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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th. Apr. 1978
주방용 Gas찾다. 가져온 선용품회사가 생각보담 신용 있는 곳이다. 부산 대아에 전화하기 위해서 호텔 방 잡기 무려 3시간, 다섯 번 만에 겨우 Regent Hotel 401호실을 잡을 수 있었다. 그나마 냉방장치도 없고 선풍기 하나뿐인 방이다. 지배인인가 그 녀석이 “다 가보고 없으면 이거라도 쓰라고” 해서 다시 찾아온 것이다.
김계호 전소장님댁에서 저녁 얻어먹다. 마누라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바깥어른의 입장, 온통 제 세상, 제 뜻인 양 지껄이는 그 마누라하며 젊은 녀석이 부엌일을 거들며 어린애 취급받으며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비정상임을 물씬 풍겨댄다. 밤 11시 전화신청. 밤을 꼬박 새며 기다려도 결국 헛탕. 잠을 한숨도 못 자고 말았다.
7th. Apr.(금)
입안이 까끌하고 눈이 따갑다. 호텔측에서 미안하다고 오늘 다시 해 보란다. 왜 낮에 한하고 한밤중에 하느냐다. 시차라는 거 아냐? 그러냐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못 잔 잠에다 뭣이 그리 물어뜯는 게 많은지 군데군데 부리킨다. 시팔이다. 미치는군. Agent 거쳤으나 별 소득도 없고 또 8-9일 어쩌고 할뿐. K/Reefer의 C/O와 함께 김 소장댁 거쳐 점심 얻어먹고 오다. 오던 잠도 어디가고 짜증 그리고 서글픔만 한아름 짊어진체 -.
8th. Apr.(토)
아침부터 회의 두 차례 갖다. 일본까지 가서 교대토록하자고 -. 잘 되는 듯 하더니 결국 한쪽이 이그러진다. C/E의 사직서 제출. 그 이유가 다분히 감정적인 것 같다. 이젠 할 수 없군. 이 기회에 전원 재조정하자. 갈 사람을 억지로 잡아두는 것도 무리한 일이고 오히려 더 큰 과오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OLB-1 김군과 R/E 가 개인사정을 얘기해온다. 역시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게 젊다는 증거일테지. 그래 보내주마. 그러나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한 이상 후회는 하지말고 -.
AM. PM Mov.(동향)를 계속 청취했으니 히로시마의 ‘히’자도 없다. Chief Pilot도 Tincan도 아직 ‘Negative’란다. 10일까지가 Dead-Line 이라 일러두었으니 무슨 수가 나겠지. 아진해운의 아진호 입항. 태극기를 달고 있는 한국 국적선을 보기 힘드는 곳인데- .매달 수척의 한국선원이 출입하고 또 머물고 있으면서도 제나라 국기를 달고 다니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 씁쓸함이 따른다. 비록 거지꼴을 하고 있는 그리스놈들이지만 그 당당하고 발랑 까발라진 태도와 말씨들을 보고 들으면 벨이 뒤틀린다. 짜증과 서글픔이 곧 내 것으로 되어 돌아온다.
누굴 위해서 이러는 것인가? 내 자신, 회사, Owner, 아니면 데리고 있는 Crew, 분명히 그렇지 않다. 오직 내가 맡은 일, 그 책임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늦은 입항이다. 이놈의 새끼들 사이에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래도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거기까진 내가 닿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결국 등이 터지고 코가 깨지는 것은 선원들이고, Owner 그리고 대아까지도 영향을 받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9th. Apr. (일)
하선귀국자 최종 확인 사직서를 받았다. 6명이다. 처음 귀국자 중에 내 자신과 김성동 갑판장 ABB-3 셋만 남는 셈이다. 어쨌든 이걸로서 결말을 맺기로 하다. 자신의 일은 자신에게 맡기고 더 이상 설득하거나 참견, 권고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나치면 화가 될 수 도 있다. 어느 정도 무리가 있을 듯도 해서 염려가 됐으나 차라리 속이 후련하기까지 하다. 건강상 여의치 못해서 가야 하는 것은 분명히 본인으로서도 불행한 일이다. 어쨌든 중도하선이 되면 본인 부담이 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각오들 한댔으니까 회사의 지시에 따르도록 조처하면 된다. 어뗳게 처리가 될는지 모르겠으나 이 기회에 차라리 9명 전원을 교대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만 우선은 두고 볼 일.
FLO 초청으로 K/Reefer 1등항해사가 왔다. 그는 FAO 1기생이다. 나보담 선배이다. 처음 길이 달라 지금의 입장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써 줌이 고맙기도 하다. K/Reefer 노 선장의 엄포가 좌중을 더욱 웃겼다. 특히 우리 C/O는 배꼽을 쥐었다. 농담도 아닌 똥배짱을 자랑삼아 해도 너무 어처구니 없는 것들에는 웃음밖에 나올 것이 없다. 하나의 허구다. 수산대학을 나왔다는 것도 10년 이상 승선 경력을 가졌다는 것도 말짱 거짓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한 제스추어다. 자신의 무지를 스스로 폭로하는 결과다. 그 말처럼 그나 나나 신세가 가련할 뿐이다. 선박도 하나의 사회공동체이다. 물론 개개인이 직책을 갖고 선장이라는 정점을 두고 수직적인 조직을 형성, 운영되고 있으니 전체를 무시하면 안 된다. 친분도, 친구도 좋으나 지나친 것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배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으나 K/Reefer의 Capt. C/O 등의 행동이 많은 불신과 빈축을 사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宏島丸는 어쩐지 정이 안 든다.’는 그의 말이 뜻하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정들지 못하게 자신이 스스로 하고 있는 줄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그를 수밖에-. 공동체에서 질서를 헤치는 정(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결점의 하나다.
10th. Apr.(월)
교대관계 대아 및 德丸에 타전하다. 청수 사용가능수량이 14톤으로 보고됐다. “Mr. Toni, 오늘이 10일인데 -.” 오후에 보잔다. 싹수는 노란색이다. Canpex에 더 이상 Lagos에 대기 불가하니 Lome로 이동수배 타전하다. 막다른 골목이다. 역시 오늘도 심한 한줄기의 돌풍과 폭우가 지나간다. 이런 비가 있으면 하루가 늦어진다는 소리다. 잠간 동안의 무법천지. 지난 4일 날의 사고가 악몽처럼 되살아난다. 직접 Tincan No.10에 가서 Christos. K의 양하사정을 확인하려 했으니 역시 비 때문에, 그리고 오늘 오후라는 말에 PM Mov.까지 들었으나 역시 없다. 결국은 답답한 놈이 샘만 파는 격이다. Winfros 입항. 그 배 선장과 Mr. Assaf은 무슨 일로 다투어 서로 말을 않는 처지. 그래서 주위에서 Relay 해주어야 하는 형편이다. 이 판에 별꼴을 다 본다. 그나저나 그놈의 선장 배짱도 꽤나 두둑한 모양이다. 하기야 근 80여일간 대기에 포트하코트까지 가라 오라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오후 5시랬는데 AM Mov.에는 15:00시였는데 정시에 입항한다. Mr. Okamu가 다시 묻는다. Winfros 연락됐냐고.
“야! 지금 막 Pilot승선 방파제 입구에 들어가는 중이니 30분 후면 Fishing warf에 접안될거다” “OK. 고맙소” 얼씨구나다. 옆에서 빙긋이 웃으며 듣고 있을 Mr. Toni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우새끼 같은 놈. ‘“난 어찌 되냐, 또 내일이냐?” 그렇단다. 그게 당연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아침으로 일어나기가 싫어진다. 권태로움이 나른하게 한다. 그런대로 잠을 이끌어 가는 중이만 비몽사몽간이 많다. 어떤 변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입항 그것이라도 하면 무엇인가 다시 제 Face를 찾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11th. Apr.(화)
무슨 놈의 양하작업이 예정보다 10여일이 더 걸리는가? 직접 Tincan 10번 부두에 양하중인 Cristos K에 가 보았다. 마대에 넣은 알랑미를 싣고 있다. C/O를 만났다. 어찌돼요? 보다시피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그 많은 터진 마대를 다시 퍼 담아 아가리를 기워내자니 시간이 걸린다고-. 알만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글쎄 잘하면 하루 반”은 걸릴 거란다. 역시 그런 사정이 있었군. 그렇담 13일이 돼야 된다는 소리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 以實直告했다. “얼마를 기다렸오?” “2달 반!” “허허 무얼 그걸 갖고 그래샀오. 우리는 5개월 기다렸고 입항하고도 20일이요” 한다. 아이구 할아버지가 계셨군. 공자 앞에 요롱 흔든 셈인가.
오트바이 뒷자리에 앉아 온갖 아슬아슬, 앗찔앗찔한 곡예 끝에 Assaf, Fishing Warf를 거쳐 Minostar까지 가다. 다시 U.N Jersey 거쳤고 일본 대사관도 들렸다. 줄줄이 내리 엮은 셈이다.
UN Jersey의 선장 놈의 마치 시쌍 놈 같은 태도에 입에 거품만 물다 말았다. 아무래도 현지 Servey나 대리점의 중개를 요청해야겠다. 펄펄 끓는 태양처럼 내 전신도 끓어오른다. 먼지를 뒤집어 쓴 온 몸에서 땀에 절인 때가 엉키고 밀린다. F.P hotel의 시원한 Pool장에 첨벙 뛰어 들고 싶다. 마치 세모꼴 헝겊 서너쪼각을 붙인 듯 한 수영복 차림의 흰둥이 여자들이 진짜 탐나는군. 내 것도 있는데 -. 엇다두고 이 모양인가? 몇 번간 일본 대사관직원의 친절함은 언제나 한결같다. 저것이 올바른 공무원의 자세요 태도다. 비록 한 사람의 선원일 망정 자국의 이익에 관계되는 이상 보호하고 아껴 주는 그 성의에 감복할 수 있으리라. 더욱 더 열심히 그들의 재산을 지켜주는 성의가 저절로 생기리라. 누구에게나-.
Las의 Mr.Tikam 전보 받다. 일본에서 친 모양이다. 내일 입항이라고 키시나니가 얘기하니 연락해보란다. 이 녀석도 쌍말로 좃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德丸에서 한국선원이 공산권 국가에 기항시 영사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전보를 받다. 문제성이 있다. 북괴놈들의 농간이 다분히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그로 인하여 우리 선원들의 불리함이 클 수도 있다. 한국선원이 우수한 줄 알면서도 이러한 제약상 타국 선원들에게 배를 빼앗긴다면 얼마나 우울한 일인가. 어쨌든 사고는 막아야 하고 안전한 항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12th. Apr(수) 1978
아침부터 또 한 차례 광풍과 소낙비가 지났다. FLO의 귀국자를 위해 Boat를 빌려주다. 가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가는 사람들과 다시 1년을 위해 오는 사람들 (이 무지막지한 아프리카의 Lagos까지-.) 사이의 엇갈린 희비가 연출 되리라. 가는 편에 모아둔 편지를 보내다. 그저께 친 대아의 답신이 오다. 역시 일본까지 오란다. 할 수 없지. 우선은 지원자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처신을 알리는 것이다. 하나의 형식일 것이다. 이미 들뜬 마음을 붙잡아도 소용없는 일. 오히려 사고의 씨앗을 남겨두는 결과가 될런지도 모른다.
‘붙잡아도 소용없고 -.’ ‘기다리다 지쳐서 울다 지쳐서 -.’ 마치 유행가의 한 구절처럼 이어져 가는 어제 그리고 오늘이다. 그러나 내일은 돼지 말아야지.
역시 그놈의 소나기 때문에 오늘 오전에서 내일로 미루어 졌다는 Assaf의 연락. 식수가 10톤 미만으로 졸아든다. 마치 통지표를 받기 위해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국민학교 시절의 그 심정처럼 바싹바싹 조여들고 입술에 침이 마를 지경이다. 이제는 더 이상 지탱할 수도 없다. 과연 내일이면 이 기다림이 끝을 고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13th. Apr.(목)
오후 3시-4시경 입항되리라는 연락을 받다. 다시 소나기라도 뿌린다면 또 하루가 늦는다. 미친놈의 하늘이 마치 사람을 조롱이나 하듯이 지랄을 한다. 한 번씩 검은 구름이 지나고 싸늘한 냉기를 품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마음마저 오싹해진다. 제발 오늘 오후까지만 참아다오. PM MOV. 는 오늘따라 왜 그리 늦게 하는지. 사사건건이 나를 골탕먹이는 듯하다. 그럴수록 침착하고 냉정을 잃지 말자고 다짐을 해도 당최 그게 안 된다. 불침을 맞은 범처럼 덤빌 때 주위를 잊고 마는 결과가 되기 쉽다. 한 가지에 골몰함으로서 다른 것을 잊은 것은 특히 위험하다는 것이 내 일일 수도 있다. 24시간 끊임없이 나를 싸고도는 모든 여건과 자칫한 순간의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빚는 일의 성질상 더욱 그러하기도 하다. 오후 2시 꼬박 2시간 반을 VHF 앞에 앉아 기다린 덕분에 15:00시 Pilot Charli가 배정된 것을 들었다. 마치 입항을 처음해 보는 기분이다. 시간이 남았는데도 안절부절한다.
꼭 90일만에 다시 Tincan No.10에 접안을 끝내다. 17:40시다. 이제야 뭣이 살아 움직이고 시간의 의미가 있는 듯도 하다. 부족했던 여러 가지, 그러나 그런대로 최선을 다하고 하나씩 처리하고 해결해 나가자. 우선 청수보급, 그리고 연료. 다음은 귀국자 처리만 되면 여기서의 일은 거의 마무리가 되는 셈이다. 다음 항차가 어떻게 변화가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이곳에서 겪는 셈치면 뭣을 못하랴. 구서증서 때문에 해당 공무원의 트집이 있었으나 먹고 떨어지도록 하다. 청수는 내일을 약속했다. 전 선원의 얼굴빛이 달라진다. 장장 90여일 만에 흙을 밟아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감개가 무량한 듯 하군. 그래 오늘밤은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다 나가서 그간에 쌓였던 stress를 마음끗 풀어라. 기분도, 몸도, 코(?)도 확 풀어라. 3월분 수당을 지급함과 더불어 주의사항도 지시하다.
C/S의 음주와 R/O에게 시비했단 소리가 있다. 끝까지 인간답지 못할 것이라면 두고 봐라.
14th. Apr.(금)
하역 개시하다. 보유관계 Mr. Kishinani 에게 독촉. 늦어도 월요일까진 책임지겠다는 확답을 받다. 부산 전화하다. 의외로 잘 연결이 되고 감도도 좋다. 30여분이 늦어 닿지 못한 아내의 목소리. 마치 귀중한 것을 잃어버린 허전함이 따른다. 대아의 옥 차장과 통화, 20여분간 나누다. 다시 한 번 귀국자에 대한 번의 종용, 더 이상 안 되면 타전하기로 하다. 기다리기 4시간 그러나 보람은 있었다고 본다. 피로한 몸과는 달리 마음은 한결 후련하다. 7시 반이면 출근한다니 어지간히 학교에 들볶이는 모양. 연구지정학교가 된다더니-. 얼마나 서운해 하고 미워할까? 시간도 맞추지 못했다고-.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다시 한번 기회를 보자.
청수 때문에 Agent의 Mr.Samuel과 상의, 아더매치가 여기도 있다. 100톤 청구에 Habour master에게 50톤을 Cancel당했다고 한다. 값도 엄청나다. 톤당 1.25N(약920원)이다. 그나마 주질 않으니 문제다. 적어도 200톤은 있어야 하는데. 그러나 비공식적인 Line이 있단다. 뭣이 필요하냐? 위스키, 담배? 그럼 됐다. 해보자. Pipe만 연결해라. 결국 자기 몫을 챙기는 놈이 이긴다. 그 과정과 방법은 생각지 말자. 바쁜 하루! 그러나 일의 보람과 하루 생활의 뜻을 가질 수 있었다. Mr. 육(陸)과 강(姜)이 본선에 아예 들어 누울 모양이다. 보기에도 딱하다.
청수 결국 230톤 받았다. Sign은 50톤 했지만 현금 20$에 담배 3불을 선사한 덕분이다. 엄청난 이득을 챙긴 장사다. 차라리 그게 먹혀 들어가는 이놈의 실정이 다행이다. Full Tank 채울 작정이었는데 하필 그놈의 순찰 때문에 다하지 못했다. “야! 이 다음에 또 하자” 언제든지 OK랬다. Bunkering도 했다. 골치 아픈 두 가지를 우선 마치고 보니 후련하기 그지없다. 어서 풀어라. 이제 그것만 남았다.
어제 전화한 내용을 다시 접촉. 그러나 6명 전원 귀국시키기로 하다. 특히 R/E, OLB-1 둘은 너무 기대에 어긋난다. 사람을 어느 정도 믿었던 탓이리라. 부득한 일. 타전하다. 더 이상 안 되니 보내겠다고-. 무엇보다 R/O(냉동사)가 문제다. 후임이 없으면 안 될 처지다. C/E보다 중요한 입장이다. 효심! 그게 그의 장래를 보장하고 잘 살게 해줄는지? 살 만큼 산 노모에 대한 한갖 마음만으로 재산을 그만큼 축내고도 또 자신의 경제적 부담을 번연히 알면서, 그나마 어떤 결정적인 상황을 맞은 것도 아닌데-. 마음하나로 자기 위주로 산다는 것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한 번쯤 고려해야 할 일이다. 그의 모친이 그러한 사정을 안다면 꼭 오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고 사랑이다. 진실한 것이다. 아무리 자식이 다한다 해도 그것은 가식이 있고 미흡할 뿐이다. 공연한 기대로 조금은 회사에 실없이 될런지는 모르나 더 이상 아무런 권유는 말기로 하자. 없으면 없는 데로 회사의 처방과 처분이 있을 것이다. On-deck 및 보트 수당 지급하다.
Pilpos Hotel. 전기도 없는 흑인서민 전용 Bar에서 한잔 나누다. Mr. 육과 강 그리고 노 선장, 三浦군, 국장과 함께- . 숯불 위에 즉석에서 구워 파는 쇠간과 천엽구이가 맵사하며 맛이 괜찮다. 신문지에 산체 느껴지는 뜨끈한 느낌을 손끝으로 느끼며 집어먹는 그 묘미도 맛을 돋우게 한다. 인간은 원래가 손으로 집어먹게 되어 있기에 그렇게 먹는 것이 더욱 맛이 있고 인기가 있다는 햄버그 장사 말이 맞는 모양이다. 불도 없고 컴컴한 홀 안에는 온통 검은 인종뿐이다. 강한 햇살에 그을러 그나마 누리키리한 빛마져 잃어버린 처지에 손으로 집어먹는 그 모습이 마치 원시적인 곳에 살아 있는 듯 하기도 하다. 좀 더 이놈들이 본연의 사는 모습들을 보고 또 그들 속에 휩쓸려 보기 위해 깊숙이 내륙쪽으로 가보고 싶기도 하다. 일이 대강 정리되는 대로 한 번 시도해보자. 개값이 될까 두려움도 있지만 웃음이 세계의 공통어라는 김찬삼씨의 교훈을 잘 살린다면 가능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16th. Apr.(일)
오전 작업을 마치다 겨우 34톤 양하다. “왜 이래?” 차가 없다나. 저네들 고기 양하 하는 배가 5척이나 되나 트럭을 분산하다 보니 그렇단다. 끝까지 사람 죽이느만. 하루가 급한데 -. 온다던 Buyer Inspector Mr.Pariaros가 다녀가다. 지금까지 겪은 놈하고는 별스레 까다롭게 봤다. Log Book을 들치는 데는 더 이상의 공갈(?)이나 거짓말이 필요가 없다. 배를 보더니 “선장 집에 가시오.”한다. “어디 살 사람 있오?” 했더니 어께만 들썩하고 만다. “하하하” 할뿐이다. 무려 4시간을 붙어 다니며 진득거린다. 뭔가 매선 될 기미가 있는 것이 분명한 지도 모르겠다. Kano Reefer 노 선장, 부시럭데드니 Sea Protest 해 달라고 내민다. 좌우지간 그 얼굴 하나는 두껍고 좋다. 아예 Log Book까지 가져다 주겠단다. 그래도 곧장 마구로 시절의 자기 자랑은 잊지 않는다. 그게 자랑이 아니고 자기 수치임을 알지도 못하고 -. 입항한지 3일째. 그러나 아직 배구 한 번 할 틈이 없다. 의외로 시간이 너무 없다. Mr. 육과 강 두 사람이 집요하게 붙어 다닌다. 사람이 그립고 뭣인가 함께 주억거리고 싶은 모양인지? 아니면 불안해서 그런지? 꿈에 비해 너무 현실이 비참한 그들이다. 우리 모두가 배를 타느라 놓친 시기, 커진 포부, 높아진 눈과 욕심, 일확천금이 아니면 눈에 뵈지도 않는 환상, 자유롭게 너무나 간섭 없이 살아온 船上 및 외국항의 수년 생활이 곧 한국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길을 잃은 미아로 만들고 말았다. 이런 고생들을 마누라들이 안다면 과연 뭐라고들 할까? 하나의 꿈이고 희생이고 자기 손실이다. 가장 기반을 다져야 하고 뻗어야 할 이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모든 것을 체념하고서 다시 시작하기도, 그렇다고 이대로 끌고 갈 수도 없는 딱한 입장들이다. 한시가 급하고 지겨운 이유에는 이런 것들이 섞여 있는지도 모른다. 막상 다달았을 때의 그 좌절감을 지금은 송두리째 잊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다행이라면? 제발 이 의욕이 좌절로 바뀌고 다시 기피하려는 성향을 되풀이 말아야 할텐데-. 그 근본적인 원인을 어디에서 찾고 실마리를 풀어 갈 것인가가 우선 문제가 된다.
17th. Apr(월)
아침 8시에 온다던 Mr.Hakeem이 10시가 넘어서야 왔다. 그래도 제딴에는 사정이 있었다고 큰소리다. 겸역 5명 실시. 2명은 또 내일로 미룬다. C/S의 숙취로 R/O혼자 시장엘 갔다. 너무 늦은 양하. 우리가 거들어 줄테니 야간작업을 하재도 않는단다. 한꺼번에 3-4척이 몰려 트럭도 부족하고 창고도 Full이란다. “Lighter는 다 뭐하냐?” 그것도 다 찼고 고장난 것도 있고 어쩌고... 다. 그놈들이 오너나 본선측 입장을 생각해 줄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해져만 가는 우리의 형편을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다. 그냥 두면 1달이 걸릴지 2달이 걸릴지 알 수가 없으니-. 좀 더 주위의 사정이 좋으면 또 Owner는 차지하고라도 내 자신부터 느긋하게 해 낼수 있을 것인데. 먹는 일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Las나 Cape Town 갈 때까지 끌고 가야 할 일이 태산이다. 저녁에 다시 “대화 잃은 사나이들”이 모여 잡담으로 새벽 1시를 넘겼다. 시금털털한 얘기들. 밑도 끝도 없는 그저 구름 위에 뜬 것이 많다. 역시 노 선장의 허풍이 판을 친다. 자신의 결점과 답답한 현실을 감춤으로 자위를 받으려는 하나의 허튼수작에 지나지 않으리라. 본선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틈만 나면 뛰쳐나오고 누구든지 어울려 시간을 허비하고 일이 있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그 입장인 듯하다.
근간 다시 아내 생각이 부쩍난다. 정신적인 공허감이 클수록 그의 몸도 갖고 싶어진다. 어쩌면 마음보다 몸이 더 급한 것도 같다. 밤새 딩굴어도 한이 차지 않을 것만도 같다. 역시 부부란 심신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진정한, 충만된 사랑을 나눌 수가 있을 것인가 보다. 그리 긴 인생도 아닌데 이리 저리 공제하고 나면 과연 얼마만한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와 마음가짐 속에서 아무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당신과 내가 아닌가? 이제는 그러한 욕망도 충족시켜나가면 살아야겠다.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은 그래서 급선무다. 더 잘살고 더 벌기 위해서 자신들의 의식주 생활을 다소나마 소홀히 한다는 것은 하나의 구실일 수도 있다. 첫날 죽 먹으면 힘을 못 써 못 벌고 그래서 다음날 다시 죽을 먹게 된다는 야담 속의 어느 사나이처럼 자신의 생활터전부터 안정되면 그 다음은 얼마든지 열고 나갈 수가 있지 않을까? 아내로부터 사랑과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을 강요하거나 눈치를 보여서 받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충분한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서 스스로 우러나오는 것이 곧 참된 것이다. 아늑하고 편리한 주택 속에서 아내가 편하고 쉽게 일할 수 있는 주방시설, 그리고 몸을 가꾸고 씻을 수 있는 목욕실과 화장대, 잡음이 들이지 않은 밀실을 갖게 함으로서 그에게 주어지는 여유 있는 시간과 고운 살결, 흐트러지지 않는 머리는 더욱 내 자신의 것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한 걸음 앞선 사고방식을 가져보자. 마누라의 지친 몰골이 싫어 친정으로 쫒으려던 녀석이 간다고 곱게 단장한 모습에 ‘예쁘군’ 하며 못 가게 말렸단 고담에 분명히 숨은 진리와 가르침이 있다. 너무 거친 사회에 던져둔 것만은 사실이다. 학교에서 시달리고 집안일에 지친 터에 내 눈치마져 봐야 한다면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다. 그런 속에서 그의 솜씨가 담긴 밥상을 기대하고 손길이 스민 옷을 입고 그의 정성이 어린 애정의 행위를 요구했고 바랬다는 것은 우선 내 자신부터가 어리석은 것이었다. 그를 가꾸어야 하는 것은 그를 위한 것도 되지만 내 자신을 위하는 것이 된다. 밀어를 나누면서도 수돗물과 연탄불을 걱정해야 하고 단꿈을 깨도 연탄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것은 곧 귀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결과가 된다. 분명히 그런 점에 있어서는 소홀했고 철이 늦었다. 또한 그럴만한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는 된다만 이제는 그것을 장만할 수 있다. 즐기면서 살아가고 벌고 -. 그리 크고 풍부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비좁은 감이 있어도 쓰기 편하고 아담하게 지으면 된다. Boiler를 설치하는 것이 비싸게 먹힌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만큼 노력을 절약할 수도 있고 그 노력으로 다른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해온 ‘내 집’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 번 구체화시키자. 그런 다음 사업을 생각하고 다시 더 나은 설계를 꾸미고 지으면 된다. 완전히 Private가 보장된 우리들만의 실내에서 마음 끝 속삭이고 웃고 즐길 수 있다면 세상 무엇이라도 차고 나갈 수 있는 힘이 그 속에서 생겨 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매일처럼 지친 마음을 눈 녹듯 녹여 낼 수 있는 아내와 가정을 두고 이처럼 혼자서 휘잡고 번쩍궁을 한다는 것은 극히 abnormal한 것이다. 명심하자.
4월 13일(화) 1978
오전에 Lagos 나가다. Vaccinate(검역) 2명 마져 마치다. Kingsway에서 면도칼과 책 두어 권을 사다. 해상 Bar의 검고 툭박진 아가씨가 대낮인데도 궁둥이를 부비고 대든다. 한 번쯤 動하기는 듯도 하는데? - 하루의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겠다. 부진한 양하상태가 속이 타지만 안 볼 수도 그렇다고 훌쩍 떠날 수도 없다.
땀에 절어 퀴퀴한 냄새마져 나는 옷을 입고 가끔 한 번씩 바람 통하는 곳에 가서 바치춤을 내리고 사타구니에 바람을 갈아 넣어면서 어슬렁 거리는 육. 강 두 주재원들이 최종적으로 찾는 곳은 내 방이다. 가야하면서도 정작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시 승선할 생각들도 있는 모양이다.
Las의 Mavacasa에 문의, 22일경 양하 완료 될 것이라고 Owner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친 새끼들이군. 정작 그토록 속아왔으면서도 본선 타전내용을 믿지 못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아득하니(1540톤 남았다) 선원 6명 교대 Ticket나 끊어 보내라고 타전 지시하다. 아마도 Las 경유가 유력시 되는가 보다. 그렇다면 다소 일본 도착이 늦더라도 홀가분하게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Mr.Tikam을 한 번쯤 더 만나볼 필요도 있다. Tranc-Con의 Mr.Ashok와 투털거렸다. 개망난이 같은 녀석이 통 말을 해도 이해를 못하는 바람이 영 미친다. Lighter를 이용한 야간작업을 실시해 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다. Mr. Kishinani를 직접 만나 보고 싶으나 어쩐지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만 같아 그만두다. 우선 내 자신부터가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싶은데 꼭 이번에는 사사건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아무리 두어 걸음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해도 우리 측 잘못은 없다. 억세게 재수가 없는 항차라고 볼까부다. 아직 10여일을 더 해야겠군. 무더위 속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하는 저 끝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보고 염려를 보낸다. 제발 낮엔 비가 오지는 말아야지. 더위야 어쨌든 참을테니 비만 오지 말아라. 오전 한 시간의 비가 오전을 망치고 오전의 비가 하루를 늦게 한다.
19th. Apr(Wed)
ROB 1540톤. Agent 나가다. 3명(2/O. 3/O. OS-1) 병원 수배했다. 두 사람은 귀국용 진단서 발부가 어렵단다. 본선 From을 요구한다. Mr.Assaf에게 U.N Jersey호와의 Damage Report Sign 의뢰하다. 3월말보고서 우송. 그리고 집에도 편지를 띄우다. 때가 되면 찾아가겠지. 때늦은 감이 있어 보내고 싶지 않았으나 이왕 써둔 것이라 보냈다. 잘 이해하겠지. 얼굴이야 마주하지 못하나마 종이를 빌어 마음들이나마 주고받아야 하는데 그마져 막히고 있다. 두 달이 넘었지? 받기만 하고 띄우지 못하는 것도 마음 편한 일이 아닌데-. 금년 초반은 이래저래 ‘동백아가씨’처럼 가다리다 지쳐가는 가 보다.
대아에 다시 타전. 귀국자 재촉하다. 그냥 두고 볼일이 아니다. 한 두 놈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Nigeria 대통령이 이곳 Tincan Port를 시찰한다더니 그냥 차만 몇대 지나고 만다. 아마도 이 Tincan이 완성된 것이 커다란 업적이 되는 모양이다. 초창기 우리의 울산공단처럼. 오는 놈마다 시찰을 시키는 모양이다.
Mr.Kishinani와 Toni사이에 귀국자 얘기가 오간다. 역시 Mr.Kishinani의 Approval이 필요하다고-. 결국 어찌됐건 가진 놈이 어른행세는 하기 마련인 모양. Mr.Assaf의 심퉁한 목소리 속에 숨은 불만을 이해하지만 장사인 이상 돈줄은 놓칠 수 없겠지.
‘おんなの四疊半, よろこび編’을 읽다. 우리의 생리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는 일인듯도 싶다. 일본인들의 근성이 그래서 그럴테지만 요즘 세상에는 부부생활도 그렇게 하면 재미있고 싫증을 느끼지 않으리란 생각도 든다만 ‘人妻의 浮氣’ 같은 것은 그야말로 외설물일 뿐이다. 그러나 일본 여성들의 남편에 대한 정성어린 서비스는 탐낼만하다. 막상 우리 조상들이 옛부터 女必從夫라 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남편에 대한 서비스가 적은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최근 있는 집 여주인들이 가정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그 정신적 자세의 개혁이 없어서는 안 된다. 자기 가족들의 식사와 빨래만은 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직접 주부의 손으로 한다는 외국부인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생활화되어 있다고 본다.
20th. Apr.(목)
한낮의 무더위가 기어이 초저녁에 소나기를 불렀다. Owner로부터 전일 매선자 Inspector의 검선관계 그리고 차항은 Cape Town 경유 Aden을 거쳐 일본행이 유력시 되니 가까운 Cameroon 한국영사관에 타전하여 Aden 입항허가를 받으라는 지시가 있었다. 갈팡질팡인 느낌이다. 아무래도 쉬이 끝장이 날 것만 같지가 않다. Booking 하기도 그렇지만 본선의 일정과 긴밀하게 맞추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사정을 보면 딱하기도 하다. Cape Town을 거쳐 직행하기를 가장 바라고 있는데 Aden은 또 왠 소린가? 거리적으로 보면 Las경유와 거의 같지만 이제는 그것도 귀찮다. 하루를 넘길 때마다. 버릴 수 없는 불안정한 정신상태가 차츰 농도를 짙게 하고 있다. 검선원의 그 능글스러워 보이던 표정이 떠오른다. “너무 낡았다”고만 알려 줬지만 과연 매선이 될는지? 선가보다 수리비가 더 든다면 선뜻 내키지 않을 것이다. 이제야 내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어서 끝내줘야겠다는 한 가지 생각뿐이다. 여하튼 문제는 어서 이곳 Lagos를 벗어나 떠나는 것이다. Aden을 거치던 어디를 가든 한 걸음이라도 일본이 가깝고 부산이 가까운 곳을 당기자.
저녁에 K/Reefer C/O 이영주형이 왔다. Pilpos Hotel에서 Flo 기관장도 함께 한잔 나누었다. 선후배 관계라고 해도 제반 여건이 마음끝 할 수 없음을 그도 잘 이해는 해주지만 미안하기도 하다. 어느 누가 사실이고 또 얼마만큼의 진실성을 띄고 있는지는 모르나 그처럼 남의 얘기를 지나치게 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비록 노 선장이 그만큼 모든 면에서 부적합한 것은 사실이라고 해도 현재로선 그의 상사고 선장이다. Flo 이 기관장과 Trans-con의 육, 강 두 선장과의 관계는 곧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한국 속담을 연상케했다. 그것은 곧 한국수산계의 하나의 부조리였다고 할까? 현실이었다고 할까? 그러나 그리 넓지 못한 업계에서 그처럼 모른척해 버렸다는 것도 잘못이다. 처음 보는 순간 두 사람이 어색해 하던 모습, 그리고 그렇게 쉽게 갈 사람이 아닌데 곧 일어서서 간다고 하던 것이 의아했다 싶더니 바로 이유가 있었었군.
차츰 건강이 눈에 띄게 쇠약해지는 느낌이다. 몇 잔 마시지도 않은 술에 쉬이 취하고 잠을 설친다. 피로가 풀리지 않고 계속 쌓여 가는 것도 같다. 일종의 정신적 현상이길 바란다만. 잊고 그저 먹고 일하고 틈나면 뛰고 그렇게만 되면 좋겠는데-. 사사건건 너무나 여유를 주지 않고 붙들고 늘어진다. 꼭 한 번쯤- 하고 뭣 같이 벼르든 밤일(?)도 막상 가서보면 여의치 못하고-. 한동안 잘 견디고 유지해온 것이 결국 마지막은 이겨내지 못하면 안 된다. 비록 검게 타고 익은 얼굴이지만 수척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 마음적으로 고생을 겪는 데다 몸까지 영향을 받아서야 할 것인가? 3일간 그런대로 진척이 잘 된다. 계속 이런 상태라면 28일경에는 출항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
4월 21일 (금)
종일 속이 안 좋고 머리가 아프다. 두 병 마신 맥주인데-. 분명히 체질이 약해진 탓인가 보기도 하다. 대아 전보 받다. 냉동사 내일까지 Lagos도착. 그리고 귀국자 자비부담이란 내용이다. 너무 늦게 알려온 느낌이다. Assaf에 문의하니 Telex가 들어와 있단다. 오후 늦게 대리점 가다. 내일 오후 8시 도착이랬다. 그리고 내일 역시 외항으로 Shifting해야 한단다. 날 벼락이다. 늦어지는 경우를 생각했고 또 이런 경우를 전번 항차에도 경험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그다지 예상치 않았었다. 도대체 이유가 뭔가? Trans-con측의 문제란다. 결국 성의 없는 양하작업 상태를 본 Tincan Port에서 타선과 교체키로 Agent와 협의. 오늘 오전 Mr.Assaf이 직접 가서 싸우기까지 했다나. Mr.키시나니는 월요일 Las간다고 하던데-.
아마도 Mr.Tikam과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도 같아 뵌다. 이제 겨우 반을 풀었다. 어제 다시 입항? 3-4일 후.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일이다. Mr. Assaf의 얘기도 맞다. 그는 어디까지나 Agent로서 노력하고 있다. Shipper에서 수취를 않는데서야 그도 화가 날 일이다. 배는 밀려 있는데 이놈의 인도놈 새끼들 꽉 까버리고 그대로 출항해 버릴 수는 없는가? 그도 고개를 꺼덕인다. 귀국자 Ticket은? 그것도 키시나니의 승인을 받아야 한단다. 그것은 우리 Owner의 Charge 아니요? 그래도 전보 내용에 Charterer의 허가를 얻는 조건이란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군. “Lagos같으면 선장 못하겠다. 대리점을 못 믿으면 누굴 믿고 하나?” 최선을 다 하마고 위로해주는 Mr.Toni는 그래도 일의 성질과 내용을 알고 이해하는 편이다.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알면서도 시침일 떼고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해 버리는 인도놈들은 역시 서양인들에 비할 것은 아니다. 오는 길에 Mr.Kishinani집엘 들렸다. 역시 없다. 소위 Group을 이끌고 있다는 사람이 그렇듯 쉽게 거짓말을 해대다니. 이런 놈들을 어떻게 혼구멍을 내줄 방법이 없을라나? 귀국자 6명 그리고 Saloon Class 모으고 회사의 뜻을 전하다. 그리고 작업비 미결의 건도 타합을 하다. 관계기관과 법적 투쟁을 불사한다는 C/E에게 자신 있으면 해보라고 권했다. 적어도 법인체로서 그만한 서류를 작성할 때는 법적 근거가 없을 수 없다. 스스로 무지함을 들어내는 것을 머지않아 깨달을 것이다. 작업비는 도리없이 일본에서나 한국에서 받도록 조처하다. Las 보낼 제반 서류 완료하다. 어쩐지 아득한 느낌만이 안개처럼 깔린다.
22nd. Apr(토)
덥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햇볕이 너무 강하다. 6시에 온다는 Pilot가 오후 2시에 오기로 변경됐다고 하더니 10시에 왔다. 이미 익숙한 일이나 탓하기도 싫다. 13:00 Fiar way Buoy부근에 닻을 내렸다. 그래도 바깥은 한결 시원하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 것인가? 오늘 온다던 냉동사는 내일 10시로 변경됐다는 연락을 Shifting 도중에 받다. 어느 하나 정해진 데로 되는 게 없다. “내일 가마” 방파제 입구라 조류가 세다. 오늘이 보름이군. 도착해서 세 번째 맞는 보름이다. 만 3개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은 있고 다음 달도 있다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쉽게 마음 같지 안 되니 탈이다. 그래 또 얼마를 기다리든 그간 쉬자. 결말이 나겠지. 낮에 Anchoring 직전 현기증이 있었다. 지금끝 겪지 않았던 현상이었다. 부득이 중지하고 점심식사, 그리고 한동안 안정한 후에 다시 Shfiting을 했다.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지고 멍해진 것이 뭣 때문이엇을까? 식욕을 전만큼 갖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근래의 일이기에 걱정하고 있는데 -. 이발하다. 모두가 삽살개처럼 텁수룩한데다 혼사서만 너무 짧아 오히려 이상할 만큼 쳤다. 속이 시원하다. 이걸로서 위로나 삼자. 제발 이것이 해상의 마지막 이발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다. 몇 번 수고를 한 3타 조군에게는 나중 애들 Cake라도 하나 사줘야 겠다. 길죽한 너울이 요람처럼 흔든다. 좋을시고-. 계약한 시간이 남았고 먹을 것만 있다면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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