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 신인상 동시|심사평
큰 나무가 될 조짐
오선자(아동문학가)
사이펀 신인상 작품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큰 나무도 충실한 작은 씨앗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었습니다. 가령 점프를 입고 있다가 날씨가 추우면 지퍼를 올립니다. 그러나 ‘감기 걸릴까 봐 애쓰는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문학(시)은 체험한 사실을 그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나 암시 등을 통하여 묘사해야 합니다.
찬바람 파고 들어/ 감기 걸릴가 봐//
오늘도/ 애쓰고 있구나//
고맙다/ 지퍼야
-「지퍼」 전문
「엄마 잔소리」도 수작입니다. 잔소리를 맞받아치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으로 비유하여 까먹는 것으로 파악했으니 얼마나 기특한 생각입니까?
엄마 잔소리는
너무 맛있어서
맨날 까먹어
-「엄마 잔소리」 전문
아마 문장 수련을 많이 하신 분 같습니다. 이미 다른 장르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분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되돌아보기 바랍니다. 작가 개입이 많아 참신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지역문학에서 씨앗을 뿌리는 태도는 정말 훌륭합니다. 충실한 씨앗이 큰 숲의 원인이니까요. 이 정도의 기본기라면 어느 신인상에 나서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사이펀에서 처음으로 내보내는 동시인인만큼 더욱 더 분발의 창작을 기대하며 정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