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5일 금요일, Opunake, Surf Lodge 45 (오늘의 경비 US $56 숙박료 25, 식품 7, 3, 16, 위스키 16, 환율 US $1 = NZ $1.2)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서 시간을 보니 7시였다. 보통 6시 전에 깨어나기 때문에 어제 밤 시계 알람을 안 맞추고 잤는데 오늘은 늦게 깨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8시에나 출발했다. 그러나 오늘 목적지 Opunake에는 별로 늦은 시간이 아닌 오후 3시 반에 도착했다. New Plymouth에서 Opunake까지 거리는 63km인데 Lonely Planet 자전거 안내서에는 3시간 내지 4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쓰여 있는데 나는 7시 반 걸려서 도착했다. Lonely Planet에 나온 시간의 배가 걸린 것인데 나이가 많다고 해도 너무 오래 걸린다. 내 나이 때문인지, 경험 부족 때문인지, 자전거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다음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유를 찾아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날씨는 오후 1시경까지는 아주 나빴다. 짙은 구름이 낀 하늘에 비가 오락가락하다가 가끔 해가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는 날씨였다. 그래도 날씨 자체는 자전거를 타는 데 전혀 문제가 안 되는 날씨였는데 강한 앞바람이 문제였다. 때로는 너무 강해서 자전거가 앞으로 나가지 않을 정도였다. 평지 길에서 보통 시속 17km 정도로 달리는데 앞바람 속도가 시속 17km이면 전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오늘 앞바람의 속도는 아마 10km 내지 20km이었던 것 같다. 평지를 달리는데 바람이 강하면 바람이 없는 날에 언덕을 올라가는 것보다도 더 힘이 드는 것 같다. 뉴질랜드 서해안은 바람이 강하기로 이름이 난 곳인데 오늘 처음으로 실제로 경험한 것 같다. 오후 3시경에는 어제 오후 같이 맑은 날로 변하고 Taranaki 산도 웅장한 모습을 나타냈다. Taranaki 산은 오전에는 안 보이고 오후에만 보이는 것 같다. 휴화산인 것 같은 이 산은 넒은 평원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데 웅장하기 짝이 없다. 정상까지 등산도 가능한데 5시간 정도면 올라갈 수 있단다. 정상에 올라가면 360도 경치가 장관이라는데 별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안 나고 또 혼자 올라가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어서 멀리서 바라다보는 것으로만 만족이다. 오늘은 강한 앞바람 때문에 다리 운동이 많이 된 것 같다. 다리가 점점 튼튼해지는 기분이다. 오늘 안장을 1cm 더 올렸는데 페달 돌리는 것이 훨씬 쉬어진 것 같다. 그러나 안장이 매우 높아서 안장에 간신히 올랐다. 안장이 높아도 안장에서 내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되는데 오르는 것은 문제가 된다. 안장을 더 올릴 수 있을까? 올릴수록 페달 돌리는 것이 더 쉬어지는 것 같다. 오늘 또 배낭을 잃어버릴 뻔했다. 오후 1시경 길가에서 잠깐 쉬었다 갔는데 배낭을 땅바닥에 내려놓은 채로 떠났다. 다행히 떠나면서 무의식적으로 혹시 떨어트린 물건이 없나 하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땅바닥에 있는 배낭을 발견했다. 돌아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Opunake에 도착해서야 배낭을 땅바닥에 놓고 온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길가 풀숲에 놓았는데 돌아갔더라면 찾을 수 있었을까? 배낭 색깔이 배이지 색이라 풀 색깔과 비슷해서 지나가는 차에 탄 사람들이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보행자는 전혀 없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운이 나쁘면 잃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Opunake에 도착해서 예약한 숙소에 들었는데 독방을 $25를 받았다. 어제 전화로 예약을 할 때 처음에는 빈방이 없다고 하다가 나중에 방을 주겠다고 해서 규모가 큰 곳으로 생각했는데 손님을 받는 방은 내가 든 방 하나뿐이었다. 숙소 입구에 간판도 있는데 영업을 하다가 최근에 그만둔 곳 같다. 주인 얘기가 옛날엔 주인 가족 네 명은 아래층에 살고 위층은 전체가 호스텔이었는데 지금은 아래층은 약국이고 가족은 위층에 산단다. 이번 주말에 부인이 친정집에 가서 나를 받았다는데 부부 침실을 준 것 같기도 한데 확실치는 않다. 정식 숙소라면 적어도 $70은 받을 수 있는 방인데 $25만 받는다. 노동자 같은 인상의 주인 John은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부동산 소개업, 청소, 음식점 접시 닦기 등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데 주 수입원은 아래층 약국 임대료인 것 같다. 어린 아들 둘을 소개한 다음에 저녁으로 냉장고에 있는 자기 스테이크를 먹으란다. 그냥 먹으라는 것인지 돈 내고 먹으라는 것인지 불분명 했는데 먹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사양했다. 내일은 정말 스테이크를 하나 사서 해먹어야겠다.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는데 6살 짜리 작은 아들이 내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조금 주었더니 제법 매웠는데도 맛있다고 했다. 아들이 나보고 언제 떠나느냐고 해서 내일 떠난다고 했더니 실망한 눈치였다. 조금 더 오래 묵었으면 하는 것 같았는데 라면을 더 얻어먹고 싶어서였을까? 숙소 주인 John은 좀 이상한 친구다. 아주 친절하고 순박해 보이는 친구인데 1960년 4살 때 영국에서 이민을 왔단다. 두 아들 친엄마는 독일계라는데 지금 부인은 남태평양 섬인 Tonga 출신이란다. Auckland에서 40년 동안 살다가 이곳에 와서 10년째 살고 있는데 Auckland는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살기 힘이 들었는데 이곳은 생활비가 아주 적게 들어서 좋단다. 아래층에 음식점도 했는데 3개월 전에 닫고 약국이 들어섰는데 주인이 한국 사람이란다. 내일은 아침 8시경 다음 도시 Stratford로 떠난다. 어제 묵은 New Plymouth 숙소 널찍한 뒷마당 텐트 손님도 있는 모양이다 숙소 입구에 있는 이 묘지는 반려동물 묘지 같다 어제 숙소를 찾느라고 헤매던 길 오른 쪽 숙소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숙소 표지판이 전봇대에 가려서 거의 안 보였다 오늘 목적지 Opunake는 59km 더 가야한다 오늘은 대부분 평지 길을 달렸다 Taranaki 산이 구름에 가려서 잘 안 보인다 Oakura Beach에 들려서 쉬었다 갔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다 아직도 Taranaki 산이 잘 안 보인다 Taranaki 산 지역은 국립공원이다 뉴질랜드 도로는 일부러 아스팔트를 충분히 쓰지 않아서 그런지 울퉁불퉁하다 오전에는 해가 들락날락 하는 날씨였다 조그만 마을에서 커피 한 잔을 사마시면서 쉬었다 갔다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400m 전방에 휴식처가 있다는 표지판 좀 초라하게 보이는 휴식처에서 쉬었다 갔다 가끔 별로 높지 않은 언덕이 나왔다 드디어 Taranaki 산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 내내 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