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정확하지는 않지만 두세 번 정도 구술평가를 했는데 이번 구술평가에서 명확하게 다르게 시행해본 점은 피드백이다. 이전에는 모둠이든 개별이든 평가를 시행하고 바로 다음 차례 모둠이나 학생을 평가했다. 올해 구술평가에서는 한 아이당 질문 두 개에 대한 답변을 듣고 모든 모둠원의 구술이 끝나고 난 뒤, 말하기 때의 칭찬할 점 하나와 아쉬운 점 하나를 이야기해주고 듣기 때의 칭찬할 점 또는 아쉬운 점 둘 중 하나를 이야기해주었다. 그러기 위해서 모둠끼리 말하거나 들을 때 주요한 사항을 간단하게 메모했다. 완전 날림체로 스윽 적었지만 피드백 해줄 때 좀 더 잘 기억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이렇게 하니 더욱 좋았던 점은 평가 직후라 그런지 피드백을 더 잘 수용했다. 이번 봄호 글 중 <서로에게 가닿는 피드백>을 읽으며 피드백이 적시에 이루어질 때 더 잘 된다는 점을 깨달았는데, 아이들은 자기가 평가를 치르고 난 뒤 해주는 피드백이라 더 집중하며 들었다. 또한, 피드백에 대한 내용은 자기가 방금 말하고 들은 것이고 모둠원끼리 서로 보고 들었기 때문에 수긍을 더 잘한 것 같다. 자기 혼자만의 상황이 아니라 타인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평가 상황이라 더 그럴 것이다. 아이들의 이의를 막으려고 피드백을 해주는 건 아니지만 후에 점수를 공개한 뒤 이의 제기가 들어왔을 때, 2월 송승훈 선생님 강의에서 들은 것처럼 이의제기를 하려면 모둠원끼리 같이 오라고 하고, 평가를 치른 모둠원끼리 같이 왔을 때 평가 직후 해준 메모를 바탕으로 한 피드백을 또 해준다면 아마 쉽게 수긍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구술평가를 또 한다면 수정할 점은 4차시 모의 구술평가 때 활용한 자기평가 표이다. 지난 포스팅에 올려 놓았던 활동지 마지막 쪽에 4차시 모의 구술평가를 하며 자기평가와 동료평가를 할 수 있는 채점기준표를 넣어 놓았다. 이 표를 조금 더 상세히 풀면, 모의 구술평가를 하면서 좀 더 명확하게 자기가 어떻게 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알 것 같다. '상-중-하'로 간단하게 표현한 수준을 좀 더 구체적인 수행 수준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이번 구술평가 활동 4차시 모의 구술평가 때 활용한 자기 및 동료평가 표
평가 요소 | 평가 기준 | 상 | 중 | 하 |
말의 내용 | ① 질문의 초점에 맞게 대답하는가 | 질문의 초점에 맞는 명확한 답변을 함 | 질문의 초점에 맞는 대답이나 두루뭉술한 답변을 함 | 질문의 초점에 거의 드러맞지 않게 답변을 함 |
② 내용을 잘 아는가 | 시의 내용을 적절히 감상하여 답변을 함 | 시의 내용을 어느 정도 감상하여 답변을 함 | 시의 내용과 거의 관계없이 답변을 함 |
③ 근거 제시가 참신하고 적절한가 | 자기만의 생각과 경험, 감정을 녹여 개성있는 근거를 제시함 | 근거를 제시했으나 자기만의 개성이 조금 부족함 | 근거를 거의 제시하지 못함 |
대강 위 정도의 자기평가에 활용할 루브릭이 생각나는데, 나는 구술평가를 총체적으로 해서 학생들이 혼자 또는 모둠으로 연습할 때 더 잘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음 번 구술평가 때는, 어떻게 하면 더 잘 구술할 수 있을지 참고로 활용하라고 자기평가표를 더 자세히 적어줘야겠다. 위 루브릭을 적으면서 나도 대략 어떻게 학생의 수준을 나눠볼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었던 3주 정도의 평가 기간이었다. 아직 두 반 정도가 남았는데 벌써 끝나다니 아쉽다. 구술평가를 준비하며 아이들이 연습하거나 예상 답변을 적을 때 가서 구경하고 피드백하는 재미가 있었다. 평가 상황에선 더 흥미로웠다. 어두침침한 고3 수업에서 긴장한 가운데 자기가 감상한 내용, 적은 예상 답변을 어떻게든 모둠원을 향해 말해보려 노력하고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집중하며 들으려고 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https://blog.naver.com/jhyp73/223452950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