통감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때로는 은유보다 질이 낮게 보이기 쉽지만, 역시 직유가 지니고 있는 구상적인 넓은 영역은 비유의 소중한 요소로서 훌륭한 시인은 크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