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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호 박경서시인 동인지원고
천업(天業)
박경서
등에 한 무게로 짊어진
형업(形業)
날 세워 갈고 닦아 다듬은
탑석(塔石)
층계처럼 탑신 일으켜 세워
탑두(塔頭)들어 올리고
반짝이는 동공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밤을 밝히는 별
상경(相敬)인들은 언제부터인가
별이 되고
별이 되어
형업 천업으로
감사하는 하늘 바라기
두 손 모아보는
감사
나목(裸木)에게
박경서
먼 산발치로
잔설이 물러가는
계절의 눈금을 한금 두금 재며
그리웠던
체온의 사향(思鄕)을 흔들어 깨운다
인동으로 달랜
마디마디 매듭으로 굳었던
아픔의 마비증이 스물스물
풀리는 한나절
자투리 햇볕에도
무쇠로 굳었던
동토(凍土)의 사슬이 끈겼다
알몸으로 견딘 삼동(三冬)
오는 봄엔
성장의 치장을 하리라
나목이 새 옷을 갈아입듯
나도
부끄러운 나신(裸身)을 가리리라
영랑생가(永郞生家)에서
박경서
출신란에 전남 강진이라 쓸 때마다
내겐 하나의 긍지 시심으로 꿈틀거렸네
두 번째 발걸음 한 영랑생가
님의 발자취 더듬으며 체취 느끼나니
불현듯 그리움인 듯 눈시울 더워지네
“오매 자네들 왔능가!”
반겨 맞이해줄 듯한 님의 모상(模相)만이
생가를 지키고 앉아
외로움이 서늘함으로 내리는데
넓은 마당 곳곳에서
모란이 필 날 기다리며
오늘도 묵묵히 손(客)을 맞이하시는 님
백년 수령 압각수 그늘엔
은행잎 시나브로 떨어지고
높은 가지 쳐다보니
오메 단풍 들었다
문제를 위하여 / 박경서
문제앤 반드시
답이 있다
삶을 죽음으로
죽음을 삶으로 해석할 수
있듯이
문제와 답은 불이(不二)
하나이면서
둘인
문제와 답을
하나로 이끌어내는
불이(不二)
삶도 이와
다름이 아닌 것을...
막달라 마리아 / 박경서
갈리리 호수 서편 막달라 마을
고요와 게으름이 개펄처럼 질펀히 누운 곳
봄빛 데불고 예수님 오신다는 소문, 소문이 파다했다
일곱 귀신에 묶인 창녀 마리아
무리중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광기어린 누으로
예수님을 응시하는 순간 섬짓한 통증이 가슴을 치고
예수님의 자애로운 손길이 머물자
절로 무릎이 꿇리고 온몸이 무너져 내렸다
옹이 박힌 어두운 기억들
분노와 소외의 잔해들이 오열을 뿜어냈다
성령의 충만함이 마리아를 어루만짐으로
굴레 씌워진 죄의 사슬 끊어지고
주님 주신 자유함과 평안이 넘쳤다
치렁치렁한 창녀의 누더기 벗고
예수님 계신 곳 찾아
낮게 무릎 꿇고
귀 기울이는
고개 숙인 여인 막달라 마리아
어느 날
바리새인 시몬의 집에 예수 오심 듣고
귀한 옥합 품에 안고 와
주님 발치에 나아가 감격스런 눈물로
주님의 발 적시고
머리카락으로 발 닦아 드리며
그 발에 입 맞추고
옥합 깨뜨려 향유를 부어 드렸다
못마땅해 하는 시선을 의식하신 주님
적게 용서 받은 사람을 적게 사랑하고
많이 용서받은 사람은 많이 사랑함을 깨우쳐주시고
⌜네 믿음이 너를 구원 하였다. 평안히 가라.⌟