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보이지 않는 물길
도로 위 '사각철판'이 힌트다...靑 둘러싼 '보이지 않는 비밀'
▶ 백악산에서 내려온 여러 물길은 다 어디로 갔나?
▷ 백악산에 내린 비는 골짜기를 따라 북쪽 홍제천, 동쪽 삼청동천, 서쪽 백운동천, 남쪽 대은암천으로 흘러든다.
▷ 이 중 홍제천을 제외한 나머지 세개의 하천은 지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여전히 흐르고 있다.
▶ 물길(하천)이 보이지 않게 된 이유
① 1900년대, 일제가 사대문 안 도로 골격을 만들다
▷ 1899년에 경인선, 1904년에는 경부선을 개통하는 등 조선 수탈을 위한 사회간접자본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조선 500년 역사의 도시 구조가 무너지고 지금의 사대문 안 도로 골격이 만들어졌다.
② 한국전쟁이후 팽창하는 인구 수용을 위해 하천을 복개하다
▷ 서울 인구는 한국전쟁 직후 100만명 → 1970년 550만명 → 1988년에 천만명을 넘어섰다.
▷ 마이카 시대가 열리며 폭증하는 차량으로 도로를 넓히고 주차장을 늘려야 하는 필요성이 절실하여 그 해법으로 하천 복개(覆蓋 뚜껑을 덮는 일) 바람이 불었다.
▷ 하천 복개는 돈 덜 들고, 민원 줄이고, 공사 빨리 끝내고, 주차장 공간도 생기고, 게다가 하수도 악취까지 묻어버리는 일거오득의 사업이었다.
▷ 하천 복개로 조선 시대 도성 안에서 청계천으로 들어가던 스무개가 넘는 물길이 1977년 청계천 복개를 마지막으로 모두 사라졌다.
※ 하천을 덮어 만든 길을 확인하는 방법 : 길을 따라 수시로 맨홀이 나타나고, 아스팔트 위에 다리 상판처럼 콘크리트 이음매가 있다.
▶ 물길을 다시 살려 서울을 생태환경 도시로 만들자!(기자의 의견)
▷ 청계천을 하천으로 복원하니.. "훌쩍 자란 나무들은 제법 너른 그늘을 드리우고, 한강에서 올라온 물고기들이 지천이고, 돌에는 다슬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물가에는 직장인들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 "청계천으로 흘러들던 크고 작은 개울들은 여전히 묻혀있다. 물길이 다시 살아나면 서울은 자연스레 생태환경 도시가 되지 않을까. 청와대와 경복궁 주변을 걸으며 틈틈이 길바닥을 보는 느낌은 색다르다. 발아래에 서울의 과거와 미래가 있다."
▶ 청와대 동쪽 - (1965년에 복개된) 삼청동천이 흐르고 있다
(좌) 1953년 경복궁 백악산 일대 모습으로 오른쪽 점선 안이 삼청동천이다. / (우) 1965년, 복개공사중인 삼청동천 모습이다.
▷ 백악산에서 동쪽으로 내려온 물길은 종로 11번 마을버스 종점에서 100m쯤 위에 있는 삼청테니스장에서부터 지하로 묻혀있다.
▷ 삼청공원에서 구불구불 내려가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을 지나 동십자각까지 이르는 길이 1965년에 복개되어 안보이는 삼청동천 물길이다. 즉, 삼청로를 따라 흐른다.
▷ 삼청로를 따라 내려가면 맨홀이 계속 나타나는데 길 아래에는 철근콘크리트로 만든 인공수로인 사각형 암거(closed culvert)가 묻혀있다.
▷ 복개 전에는 동네 사람들이 나와 빨래를 하고, 아이들이 멱을 감았으며, 북창교, 장원서교, 십자각교, 중학교, 혜정교 같은 다리들이 있었다.
▷ 삼청동천의 하류인 동십자각에서 청계천까지를 따로 중학천이라 불렀는데, 조선 사부학당 가운데 하나인 중부학당 앞을 흘러서 붙은 이름이다. 2009년 서울시는 교보문고 뒤쪽인 청계천에서 종로구청까지 340m를 중학천이라는 이름으로 인공하천으로 복원했다.
▷ 총리공관 앞 삼청로에 있는 사각형의 맨홀 뚜껑 모습. 도로 아래에는 삼청동천이 흐르고 있다.
▶ 청와대 서쪽 - 1920년대부터 덮이기 시작한 백운동천이 흐르고 있다
(좌) 자하문로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맨홀 뚜껑. 그 아래에는 백운동천이 흐르고 있다.(우) 경복궁역 사거리에 있는하수구. 바닥이 깊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 청계천의 본류인 백운동천(白雲洞川)이 출발하는 지점은 백악산과 인왕산 사이 능선에 있는 창의문(자하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일대를 백운동이라고 불렀다.
▷ 백운동천은 자하문에서 경복궁역 → 세종문화회관 뒤편 → 동아일보사 앞을 거쳐 청계천으로 들어간다.
▷ 백운동천은 상류 일부를 빼고 1920년대부터 덮이기 시작했다.
▷ 복개되기 전에는 신교, 자수교, 금천교, 종침교 같은 다리들이 있었다.
▷ 백운동천에는 청풍계, 옥류동천, 사직동천, 경희궁 내수, 경복궁내수 같은 지류가 있는데 경복궁내수를 빼고는 모두 인왕산에서 흘러내린 물길이다.
▷ 청운동에 있는 청풍계와 수성동계곡에서 내려오는 옥류동천은 조선 시대 명승으로 이름났다. 옥류동천은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 앞에서 백운동천과 만난다.
▷ 사직동천은 사직단을 지나 서울시경 앞으로 흐르고, 경희궁내수는 궁에서 나와 세종대로 사거리 쪽으로 흘렀다. 경복궁내수는 경회루 남쪽에서 나와 정부서울청사 뒤를 지나 백운동천과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 청와대 남쪽 - 대은암천은 청와대와 경복궁을 가로지르는 두개의 물길이다
(좌) 청와대 경내 물길. 오른쪽 물길은 드러나 있지만, 왼쪽 물길은 땅속에 묻혀 있어 지형을 살피며 기자가 추측했다고 한다.
(우) (일제가 경복궁을 훼손하기 직전의 모습을 담은) 북궐도형에 보이는 경복궁내 물길이다. 왼쪽 영추문 위쪽으로 서쪽에서 들어오는 물길이 보인다.
▷ 대은암천은 백악산 남쪽 골짜기에서 청와대를 지나 경복궁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으로 경복궁의 금천(禁川)이다. 금천은 궁궐이나 왕릉 들어갈 때 건너가는 물길을 말하며, 물을 건너며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
▷ 궁궐마다 금천이 있는데, 경희궁내수(경희궁), 정릉동천(덕수궁), 옥류천(창경궁), 북영천(창덕궁) 등이 있으며, 금천의 물은 궁궐에 불이 나면 소방수로 사용된다.
▷ 대은암천 물길은 두 개다. 1번 물길은 청와대 관저~녹지원 옆~경호실과 여민관 사이~신무문 오른쪽 담장 아래 수문~향원정~경회루에 이른다. 청와대앞길만 지하로 흐르고 나머지 구간은 온전히 드러나 있다. 물길이 지나는 청와대 녹지원 일대는 숲이 우거져 운치 넘친다.
▷ 2번 물길은 영빈관 → 분수대 → 진명여고터옆 → 경복궁 → 경회루로 흘러 들어간다.
▷ 1번과 2번 물길은 경회루 옆에서 만나 남쪽으로 흐르다가 동쪽으로 90도 꺾는다. 이 지점에서 경복궁내수가 갈라져 남쪽으로 나가고, 대은암천(금천)은 흥례문과 근정문 사이를 흘러 동십자각 남쪽에서 삼청동천과 만난다.
[출처] 「청와대 백과사전」 .. 중앙일보 기획 기사 정리|작성자 One Charles 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