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시인을 만나다 이영춘 - 신작시
산사 가는 길 외 1편
풍진 세상을 건너가듯 구불구불 산굽이 돌아 오른 길
노스님 한 분 세상 지팡이 버리고 적멸에 들듯
돌탑들 합장하며 서 있다
바람의 숨결 몰고 온 세상 속 깊은 사연들
돌탑 속에서 연꽃으로 피어난다
어디선가 연꽃잎 같은 가랑잎 한 장 날아든다
천상의 불계, 붓다의 혼령인가
적막이 길을 비켜선다
사바세계에서 지고 온 죄의 덩어리 하나
나도 가만히 돌탑 위에 올려놓고
허리를 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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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2
나룻배 한 척 겨울 강에 떠 있다
누가 떠나가고 누가 돌아올 길인가
유리알 같은 얼음 조각들이 파편으로 쏟아진다
누구의 가슴 한 쪽 얼음 빙판이 되었는가 얼음 조각이 되었는가
강 저쪽으로 떠난 한 사람, 돌아올 길 아득한데
강은 입을 담은 채 어둠의 날개를 펴 올린다
물새들이 강물 속에서 죽어가듯
새끼 잃은 어미 새 피 흘리며 쓰러진다
강물 같은 심장이 핏빛으로 얼어붙은 겨울 강,
심장 한 쪽이 동사凍死된 눈물 강,
하늘은 하얗게 눈을 뜨고 축복 같은 눈발로 내리는데
갈 길 잃은 빈 배 한 척,
얼음 강 위에 혼자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