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가 넘 늦었네요.
어린농부와 샘들 추석 모두 잘 보내셨는지요?
3주차 토요일반이 일요일로 변경이 되어서 그런지 참여한 어린농부들이 적네요.
언제나 듬직하고 궂은 일도 마다 않는 맏언니-해린이, 웃음기있는 얼굴을 항상 보여주는 상민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지아,
그날 기분에 따라 청룡열차를 타주시는 지윤이(?~~ㅎㅎ),
작은 몸집에도 에너지가 넘쳐나는 민준이,
그리고
오늘 게스트로 참여해 여러모로 샘을 도와준 소혜
이렇게 6명이 하루를 시작합니다.
맏언니인 해린이가 허수아비꾸미기 먼저 하잡니다.
신문지를 마구마구 구겨봅니다. 때로는 작게, 때로는 크게 종이를 구기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보시길....구긴 신문지를 삼백초에게 던집니다. 저는 받아서 허수아비 팔뚝이며, 허벅지며 부분부분 채워갑니다. 팔뚝이 뽀빠이마냥 굵어지기도 하고 허벅지가 우샤인 볼트의 것처럼 울퉁불퉁해지기도 합니다.
고사리손으로 신문지를 구겨 허수아비의 몸체에 생명력을 불어 넣습니다. 모양새가 제법 갖춰갑니다. 모두가 함께 하는 이런 작업이 마냥 흥겹네요. 서로에게 생명을 주는 관계가 되어 갑니다.
3번째의 허수아비 작업인지라 이젠 허수아비도 그럴싸하고 우리의 손동작도 능숙합니다. 조잘거리는 어린농부들의 입놀림과 함께 몸체가 완성됩니다. 각종 재료를 이용해서 얼굴을 꾸밉니다. 나무토막 눈과 솔방울 코, 상수리 나뭇잎 입으로 정해 목공본드로 붙여 봅니다. 코가 넘 무거워 수시로 떨어지네요. 눈도 자꾸 애꾸가 되고요.~ㅋㅋㅋ
나중에 코는 강아지풀 코로 교체가 되었습니다. 바람에 살랑이는 코라니....ㅎㅎ
텃밭의 고추를 수확합니다. 제법 많았는데 어제 개나리반이 다 쓸어갔군요. 밭이 바로 옆인 관계로 경계가 모호 합니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제법 땄습니다. 군데군데 작물들 숲 사이에서 보물들을 건집니다. 커다란 호박이며 가지며 오이 등
호미를 들고 메인 작물인 땅콩밭으로 갑니다. 작은 손들로 땅콩의 허리춤을 잡고 메달려 보지만 여간 땅콩 뽑기가 힘든일이 아닙니다. 이아와 민준이가 힘을 내 봅니다. 해린이와 소혜는 벌써 친해졌군요. 지윤이는 오늘 기분이 별로예요. 상민이는 항상 밝구요.
땅콩들이 여기 저기서 뿌리채 뽑혀 수레에 몸을 싣습니다. 풍성한 수확일 듯 합니다. 해린이와 소혜가 이마에 송글거리는 땀을 훔치며 최상위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네요. 어제보다 많은 양입니다. 땅콩뽑은 자리를 호미로 뒤적이며 떨어진 땅콩을 줍습니다. 이삭줍기랄까요?
수레에 그득 땅콩줄기를 담아 하우스 앞으로 이동합니다. 줄기에 달린 낙하생을 하나씩 손으로 떼어 내야 하지요. 모두가 둘러 앉아 애를 써 보지만 하나둘씩 지루해 하며 물러나네요. "얘들아, 이러면 아니되옵니다."
그.러.나......
하우스로 들어가 버린 어린농부들은 끝내 땅콩마무리에 힘을 보태길 거부하는군요. 해린이와 소혜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마무리를 합니다. 해린양께서 본인과소혜의 땅콩량을 늘려 달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참조하렵니다...ㅎㅎ
스테인레스 양푼에 가득 담긴 땅콩을 들고 약수터로 향해야지요. 물과 불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훌륭한 놀잇감이며 친구입니다. 박아지로 물뿌기를 이렇게 재밌어라 합니다. 지아와 민준이는 박아지의 물무게로 약수터에 빠질것 같아요. 그래도 안간힘을 쓰며 노력합니다. 이 어찌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가 있을까요?
조금씩 힘을 모아 땅콩을 씻어 봅니다. 땅콩에 달린 줄기의 잔해도 제거해가며 도란도란 우물가의 나물씻는 아낙네의 모습에 빙의되어 갑니다. 길가는 목마른 나그네만 있으면 바로 연극의 한장면이 나오겠는데요...... ㅎㅎㅎㅎㅎ
잘씻은 땅콩들을 호일로 감싸 봅니다. 한주먹 두주먹씩 감싼 호일을 들고 불피우러 갑니다. 오늘도 밑불 앉히기가 여간 어렵지 않군요. 연기만 무성하고 불이 붙질 않네요. 그래도 우리는 <농자천하지대본>의 기치로 부채질을 하며 콜록거립니다. 지성이면 감천이죠? 드디어 빠알간 불들이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게 진정한 불장난이 아닐까요? ㅋㅋ
눈물을 흘린 댓가로 땅콩을 익혀 봅니다. 구수한 냄새가 오감을, 특히 미각을 자극하며 어린 농부들의 식욕을 북돋습니다. 이제 익었을까요? 한덩어리 꺼내서 호일을 까보네요. 김이 모락거리며 향내가 자극적입니다. 자알 익었네요. 테이블에 둘러앉아 땅콩을 먹어 봅니다. 맛이 일품입니다. 어디 요리관련 잡지에 기고라도 해봐야겠네요. <먹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슈퍼푸드 100선>중 하나라고 칭해봅니다. 배는 부를 수 없더라도 미각은 완전 만족시키는군요.
농산물 경매시간입니다.
날로 늘어나는 가위 바위 보 실력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미리 자신이 가져갈 작물들을 찜해 보지만 그게 맘대로 되진 않겠죠? 민준이가 오늘도 첫째 승리자가 되지 못해 뽀료퉁해집니다. 큰 호박이 가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만 규칙은 어쩔 수가 없겠죠?
다정하며 치열하게 나눔을 마칩니다. 오늘 고생해 주신 해린이와 소혜는 소정의 혜택을 주었습니다. 민중니는 아직도 삐져있군요. 그래도 오늘은 풍성한 수확에 모두가 기분이 좋습니다. 풍성한 수확물을 들고 허수아비와 기념 촬영을 하며 다음시간(고구마 수확)을 약속하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모늘 모두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