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군의 한 가족 묘지 "오죽했으면---"
"심하다" 양론
전남 고흥군 한 마을에
묘 전체를 회색 시맨트로 덮어버린 '콘크리트 묘가 등장했다.
24일 고흥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고흥군 과역면 한 마을에 사는 A(70)씨는
지난 14일 가족묘지 입구부터 묘지 주변은 물론
묘지 안의 봉분 9기까지 모두 콩크리트로 덮어버리는 공사를 마쳤다.
이 9기는 A씨의 3-4-5대조와 당숙 등의 묘로,
조성된지 100년이 훨씬 넘었다.
과거에는 잔디가 수북하게 심겨 있었지만
이젠 회색 시멘트가 봉분을 점령했다.
콘크리트 묘를 만든 것은 멧돼지 탓이다.
A씨는 가족묘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
수시로 잔디를 파헤치고 봉분을 계속 훼손해 묘지 관리가 어려워지자
고육지책으로 묘의 잔디를 걷어 내고 콩크리트 공사를 하기로 했다.
A씨는 작년 12월 멧돼지가 봉분 4개를 파헤쳐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매년 보수 작업을 하는 것이 어려워 가족회의 끝에
'콘크리트 묘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는 1700만원을 들여 10일 동안 이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아무리 묘지 관리가 어려웓 콘크리트로 발라놓은 것은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묘를 관리할 자손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농촌엔 벌초할 사람이 없는 현실이 쓸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보기는 안 좋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여기 말고도 봉분과 주변 인조잔디로 식재한 묘도 있다"고 말했다.
고흥군은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이런 현상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고흥=조흥복 기자
2013. 4. 25. 조선일보 기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