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베르디의 마지막 작품
팔스타프 ( Falstaff )
베르디는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오텔로> 등
우리가 오페라라고 하면 쉽게 떠올리는 많은 걸작을 남겼다.
애잔하고 비감어린 이야기에 천착해온 베르디지만,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일명 비극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페라의 제왕이 남긴 마지막 작품은 희극이었다.
비극의 대가가 남긴 유일한 희극, 그 이름 <팔스타프>다.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작
국립오페라단 '팔스타프' 예술의전당 공연
'팔스타프'(1893)는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1598)와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1597)을 원작으로,
'아이다'와 '라 트라비아타' 등 생전 수많은 오페라, 특히 비극 오페라를 탄생시킨
주세페 베르디(1813~1901)가 80세에 작곡한 그의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그의 희극 오페라로 베르디 말년의 인생관이 담겨 있다.
줄거리 내용은 몰락한 귀족이자 주정뱅이 뚱보인 팔스타프가
두 명의 유부녀 알리체 포드와 메그 페이지에게 연애편지를 보내 수작을 걸다
마을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하는 이야기를 희극적으로 풀어내었다.
3막은 모든 사건의 해결지점이면서도 숲속 배경에 요정과 악마가 등장하는 등 배경이 다소 황당하기도 하다.
하지만 극중 유일하게 아리아다운 노래가 있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부분이다.
극은 정신없이 흘러가서 팔스타프는 숲속에서 요정과 악마들로 분장한 마을사람들에게 휩싸이다
결국 '세상만사는 장난일 뿐'이라는 노래를 다같이 부르며 마을사람과 화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줄거리
[제 1막]
뚱보 기사 팔스타프는 부하 바르돌프, 피스톨과 함께 '가터' 여관에 장기간 투숙하고 있다.
의사인 카유스가 들어와 그의 두 부하가 자기를 취하게 해놓고는 돈을 약탈했다고 항의한다.
팔스타프는 카유스의 비난에 유감의 뜻을 표하고 그를 점잖게 내보낸다.
돈이 궁해진 팔스타프는 유한부인 앨리스 포드와 메그 페이지에게 보낼
똑같은 내용의 연애편지를 막 끝낸 참이었다.
그런데 바를로프와 피스톨이 편지 심부름을 거부하여 편지는 시동에 의해 전달된다.
똑같은 내용의 편지에 격분하면서 앨리스와 메그가 퀴클리 부인의 도움으로 팔스타프를 혼내줄 계획을 세운다. 한편 앨리스의 남편 포드는 바르돌프와 피스톨한테 팔스타프가 그의 부인과 재산을 노린다는 정보를 얻는다.
이런 가운데 포드의 딸 나네타와 포드의 부하 직원 펜톤이 밀애를 나눈다.
포드는 펜톤이 가난하여 신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대신 카유스와 결혼시키고 싶어한다.
[제 2막]
퀴클리 부인이 팔스타프에게 앨리스가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며 장소와 시간을 알려준다.
이어서 폰타나라는 이름의 신사로 변장한 포드가 팔스타프를 찾아와
돈을 줄 테니 자기와 앨리스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팔스타프는 앨리스는 이미 자신이 정복했고 마침 오늘 그녀와 데이트 약속이 있다며 뻐긴다.
아내의 음모를 모르는 포드는 질투심을 참느라 속이 탄다.
부산함을 틈타 나네타가 앨리스에게 펜톤과 결혼하고 싶다고 하자,
팔스타프를 혼내줄 생각에 들뜬 앨리스는 꼭 아버지 뜻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나네타의 편을 들어줄 것을 약속한다.
팔스타프와 엘리스가 만나고 있는데
계획에 따라 메그와 퀴클리부인이 들어와 포드가 왔다고 거짓으로 알린다.
그런데 정말로 그는 몽둥이를 든 이웃집 남자들과 함께 나타났다.
다 뒤져도 팔스타프를 찾지 못한 그들은 병풍 뒤에서 나는 키스 소리에 그를 찾았다고 쾌재를 부르지만
그 뒤에 있는 건 나네타와 펜톤이다.
그동안 팔스타프는 앨리스의 지시로 빨래 바구니에 숨어 있다가 포드 일당이 들어오는 순간
부인들에 의해 템스 강물 속으로 내던져진다.
[제 3막]
팔스타프에게 다시 퀴클리 부인이 찾아와 앨리스가 그를 자정 무렵에
헤르네의 떡갈나무 아래에서 기다릴 테니 뿔 달린 사슴 차림을 하고 와달라는 전갈을 전한다.
처음엔 의심하다가 이 달콤한 유혹이 금방 그에게 혈기를 되살아나게 한다.
윈저 사람들은 한밤중에 도깨비 놀이를 벌여 팔스타프를 혼내주기로 합의한다.
퀴클리 부인은 나네타와 카유스를 결혼시키려는 포드의 계획을 엿듣는다.
나네타에겐 면사포를 씌우고, 카유스에겐 수도사복을 입힌 후 기회를 보아 그 두사람의 주례를 서겠다는 것이다. 가면으로 위장한 윈저 사람들이 사슴 복장을 하고 나타난 팔스타프에게 몽둥이세례를 퍼붓는다.
달아나다 엎어진 그는 바르돌프의 목소리를 알고 모든 것이 자기를 혼내주려는 장난임을 깨닫고 용서를 빈다.
한편 포드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나네타는 펜톤과 결혼식을 올린다.
카유스는 여자들이 면사포를 씌워놓은 바르돌프를 신부로 착각하고 반색하지만 곧 속았음을 깨닫는다.
세계는 익살극이며, 그 안에서 인간은 광대에 지나지 않는다.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작
국립오페라단 '팔스타프' 예술의전당 공연
베르디의 생가는 지금도 교통이 불편한 빈촌에 위치한 탓에 좀처럼 관광객도 찾지 않는 박물관이 되었다.
시작은 이토록 미약했지만 타고난 천재성과 노력으로 비극적 오페라의 아버지가 되었다.
1839년 <산 보니파치오의 오베르토>부터 1893년 <팔스타프>까지,
방대한 걸작을 남긴 그에게 음악은 슬픔의 피난처가 아니었을까.
아내와 자식을 한꺼번에 떠나보내고 절필하려 했던
그가 결국 음악으로 돌아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