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바하리야 사막"(2010년 12월호)

[헤이즐넛(신은지)]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

                                                                    

이집트만큼 볼거리와 체험이 다채로운 곳도 드물다.

 장엄한 고대 문명부터 사막의 경이로운 하룻밤,

 홍해에서 즐기는 골프와 스쿠버다이빙까지

 선택의 폭이 방대하다. 어느 곳을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코스가 만들어진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루트를 찾는 일이 관건이다.

 이번에는 사막의 꽃, 오아시스 바하리야 사막과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고대 이집트 문명지대 룩소르를 소개할까 한다.

복잡한 카이로를 벗어나 남서쪽에 위치한 바하리야(Bahariya Oasis )를 목적지로

아침을 먹기가 무섭게 출발했다.

4시간을 달려야 오아시스를 낀 이 마을에 도착하고 거기서부터도 한참을 들어가야 사막이 나온다.

오아시스도 그렇지만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잉글리시 페이션트' 같은 영화에서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고운 모래언덕의 사막을 본다는 기대가 목적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 주었다.

사막에 누워 하늘을 쳐다 보면 하늘에 있는 별들이 눈 속으로 빨려 들어올 듯이

가깝게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모처럼 원시의 하늘과 투명한 별을 보리란 설렘도 있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까만 피부에 새하얀 웃음을 가진 아이들이 둘, 셋 짝을 지어 손을 흔든다.

불모의 광야를 달려와 만난 아이들이 마냥 싱그럽기만 하다.

식당에 들러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사륜구동 차량인 랜드 크루저가 도착할 동안 마을을 둘러 본다.

마을에는 사막 캠핑에 필요한 음료와 과일, 땔감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작은 가게와 여행자들을 위한 소박한 숙소가 몇 개 있다.

베두인 가이드가 랜드 크루저 지붕 위에 밧줄로 둘둘 묶은 텐트와 매트리스, 이불 등을 싣고 나타났다.

베두인족은 본래 사막 가장 가까이에 살며

염소, 낙타 등을 사육해 생계를 유지하는 유목민이었으나, 최근에는 그들의 삶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어

여행자들의 가이드, 운전사, 요리사로 활동하며 정착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바하리야 오아시스에서 사륜구동차를 타고 1시간 30분 가량 달리자

거뭇거뭇한 모래산이 군데군데 솟아난 흑사막(BLACK Desert)이 펼쳐진다.

흑사막은 화산재가 굳어 형성된 지형으로 모래에 철광석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검은 빛깔을 띠며 거칠고 남성적이다.

  

  

다시 사막을 달리다 보면 흑사막의 검은 산들이 사라지고 광활한 사막이 이어진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모래 바람에 눈은 따갑고 목이 메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백사막(White Desert), 남성적인 흑사막과 달리 백사막은 여성적이고 포근하다.

폭설이 내린 듯 새하얀 그 곳에는 버섯, 새, 말 모양 석회암이 얼음 조각처럼 늘어서 있다.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해질 무렵 도착한 백사막은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

백사막의 백미라고 하는 일몰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사막의 해넘이는 특별한 낭만이 있다.

석회암들이 햇빛을 받아 노랗게 변색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여행객들 모두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정신이 없다.

베두인 가이드는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위로 텐트를 치느라 분주하다.

긴 상이 펼쳐지고 모닥불에서는 새콤한 소스가 입혀진 닭이 구워진다.  한쪽에서는 투박하게 깎은

감자와 토마토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볶는다.

    

코끝에 걸리는 음식 냄새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다.

작은 얼굴에 얼굴 만한 귀를 쫑긋 세운 사막여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자 여우는 어둠 속으로

빠르게 도망간다. 바하리야에 사는 사막여우는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음식뿐 아니라 신발과 가방도 가끔 물어가기 때문에 사막에 도착하면 짐은 차 안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날이 완전히 저물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상에 둘러앉는다.

밥은 설익고 야채볶음에서는 모래가 서걱거리지만 사막과 모닥불이 만들어내는 이국적인 풍경에

웃음이 나온다.

과일까지 먹고 나면 흥겨운 축제가 한바탕 벌어진다.

북소리에 맞춰 베두인과 노래를 주고받다 보면 건너편 텐트에서 울리는 북소리가 깜깜한 하늘을 지나

귀에 와 닿는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던 사막은

어느새 청명한 북소리들로 채워진다.

사막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빼곡하다. 어렷을 때 보았던 밤하늘이 펼쳐진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시간 개념을 완전히 잊고 자연과 하나가 된다.

사막에서는 유난히 햇볕이 따가워 선텐 로션과 모자가 필수며, 밤에 야영하려면 내복, 두꺼운 점퍼,

물 등을 준비해야 한다.

사막 투어 신청 시 미리 교통비, 야영, 음식, 가이드 지원 여부를 확인하고 상품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유럽 사람들은 사막에 와서 1주일씩, 보름씩 머물며 자유를 즐기지만 우리들의 여행 문화는 많이 틀려서

1박 2일간의 간단한 사막투어라도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