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만큼 살고보니 삶을 관통하는 두가지 원리가 저절로 터득되더라... '사람사는 것 비슷비슷하더라..'하는 것과 ' 참 나와 다르구나.. 그 다른 것,,인정해야하지않나..'하는 것.
내게 있어 영화보기 역시 이 두가지 진리와 무관하지 않다. 좁은 스크린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기할 뿐인데 왜 뭉클한 감동이 생기고 일상생활에서 얻기 어려운 깊은 재미가 나는 것일까,
무대배경이 다르고 설정된 시간이 다르고 맡은 역만 다를 뿐 '사람'인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믿음과 영화를 보러가는 행위에는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가보지 않은, 겪어보지 않은, 살아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해하고자하는 준비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1주일에 적게는 한두번, 많게는 서너번 영화를 보러 '그 잘난' CGV에 간다. 이 작은 도시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CGV 석사점과 명동점 뿐이니..최근들어 영화관 로비가 북적북적할 정도로 관객이 부쩍 늘어난 것을 실감한다.'명량해전' '연평해전'부터 시작해서 최근 주라기..터미네이터.. 미션 임파서블....'암살'에 이르기까지. 양구사는 내 친구까지 '암살'을 보러 나온다니 인기는 인기인가보다. '베테랑'인가는 저녁 12시 넘어 시작하는 회차에도 관객석이 1/3정도 찼을 정도니 방학시즌이라고는 해도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갈급도'는 일정정도 있다고 분명 느껴진다.. 그들이 맛보고싶은 것은 감동이나 재미일 것이다. 경험상 감동과 재미는 일치하지않아 재미있는 영화가 감동적이진 않지만 감동적인 영화는 반드시 재미를 수반한다.
나는 이 '감동'을 찾고자 영화보러 간다.
내 삶이 매일 해대는 전화 통화와 영혼없이 해내는 일상적인 일들로만 끝날 수는 없지않은가. 사람들과 겪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나쁘지는 않더라도 그 것만으로 만족하기는 뭔가 싱겁지 않은가. 삶은 좀 더 집약적이고 치열해야하지 않을까..
그러다보이 그 감동을 혼자 새기기보다 '함께' 하고 싶어졌고, 그 뭐랄까 마음 이상하게 만드는 그 느낌을 사람들과 나누면서 가닥을 풀어보고도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매주 수요일 영화보기 이다.
모임의 전말은 김아영샘이 자세하게 쓰셨으니 생략하기로 한다. 어쨌든 2015년 3월 4일 '선셋대로'.. 화려한 과거에 사로잡힌 채 늙고 초라해진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착각 속에 사는 한물간 여배우의 가슴아픈 모습으로 시작해 이번 주 '그르바비차' 에서는 전쟁이 남긴 것..성폭행당한 여성들 앞에 놓여진 삶의 무게까지 다루어진다. 그간 5개월 넘도록 한 주도 거르지않고 24편을 상영해왔다.
처음에는 오는 분이 적어 밥사줘가며 모셔오고(김아영샘) 친구들에게 부탁하고(나)하며 눈물겹게^^ 객석을 채우려했으되 적을 때는 관계자 빼고 달랑 3분인 적도 있었는데 전번 주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무려 25명이었다.. 25명을 혹시 애개.. 겨우 그 정도를 가지고.뭘..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에게는 매주, 매달 1-2분씩 정말 자발적으로, 감동을 찾아 와 주시는 귀한 분들이요.. CGV만석 부럽잖게 모임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시는 보석같은 분들이시다. 자 좋은 계절..일상의 피곤과 타성을 삭 걷어가주는 수요영화모임에 그대를 초대합니다..
첫댓글 너무 멋진 글 감사해요^^저도 동참해보도록 노력합니다.
누구실까? 아이디가 궁금하게 만들던데요? 안그래도 추천해주신 영화 10월 목록에 넣으려하고있습니다. 굿'바이는 상영시간이 130분이라... 개인적으로는 3편 중 우선 보고싶은데 다소 길어서 망설여집니다. 다 우리 모임에 보기 좋은 영화들이라..게다가 소양도서관에서 보신 것이니 목록에 확실히 있구요. 추천 감사합니다. 다 보게 되실 거예요..저도 요즘은 그러지 못하지만 옆구리에 방석하나 끼고 도서관 드나들며 '알지못할 충만감'에 가슴이 차던, 그 시절이 아련히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