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록 下
4. 시비가 있기만 하면 본마음을 잃는다고 하니
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시비가 있기만 하면 어지러히 본 마음을 잃는다’고 하였는데, 여기에 대답할 말[分]이 있는가?”
한 스님이 나와서 사미의 뺨을 한 대 때리고 휙 나가버리자, 스님께서는 방장실로 돌아갔다. 다음날이 되자 시자에게 물었다.
“어제 그 스님은 어디 있느냐?”
“그때 바로 가버렸습니다.”
“30년이나 말탄 주제에 나귀한테 차이다니.”
한 스님이 물었다.
“이렇게 찾아온 사람도 스님께서는 맞이해 주십니까?”
“맞이해 준다.”
“이렇게 찾아오지 않은 사람도 스님께서는 맞이해 주십니까?”
“맞이해 준다.”
“이렇게 와서는 스님이 맞이해 주심에 따르겠습니다만, 이렇게 오지 않는 경우에 스님께서는 어떻게 맞이해 주시렵니까?”
“그만, 그만! 더 말하지 말라! 나의 법은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렵다.”
진부(鎭府)의 대왕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높으신 연세에 치아가 몇 개나 남아 있습니까?”
“어금니 한 개뿐입니다.”
“그럼 음식을 어떻게 씹으십니까?”
“한 개뿐이지만 차근차근 씹지요.”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학인의 보배 구슬입니까?”
“큰소리로 물어라.”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물을 줄을 모르는구나. ‘크고 작음은 묻지 않거니와 무엇이 학인의 보배 구슬입니까?’ 하고 왜 묻지 못하느냐?”
그 스님이 얼른 다시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마터면 이 놈을 놓칠 뻔했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양쪽 다 고요하고도 고요한데 스님께서는 어떻게 법을 펴시렵니까?”
“금년은 풍파가 없는 해로다.”
“대중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는데 무슨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오늘은 나무를 끌어다가 승당을 짓자.”
“그게 바로 학인을 지도하는 것입니까?”
“나는 쌍륙(雙陸)이나 장행(長行:쌍륙놀이의 일종) 같은 놀이는 할 줄 모른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진실한 사람의 몸입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그리 말씀하시면 저는 알기 어렵습니다.”
“너는 나에게 진실한 사람의 몸을 묻지 않았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큰 뜻입니까?”
“그대는 이름이 무엇이냐?”
“아무개입니다.”
“함원전(含元殿:長安에 있는 당나라 때의 궁전) 안과 금곡원(金谷園:洛陽 근처에 있는 정원) 속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7불의 스승은 어떤 분이십니까?”
“자고 싶으면 자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도는 사물의 밖에 있는 것도 아니요, 사물의 밖에 있는 것은 도가 아닙니다. 무엇이 사물 밖의 도입니까?”
스님께서 별안간 후려치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저를 치지 마십시오. 뒤에 사람들을 잘못 때리게 됩니다.”
“용과 뱀은 구분하기 쉬우나 납자는 속이기 어렵다.”
스님께서 대왕이 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은 채 손으로 무릎을 치면서 말씀하셨다.
“아시겠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어려서 출가하여 이제 이렇게 늙고 나니, 사람을 보고도 선상을 내려올 힘도 없습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충직한 말입니까?”
“너의 어미는 못 생기고 추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잊지 않은 그 사람은 어떻습니까?”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된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항상 생각하여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충직한 말입니까?”
“쇠몽둥이나 맞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의 향상사(向上事)입니까?”
스님께서는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으셨다.
한 스님이 물었다.
“한 등불이 백천 등불을 켜는데, 그 한 등불은 어디서 켜졌습니까?”
스님께서는 한 쪽 신발을 툭 차내면서 말씀하셨다.
“훌륭한 납자라면 그렇게 물어서는 안 된다.”
한 스님이 물었다.
“‘근본[根]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 비춤[照]을 따르면 종지를 잃는다’고 할 때는 어떻습니까?”
“나는 이 말에 대답하지 않겠다.”
“스님께서 대답해 주십시오.”
“그래야 마땅하지.”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생각할 수 없는 경계입니까?”
“어서 말해 보아라, 어서 말해 보아라!”
한 스님이 물었다.
“밤에는 도솔천에 올라가고 낮에는 염부제에 내려오는데,* 그 중간에 어째서 마니구슬은 나타나지 않습니까?”
“뭐라고?”
그 스님이 다시 묻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바시불이 일찍이 마음에 두었으나 지금까지도 그 묘(妙)를 얻지 못하였다.”
한 스님이 물었다.
“생각으로 헤아리지 못하는 경계는 어떻습니까?”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옷 속의 보배입니까?”
“이 한 물음은 무엇을 꺼려하느냐?”
“이것은 물음입니다. 무엇이 보배입니까?”
“그렇다면 옷까지도 잃어버린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만리에 여관 하나 없을 때는 어찌합니까?”
“선원에서 잔다.”
한 스님이 물었다.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집집마다 문 앞의 길은 장안으로 통한다.”
한 스님이 물었다.
“얼굴을 마주하여 서로가 건네 주면 큰 뜻을 다 합니까?”
“말소리를 낮추어라.”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곳은 어떻습니까?”
“너에게 말소리를 낮추라고 했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눈앞의 한마디입니까?”
“내가 너만 못하다.”
한 스님이 물었다.
“나타나 온 사람은 누구입니까?”
“불, 보살이니라.”
한 스님이 물었다.
“신령스런 풀이 아직 나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깨진다.”
“냄새 맡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선 채로 죽은 놈과 같다.”
“제가 어울려도 됩니까?”
“누가 오더라도 그에게 말을 걸지 말라.”
한 스님이 물었다.
“조사의 뜻과 경전의 가르침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갓 출가하여 계도 받지 않았으면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묻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성스러움입니까?”
“평범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이 평범함입니까?”
“성스럽지 않은 것이다.”
“평범하지도 성스럽지도 않을 때는 어떻습니까?”
“훌륭한 선승이로다.”
한 스님이 물었다.
“두 거울이 마주하면 어느 것이 더 밝습니까?”
“그대의 눈꺼풀이 수미산을 덮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저는 이제 막 총림에 들어왔사오니 스님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아이고, 아이고!”
한 스님이 물었다.
“앞 구절은 이미 지났고 뒷 구절을 밝히기 어려울 때는 어찌합니까?”
“무어라고 불렀다 하면 틀린다.”
“스님께서 구분해 주십시오.”
“자꾸 묻는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높고 험해서 올라가기 어려울 때는 어찌합니까?”
“나는 높은 봉우리에 오르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만법과 짝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사람이 아니다.”
한 사람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종승(宗乘)에 관해서 한마디 해 주십시오.”
“오늘은 그대 관리에게 줄 돈이 없소.”
한 스님이 물었다.
“제게 별다른 질문이 없으니 스님께서도 별달리 대답하지 마소서.”
“괴상하구나.”
한 스님이 물었다.
“3승의 가르침 말고, 어떻게 사람을 가르치십니까?”
“이 세계가 생긴 이래로 해와 달이 바뀐 적이 없다.”
한 스님이 물었다.
“세 곳[三處:根․境․識]이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식(識)을 떨어버립니까?”
“식이란 그 분수 밖이다.”
한 스님이 물었다.
“여러 기틀들이 모여들 때, 그 가운데 일은 어떻습니까?”
“내 눈은 본시 바르므로 그 가운데 일은 말하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깨끗한 곳에도 머무르지 않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대는 아직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가 그런 사람입니까?”
“그만 두어라.”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만법의 근원입니까?”
“용마루, 대들보, 서까래, 기둥이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두공(斗拱:기둥 위에서 대들보를 받치는 나무)이 차수하고 있는 것을 모르느냐.”
한 스님이 물었다.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
“놓아버려라.”
한 스님이 물었다.
“‘길에서 통달한 도인을 만나거든 말로도 대하지 말고 침묵으로도 대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러면 무엇으로 대해야 합니까?”
“진주(陳州)에서 온 사람은 허주(許州) 소식을 못 듣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입을 여는 건 함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함이 없는 것입니까?”
스님께서는 손을 그에게 내보이며 말씀하셨다.
“이것이 함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함이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함이 없는 것입니까?”
“함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함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 함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