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사는 집
최정희
강가 억새밭엔 바람 잘 날 없다.
바람은 수시로 억새밭 드나들며 그녀를 흔들고
그럴 때마다 바람이 흔드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쓰러졌다가도 그대로 눕는 법이 없다
그녀가 노래 부르면 금세 순해지는 바람
약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바람이다.
강한 바람엔 잠시 누워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바람으로부터 터득하였기에, 바람이 사는 집엔
바람 따라 함께 흔들리는 억센 여인이 있다.
그렇게 흔들리며 자신을 키워 왔기에
늪에 빠져도 그녀의 뿌리는 좀처럼 썩지 않는다
바람이 후려쳐도 그녀의 몸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술잔에 보름달이라도 뜨는 밤이면
바람은 그녀에게 쥐불을 놓기 일쑤라서
뿌리엔 항상 물을 머금고 있다.
제 몸 다 타버린 빈 먹지 위에서도 꿈틀꿈틀
올봄엔 어떤 사랑을 다시 할까.
-최정희 시집 『바람이 사는 집』중에서-
첫댓글 안녕하세요 바람이 사는집 쓰러젔다가도 그대로 눕는법이 없다 좋아요
ㅎㅎ 안녕하세요. 우연히 서칭이 됐네요. 놀랍습니다. 여전히 시작활동을 이렇게 활발히 하고 계시다니요. ㅎㅎ 저는 먹고 사느라 겨를이 없어서...위에 시는 정말로 느낌이 닿고 곡조도 있고,,실례지만 많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혼자 노는 공간에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